생활공간이 아니라 수용소다또 다른 불안전 ‘무방비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이영 | 승인 2017.12.17 20:38

이주관련 활동을 하면서 선뜻 가기를 망설이는 곳이 있다. 그곳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다. 공장에 들어서면 매캐한 냄새와 희뿌연 먼지, 소음이 뒤섞여 있어 숨이 막힐 정도이다.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

다음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숙소이다. 이주노동자의 생활공간 역시 안전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숙소는 오래된 (가)건물에 위험스러운 전기 배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방에는 곰팡이로 물들어 있는 흉물스러운 벽지가 벗겨져 있다.

▲ 이주노동자 숙소는 오래된 (가)건물에 위험스러운 전기 배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방에는 곰팡이로 물들어 있는 흉물스러운 벽지가 벗겨져 있다. ⓒ이영

이로 인해 공장과 기숙사의 화재로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마석가구단지 내에서는 해마다 3~4회 정도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가수가 꿈이었던 제이 월(필리핀)은 가구공장에서 일하지만 노래를 잘해 행사 때마다 섭외되어 인기가 좋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얼굴과 손에 3도의 화상을 입게 되었다. 그녀의 꿈은 이처럼 지울 수 없는 화마의 상처와 함께 사라졌다.”

때로는 공장 한편에 간이시설로 마련된 숙소도 있다. 한 사람 겨우 누울 공간에 밥솥과 휴대용 가스렌즈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냉난방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한여름에는 선풍기 한 대에 의존하고, 한겨울에는 전기장판에 의존해야 하고, 온수를 쓰기 위해 쇠붙이로 생긴 전기온수 가열기를 사용한다. 이주노동자의 또 다른 주거형태는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이 있다. 밀폐된 공간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것 역시 곤욕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데, 비가 오면 빗물이 들어와 잘 수가 없어요. 이불과 옷들이 다 젖었어요. 주방시설도 없고, 밥을 할 수 없으니 라면만 먹어요.”
“남자와 여자의 숙소가 칸막이로 되어 있고, 욕실도 구분되어 있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또한, 문의 장금장치가 없어. 두렵고 무서워요.” 

최근에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환경에 대해 매스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가 된 바 있다. 특히, 농·어촌에서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기숙사의 심각성이 대두되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며 부실한 간이화장실로 인해 여성 이주노동자가 논두렁에서 용변을 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불거진 것은 2008년 9월로 거슬러 제7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비전문 외국인력정책 개선방안’으로 고용주의 고용부담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숙박비공제(안)을 내놓으면서 부터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정부는 고용주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하면서 이를 이주노동자에게 전가시켜 최저임금 내에서 ‘숙박비공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숙박비 공제로 인한 절감비용 4,653억원

19.7만원 (근로자 식비 분담시 예상비용)×12개월×15만명×96.1%(식비 전부 부담하는 회사비율)
= 3,408억원
16.3만원 (근로자 숙박비 분담시 예상비용)×12개월×15만명×87.4%(숙박비 전부 부담하는 회사비율) = 1,245억원

(중소기업중앙회, ‘각국의 외국인력 임금수준과 최저임금 적용현황에 관한 연구’, 2008.7) 참조

사실, 이주노동자의 숙박비공제는 최저임금제법 제6조 제4항, 시행규칙 제2조 별첨 제1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중에서도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거나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는 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못하도록 된 규정’과 근로기준법 42조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할 때 임금지급의 4대 원칙’(통화지불의 원칙, 직접지불의 원칙, 전액지불의 원칙, 정기지불의 원칙)위반하는 것이다.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를 시행하고 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기를

더 나아가 중요한 것은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대한 기준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공간 내 간이시설 등 불법적으로 개조된 숙소를 제공하면서 숙박비를 공제해 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주거기준으로 공간, 면적, 안전시설, 편의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주거시설 기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는 대부분 컨테이너 박스로 된 가건물 형태이다. ⓒ이영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면서 얼마 전 국회와 정부(고용노동부)에서도 이주노동자의 숙소에 대한 최저기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한 이주노동자가 생활공간 내에서 만큼이라도 편히 다리 뻗고 잘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최저임금제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최저임금 내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숙박비를 공제하여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키는 일은 부당하다. 이를 두고 “벼룩이 간을 빼 먹는다”는 속담이 적절한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대판 노예제라는 산업연수생제도에서도 없던 최저임금 내에서 숙박비 공제는 법을 위반하는 사항임으로 공제 자체가 폐지되어야함이 더 타당하다. 

이영  eotjde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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