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만명 넘게 사는 시·군·구 모두 49곳

등록 : 2014.07.08 13:22수정 : 2014.07.08 16:52

안산시 단원구 원곡본동에 붙은 중국어 구인광고. 김정효 기자

【데이터 한겨레】 외국인 156만명 거주지, 읍면동 분포 시각화
안산 원곡본동 89.4%·영등포 대림2동 83%로 전국 1,2위

여러분 동네에 외국인이 몇 명 쯤 사는지 아십니까?

당신이 경기도 안산 원곡본동이나 서울특별시 대림2동 주민이라면 이웃 100명 중 80~90명, 대구 수성구민이라면 한 명이 채 안 된다. 외국인 이웃은 누군가에게 가깝고, 누군가에게는 멀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 이웃을 가지고 있을까?

156만9470명.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외국인 수다. 단순히 머물다 가는 여행객이 아닌, 장기체류외국인, 귀화자, 외국인 주민의 자녀들이다. 적은 듯 보여도 대전광역시(153만2811명), 광주광역시(147만2910명), 울산광역시(115만6480명)인구보다 많다. 증가폭도 크다. 지난 한 해 8.6%가 늘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우리는 한국 땅에 살면서 대전, 광주, 울산 시민보다 더 자주 외국 주민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에 있나?

외국인 이웃을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면, 그들이 어딘가 모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SNS팀은 통계청과 안전행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도, 시ㆍ군ㆍ구는 물론 읍ㆍ면ㆍ동 단위까지 외국인 분포를 살펴봤다. 안행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거주 현황 통계를 시ㆍ군ㆍ구 단위에서 읍ㆍ면ㆍ동 단위로 넓혔다. 그 결과 기존 시,군,구 단위 분석보다 더욱 극명하게 외국인 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예를들어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서울특별시를 살펴보자.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해도 서울 전체를 놓고 보면 외국인 비중은 전체 서울시 인구의 4.1%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구로 시야를 좁히면 외국인 비율은 15.06%로 높아진다. 다시 동 단위로 시야를 좁혀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 사는 외국인 비율만 따져보면 무려 83%다. 주민 10명중 8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곳에서 외국인 정책을 펴고있는 김종윤 영등포 글로벌빌리지 센터 주무관은 “한국주민과 충돌 없이 지내기 위한 캠페인 기획, 작은 문화 사업, 마을 만들기 등 소소하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들을 주로 펼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주민이 동네단위로 한데 몰려 살고 있는만큼 거시적인 외국인 정책만큼이나 동네 단위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서울·경기 빼면 충남 3.7% 최다…중국계가 절반
산단·농공단지 많은 음성군 9.5%…일자리와 밀접

외국인 주민 156만9470명중 63.1%인 99만372명은 서울과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에 살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외국인 비중이 호각을 다툰다. 비중으로 보면 서울이 4.1%로 경기도(4.0%)보다 조금 높지만, 수로 보면 경기도의 외국인 주민이 49만2790명으로 서울(41만5059명)을 압도한다. 기업체와 대학이 몰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행부는 분석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외국인 주민 평균 비율인 3.1%를 넘긴 곳은 충청남도가 유일하다. 충청남도는 7만5394명, 인구의 3.7%가 외국인이다.

시야를 좁혀 시군구 단위로 살펴본 결과, 외국인 인구가 1만명을 넘는 지역만 무려 49곳에 달했다. 지난해 44곳에서 5곳이 늘었다. 안산시 단원구(6만441명), 영등포구(5만8927명)를 비롯해 외국인 주민 수 상위 10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9개가 서울과 경기도에 있다. 외국인 인구가 기초자치단체 인구의 10%를 넘는 곳도, 안산시 단원구, 서울 영등포구, 서울 금천구 서울 구로구 등 4곳이다.

전반적인 수도권 집중 흐름 사이에서 외국인 주민 비율이 눈에 띄는 곳은 충청북도 음성군이다. 음성군의 외국주민 비율은 9.51%로 비율로만 보면 전국에서 6번째로 외국 주민이 많다. 음성군에는 산업·농공단지와 개별 입주 기업체가 1900곳이 넘을 정도로 일자리가 많다. 외국 주민의 밀집도가 결국 일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외국인 주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인 34.3%(53만8587명)가 외국인 근로자 신분이다. 외국국적동포(14.9%), 기타 외국인(13.8%) 신분으로 머무는 외국 주민 상당수도 어떤 형태로든 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민의 국적을 살펴보면 중국동포(한국계 중국인)가 34.3%로 가장 많았고 중국 국적의 외국인 주민이 15%를 뒤를 이었다. 중국계의 비중이 53.7%로 국내에 사는 외국인 이웃 비율의 절반을 넘는 셈이다. 이어 베트남(11.8%), 남부아시아(4.8%), 미국(4.5%) 순이었다.

안산 원곡본동 2만9726명 거주…전국 최다
주변 시화·반월공단 위치해 교통편리 장점

다시 한번 눈을 좁혀 외국인 비중이 가장 높은 안산시를 살펴보면, 단원구 그 가운데서도 원곡본동과 원곡1동에 외국인 주민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원곡본동 인구 3만3256명 가운데 89.4%인 2만9726명이 외국인이다. 이웃한 원곡1동의 외국인 비율도 81%에 달한다. 이들 지역 근처에 있는 선부2동(27%), 초지동(18%)의 외국인 비중도 높다.

안산시 외국인 주민센터 관계자는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사이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거주하는 분들의 70% 가까이는 인근 공단에서 일하고 있다. 일단 마을이 형성되니 정보교환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주민 비율이 높은만큼 안산시는 가장 먼저 외국인 행정 인프라를 갖췄다. 2005년부터 시 차원에서 외국인 지원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외국인 전용 주민센터도 만들었다.

옛 구로공단 외국인 등 정착 시작한 영등포구
6개동이 비중 20% 넘어…거주반경 점점 확대

국내에서 두번째로 외국인 인구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인근에 있던 구로공단이 사라진 지금, 공장 노동자의 주거지역이라기보다 외국인 전용 상업지역에 가깝다. 대부분 주민들도 외국인, 특히 중국동포를 상대로한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한글 간판보다 중문 간판이 더 흔한 영등포구 대림2동의 밤거리. 조승현 기자

특히 영등포구 대림2동에는 1만3853명의 외국인이 산다. 대림2동 인구가 1만6558명인 것에 비춰보면 인구의 83%가 외국인인 셈이다. 본래 구로공단 등에서 일했던 이들은 근처 구로, 가리봉 지역이 디지털단지를 비롯한 업무지역으로 변해가면서 거주지역을 찾아 대림2동으로 하나 둘 몰려들었다고 한다. 공단은 사라졌지만 외국인은 남았다. 강용인 대림2동장은 “외국인들이 모이다보니 외국인에 편리한 시설들이 발달했고 다시 외국인이 들어오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지금은 주민 수보다 더 많은 외국인 유동인구가 주말이면 찾아온다. 거주 주민들은 대개 이들을 상대로 중국인 음식점, 비자발급을 돕는 행정사, 환전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대림2동 주변으로 거주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같은 영등포구 내의 대림1동(32.7%), 신길5동(28%), 도림동(27%) 등 영등포구 18개 동 가운데 6개 동의 외국인 비중이 20%를 넘겼다. 이웃한 금천구(11.52%), 구로구(10.58%)에도 여전히 많은 외국인이 산다.

글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데이터 시각화 조승현 shcho@hani.co.kr

*기사 안의 지도들은 2014년 7월1일 충청북도 청주시 행정구역 개편 이전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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