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불안 속 온라인에선 ‘외국인 혐오’ 이어져

"동남아·아프리카 등 외국인 유입 때문" 낭설 떠돌아
전문가 "사회적 약자에 책임지운 행태... 인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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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관련 기사에 달린 외국인 혐오 댓글 캡처 모습. 편집에디터
홍역 관련 기사에 달린 외국인 혐오 댓글 캡처 모습. 편집에디터

“외국인, 불법체류자, 다문화가 문제다” ,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 홍역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때아닌 홍역의 빠른 확산으로 뜬금없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 이런 혐오는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전형적인 근거없는 혐오 현상 중 하나다.

아울러 이 같은 배경에는 홍역이 선진국에서는 자취를 감춘 이른바 ‘후진국병’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기에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까지 더해져 국내 외국인 노동자들을 내쫓아내야 하는 주장까지 난무하고 있다.

2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홍역 관련 기사에는 “홍역이 생긴 이유는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서 그런 것”이라며 “동남아시아 같은 못 사는 나라는 예방주사를 맞지 않는다”는 댓글(im*)이 달렸고, 이 댓글에 공감하는 사람만 1200여명에 달했다.

이외에도 “요즘 시내 나가면 외국인 엄청 많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다문화가정부터 조사해야 한다” (relu****), “홍역 같은 후진국병이 생긴 이유는 후진국 사람이 많아지니까 그런거다. 한국에 지금 다문화, 외노자가 200만명이 넘고 그중 대다수가 후진국 사람이다” (imse****)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홍역이 이른바 ‘후진국 병’이란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10~12월 미국 뉴욕주에선 홍역 확진자가 152명이나 보고됐다. 프랑스에선 2017년 12월18일 이후 1년간 2902명, 이탈리아에선 지난해 11개월간 2427명이 홍역에 걸렸다. 이들 나라가 홍역을 앓은 건 후진국이라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 접종률이 주효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지금 상황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젊은 여성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몰아 마녀사냥을 하던 때와 비슷하다.

당시 이 내용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반발로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가 탄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집단의 사회적 약자를 향해 공격하는 세태가 우리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해광 전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합리한 현실에는 원흉이 따로 있다고 사고하는 것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해 갖고 있는 혐오 반응이다”며 “우리사회에선 동남아시아 등 우리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타자화하는 혐오하는 방식이 특징인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사회적인 폐쇄성으로 외국인 뿐 아니라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등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배타성에 기인했다고도 분석했다.

이규환 사회복지균등실현을 위한 사랑의음악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폐쇄적인 성향이 있다. 내편이 아니면 매도해서 짓밟고, 폄하한다”며 “홍역 발생을 ‘외국인’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친 자기보호 반응이고, 사회약자를 경시하는 전반적인 사회적 병리 현상이다”고 꼬집었다.

장복동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후진국 병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대국에는 열등감을 투사하고, 약소국에는 강대국을 행세하고 싶은 중간자적인 입장 때문”이라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유없는 차별, 최근의 난민문제 까지 모두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단일화, 획일적이고 동질적이면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오랫동안 있어왔다”며 “약자에게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고, 사회라는 것이 다양한 집단, 인종, 의견,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이라는 다원주의적, 상대주의적인 인식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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