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출입국관리소는 지난 3월 10일 당시 이주노동자에게 수갑을 채운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당시 이 이주노동자는 14시간여 동안 수갑을 찬 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대구 이주노동자대책위가 증거로 제시한 사진.  ⓒ 대구 이주노동자대책위  


[오마이뉴스 2004-06-11 22:09]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강제연행'을 저지하던 대구지역 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가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고소로 구속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을 빚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 10일 대구지역 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 김헌주(43·성서노동조합 이주노동사업부장) 공동집행위원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수감했다.


이주노동자대책위 관계자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구속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10일 밤 10시쯤 대구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성서공단 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연행하려하자 이를 저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출입국관리소는 지난 3월 12일자로 김 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했고, 관할 경찰서인 대구 달서경찰서는 김 위원장과 출입국관리소 직원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를 벌인 후 지난 10일 김 위원장의 신병을 처리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 대구시지부·대구참여연대·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등 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분쇄와 전면합법화쟁취를 위한 대구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11일 성명에서 대구지역 이주노동자대책위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은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운동을 무력화 시키는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연행 저지했을 뿐" - "정당한 공무집행 방해"

대책위는 또 "정부는 올 8월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강제추방 등으로 인권유린이라는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단속의 성과조차 미미한 폭력적인 불법단속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이에 항의하는 김 위원장을 구속시킨 것은 정당성을 상실한 정부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비난했다.

대책위가 김 위원장의 구속에 반발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적으로' 강제연행하려 했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때문이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당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이주노동자의 손에 수갑을 채운 후 강제연행하려 했고,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는 수갑이 팔목에 죄여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저항할 능력도 없는 이주노동자를 폭행까지 했다"면서 "위해를 가할 아무런 의지도 없는데 손에 수갑을 채운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였고 김 위원장은 이를 저지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소측의 주장은 다르다. 대구 출입국관리소 한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집중단속기간 중 현장에서 정당하게 공무집행을 하는 과정이었다"면서 "미란다 원칙을 준수했을 뿐만 아니라 수갑을 채운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심도있게 조사돼 김 위원장이 구속된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을 비롯해 당시 공동대책위 관계자들과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과 벌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직원들도 다쳤다"고 주장했다.


"수갑 채운 적 없다니..." 대책위 사진 제시 반박

그러나 수갑을 채운 적이 없다는 대구 출입국관리소의 말은 사실과 달라 의구심을 낳고 있다.

성서노동조합 이주노동사업부 박희은 차장은 "일반 형법과 달리 행정법 적용을 받는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이주노동자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당시 이주노동자는 다음날 낮 12시까지 14시간 동안 수갑을 찬 채로 출입국관리소의 조처를 기다려야 했다"고 반박하고 증거 사진<위>을 제시했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 보호가 긴급할 경우에도 긴급보호서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당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긴급보호서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불법연행하려고 한 만큼 명백한 불법연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지역 이주노동자대책위는 11일 낮 김 위원장의 구속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가지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또 대책위는 오는 12일 오전 11시 대구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달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김 위원장은 현재 구속에 항의하며 단속농성 중이다.

/이승욱 기자 (baebsae@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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