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10년, 왜 만신창이가 됐나

[기고] '내국인 일자리 침해 방지'라는 기만

김기돈 한국이주인권센터 사무국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8.17 11: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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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도입 제도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되었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고용허가제 시행 10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고용허가제를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하고 자화자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반면에 지난 7월 29일 서울 보신각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폐지'를 외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자화자찬해 마지않는 고용허가제를 두고 이주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용허가제의 도입

현대판 노예 제도라고 지탄 받던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것이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였다. 1991년에 시작된 산업연수제는 이주노동자를 산업체에서 연수를 시킨다는 명목으로 도입하여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하던 기형적인 제도였다. 

특히, 연수생을 도입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정부 기관이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건설협회, 농협, 수협 등 산업별 이익단체들이었고, 연수생을 송출국에서 송출하는 곳도 각국의 민간 송출업체들이었다. 600만 원에서 1000만 원에 이르는 높은 송출 비용을 내고 한국에 입국해서는 노동자로서 대우 받지 못하고 저임금과 강제 노동, 산업재해, 폭언과 폭행 등 온갖 인권 침해와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연수생들의 처지였다. 

산업연수생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보다 임금에서도, 노동법 적용에서도 취약한 사각지대에 남겨진 존재들이었고, 산업연수제로 입국한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미등록 체류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는 2003년 전체 36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 29만 명이 미등록 체류를 한 상황이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입법 청원 운동을 1996년에 시작하였다. 당시 관련 단체와 이주노동자들은 노동 허가를 발급해주는 '노동허가제'의 도입을 주장하였으나 새로운 제도는 사업주에게 고용 허가를 해주는 '고용허가제'로 귀결되었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로 출발하였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그것은 송출 비리 차단, 이주노동자를 연수생 신분으로 편법 활용하는 것의 극복, 인권과 노동권 침해 방지 등이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을 담지 않는다면 기존의 산업연수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 정부는 송출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이 아닌 송입국과 송출국 정부가 노동자의 도입과 송출을 책임지도록 하였고, 고용허가제 도입 인력을 '노동자'로 인정하였다. 인권, 노동권 침해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인노동자전용보험의 도입(임금체불보증보험, 출국만기보험, 귀국보증보험, 상해보험),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는 관할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관리 감독 등의 내용으로 고용허가제를 디자인하였다.

이에 부가하여 아래의 내용을 덧붙이면서 고용허가제의 틀을 갖추게 된다.  

노동자가 한국에서 정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 인력에게 3년의 체류 기간을 부여하여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돌려보내고 새로운 노동자를 도입하는 '단기 순환 정책', '내국인 일자리 침해 방지'의 명분으로 도입된 일련의 조치들인 '내국인 구인 노력',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금지' 등이 그것이다. 

2003년 8월 16일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고 1년이 지난 후인 2004년 8월 17일 고용허가제가 본격 실시되었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를 극복했나

그렇다면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고용허가제는 앞서 말한 산업연수제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의 과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였는지 살펴보자.

송출 비리 차단은 고용허가제 도입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다. 과도한 송출 비용을 줄이는 것이 투명한 송출 과정의 확보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송출 비용이 증가하면 노동자들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고, 빚을 상환하기 위해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강요당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기회비용의 상승으로 체류 기간이 끝난 후에도 아슬아슬한 미등록 체류를 선택할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송출 비용이 현저하게 낮아져서 공식 송출 비용이 평균 922달러로 낮아졌다고 평가 보고하고 있다.1)

그러나, 2013년까지 발간된 관련 보고서들에 따르면 특정 국가 및 업종에 따라 공식 송출 비용의 4배 이상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 공식 송출 비용을 제외한 비공식 송출 비용(브로커 비용, 급행료) 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문제인 것은 공식 송출 비용을 제외한 기타 명목의 송출 비용의 증가를 한국 정부가 묵인 혹은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3년에 미등록 체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탈 보증금을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에게 부과하기로 하였다. 노동자들이 미등록 체류를 할 경우 이 돈은 돌려받지 못하고 베트남 정부에 귀속된다. 베트남 돈으로 1억 동, 한화로 560만 원에 이르는 이 금액은 공식 송출 비용의 5배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2014년 7월 29일부터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보험금(출국만기보험금)을 본국으로 출국한 후 14일 이내에 지급받게 되었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 퇴직금을 지급받는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 여겨지는 퇴직금 금액은 심리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 송출 비용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실제적, 심리적으로 송출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산업연수제도 하에서 민간 송출업자들이 미등록 체류 방지를 목적으로 연수생들에게 이탈보증금을 받아 챙기고, 기업들에서 이주노동자의 임금 중 일부를 이탈방지보증금으로 불법적으로 적립해 놓았던 강제적립금과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이라고는 한국 정부가 그것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두 번째로 이주노동자를 연수생으로 편법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내국인과 노동법상의 권익을 동등하게 보장한다는 점을 고용허가제의 10년의 성과 중 하나로 밝혔다.3)

이주노동자는 실제로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는 걸까?

