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정책-다문화정책 기본설계도부터 충돌

 
여성부 "결혼이민자는 따로" VS 법무부 "외국인 정책 틀안에서"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의 관할 영역을 놓고 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 정책의 업무 중복은 여러 차례 문제시됐으나 기본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기본계획 단계부터 두 부처가 맞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2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외국인정책 총괄 부처인 법무부는 2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난 5월 유관 부처에 초안을 보낸 이래 4차례 의견조회를 벌였으나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여성가족부는 아예 결혼이민자 관련 과제는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다.

법무부는 다문화 정책도 종전처럼 외국인 정책의 큰 틀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성가족부는 다문화 정책은 엄연히 별도의 법률이 있는 만큼 따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향후 5년간(2013년-2017년) 각각 외국인 정책과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의 기본 설계도 역할을 할 기본계획에서 두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김종민 외국인정책과장은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의 2008년 제정 과정에서 이미 업무 중복 우려가 있어 국회 법사위가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의 정책 수립체계를 따르도록 수정안을 제시, 반영됐다"며 "이런 취지를 감안하면 여성가족부의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07년 제정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의 배경이 관련 정책의 단편적인 수립을 막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 추진하려던 것인 만큼 다문화 지원 정책은 외국인 정책 틀의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외국인 인력 정책은 이러한 정책 추진 틀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강선혜 다문화가족정책과장은 "다문화가족 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부처간 업무 중복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법무부에 아예 기본계획부터 중복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성가족부는 신법이 구법보다 우선한다는 논리도 들면서 부처 간 업무 중복 문제의 해소를 둘러싼 근본적인 조율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문화 정책을 둘러싼 부처 업무 중복 문제는 다문화가족 지원법 제정 이후 이미 여러 차례 불거져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계획 단계에서는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08-2012년)이 수립된 뒤 1차 다문화가족지원정책 기본계획(2010-2012년)이 확정되면서 여성가족부도 법무부의 정책 추진 틀 내에 들어와 매년 정책 추진실적을 법무부에 제출하는 등 두 부처 간에 별 충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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