근로기준법에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강제 노동이다. 사업장 변경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고용허가제가 실제적인 강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노동자의 권리 중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 노동3권(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이다. 서울경기인천지역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은 2005년 설립 신고서를 낸 후에 현재까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최장 계류건으로 등록되어 있다. 고용허가제 노동자로서 이주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미셸 카투이라는 정부의 표적 수사로 인해 체류 비자가 박탈되고 한국 입국을 거부당했다.

세 번째, 인권과 노동권 침해 방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을까?

이미 언급한 대로 외국인노동자 전용 보험 중 퇴직금보험인 출국만기보험은 사업주에 의한 퇴직금 미지급을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한다는 애초 취지와는 별개로 정부가 주장하는 '미등록 체류 방지의 목적'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고용허가제 운영 및 고용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는 고용노동부(산하 고용센터)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노동권 침해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고용센터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장님 편만 드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래이다. 폭행, 임금 체불, 상해 등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러 방문을 하면, '회사로 돌아가서 사장님의 사인(동의)을 받아오라'고 돌려보내기 일쑤이다. 단적으로, 폭행을 당해서 사업장에서 일을 할 수 없다고 찾아가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결과를 받아오라며 그동안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하라고 안내한다.

인권, 노동권 침해를 당한 이주노동자에게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조사 과정을 통한 입증 책임을 묻는 반면에 정작 가해자인 사업주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최저임금법 위반, 농축산업에서 노동자 불법 파견 등 사업장에 대한 고용 허가를 제한하거나 취소하는 등의 처벌을 받아야 할 불법 사항이 만연한데도 고용센터의 사업장에 대한 처벌 건수는 극히 적은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4)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외국인 고용 사업장 지도 점검' 또한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실들 때문에 이주노동자와 관련 인권 단체들은 고용노동부(산하 고용센터)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노동권 침해를 방치하고 오히려 사업장 변경을 억제하는 2차적인 침해를 하는 가해자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단기 순환 정책의 실패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때 고려했던 두 가지의 중요한 틀이었던 '단기 순환 정책'과 '내국인 일자리 침해 방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단기 순환 정책은 비숙련 외국인력을 도입해서 일정 기간 노동력으로 활용한 후 다시 돌려보내고 새로운 인력을 도입하는, 즉 단기로 활용하고 인력을 순환시키는 정책을 고용허가제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는 물론 이주노동자의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이다. 정주를 허용하게 되면 사회 간접 비용의 증가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유발된다는 것이 정주와 방지의 논리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애초에 3년의 체류 기간을 일하고 돌아가야 할 이주노동자 중 일부는 최장 9년 8개월을 체류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노동자 또한 3년의 체류 기간이 아닌 4년 10개월로 체류 기간이 연장되었다. 

정부는 사업체의 요구와 양질의 숙련인력의 활용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재고용 계약'을 통한 체류 기간 연장을 도입했다. 

물론, 숙련인력을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체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원했던 단기 순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이다. 

처음 재고용 제도가 도입된 2007년은 2004년에 도입되기 시작한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의 3년 체류 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당시 재고용을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출국 후 1개월 후 다시 입국하여 3년 동안 체류 기간을 다시 보장받았다. 

이후 2009년에 재고용 제도는 재고용 계약을 체결한 이주노동자의 출국 없이 연속적으로 4년 10개월 일하는 제도로 바뀌었다. (4년 10개월로 체류 기간이 정해진 이유는 5년을 연속적으로 체류할 경우, 영주권 신청 및 일반 귀화 신청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다시 2011년 이후에 발생한다. 

2007년 이후 체류 기간을 연장받은 노동자들의 체류 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이 2011년도에 도입한 '성실 근로자 재고용 제도'였고, 대상자가 된 노동자들이 재고용 계약을 체결할 경우 최장 9년 8개월의 기간 동안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고용허가제 입국자의 미등록 체류율은 19.4%였으나 2012년 22.4%, 2013년 22.3%로 2012년 이후 20%를 상회하고 있으며, 총 체류자 기준 고용허가제 노동자의 미등록 체류율은 2012년 이후 30%를 차지하고 있다.5)

정부가 의도했던 단기 순환 정책의 근간은 이런 과정을 통해 무너졌고, 단지 최장 9년 8개월을 이주자의 신분으로 체류하면서도 가족 동반의 권리나 정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기형적인 장기 순환 정책으로 변질되었다.

단기 순환 정책은 어느 국가에서도 성공한 적이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정부도 알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를 정주시키지 않는다는 정책 방향을 고집하는 통에 기형적인 모습의 제도로 변질시켰을 뿐 아니라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강제 단속 추방 정책과 미등록 체류 방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주노동자의 재산권과 노동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조치들을 연이어 도입한 것이 지난 10년 동안 고용허가제가 걸어온 길이었다.

'내국인 일자리 침해 방지'라는 기만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될 경우, 적절한 제한 사항이 없으면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에 둔 '내국인 일자리 침해 방지'를 위한 조치들인 '내국인 구인 노력'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금지'는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살펴보자.

'내국인 구인 노력'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장이 우선적으로 내국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였으나 고용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경우에만 사업장에 '고용 허가'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제도 초기에는 사업장은 14일간의 구인 노력을 입증하여야 하여야 하는 것이 조건이었으나 점차 완화되어 최소 3일간의 구인 노력을 입증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애초부터 그 기간 동안 구인 공고를 매체를 통해 게시하였다는 것을 제출하는 것만으로 조건이 충족되는 유명무실한 조치였다.

허울뿐인 조치였고, 그조차도 조건을 완화하였다는 것은 내국인은 저임금의 영세 중소 3D 업종에서 일자리를 찾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금지'의 원칙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임금 수준 및 노동 조건이 상승하게 되어 내국인과 일자리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물론,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아예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의 동의가 있거나 관련법에 따라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사업장 변경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제한 사항들이 따라 붙는다. 사업장 변경 횟수는 총 3회를 초과할 수 없고, 사업장을 변경한 후 다른 사업장으로 구직할 수 있는 기간과 업종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관할 관청인 지역 고용센터를 통해 진행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관할 관청인 고용센터의 입장도 사업장 이동을 억제해야 하는 것이 된다. 기본적으로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장 이동 금지는 이주노동자를 옥죄는 족쇄가 될 뿐 아니라 인권, 노동권 침해를 감수하게 되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고용센터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에 비협조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사업장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처방들은 다양하다. 우선 2012년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취업 알선 브로커로부터 피해를 겪고 있다는 이유로 구직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발표 자료를 통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업장 변경 희망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잦은 사업장 변경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영세 업체의 인력난을 심화시키며, 성실한 다른 근로자까지 근로 의욕의 저하를 유발한다'고 밝히며 결국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후,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더욱 심각하게 침해된 것은 당연하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국가별 인력 도입 쿼터를 배정 기준으로 '사업장 변경 비율'을 반영하여 사업장 변경이 잦은 국가의 경우 인력 도입 쿼터 배정을 축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양질의 인력 도입과 행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서 '내국인 구인 노력'이 유명무실해진 이유를 감안하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하면 내국인의 일자리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주노동자가 일을 할 수 있는 업종과 사업체가 제한되어 있고, 그 업종이나 사업체들은 내국인들이 일을 하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2007년부터 시행된 방문 취업제를 통해 고용허가제 체류 노동자 수보다 많은 30만 명에 달하는 구소련 및 중국 동포들이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취업 자격을 가지고 체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허가제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사업장 이동을 금지한다는 것은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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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일자리 침해 방지라는 정부의 주장은 단지 명분으로 기능할 뿐, 정부의 진의는 값싸고 사업주의 요구에 순응하는 노동력으로 이주노동자를 오랫동안 활용, 착취할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신창이가 된 고용허가제는 이제 더 이상 고쳐서 쓸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로부터 떠맡은 해결 과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했다. 

기형적인 장기 순환 정책과 이주노동자를 저임금으로 활용, 착취하기 위해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사업장 이동 금지라는 독소 조항만이 제도의 부실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고용허가제 폐지'라는 구호는 지난 10년 동안 고용허가제 하에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증언이며 정당한 인간의 권리와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라는 요구이다. 

- 주

1) 고용허가제 시행평가 및 제도 개선방안(2011.12. 고용노동부)
2) 고용허가제 7주년,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 토론회 (2011.8 외노협)
3) 그간의 고용허가제 운영과 향후 정책방향 (2014.8.13.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실)
4) 2011년 고용허가 제한 126건, 고용허가 취소 28건/ 2012년 고용허가제 제한 62건, 고용허가 취소 16건 (2013 고용노동부 요청자료. 장하나의원실)
5)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 통계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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