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10년... 외국인 노동자들 부서진 코리안 드림

수정: 2014.06.13 22:06
등록: 2014.06.13 19:42

2010년 한 인터넷언론에 네팔 출신 외국인노동자 두 명의 사연이 보도됐다. 이들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로 어업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와 난생 처음 본 바다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렸다. 고기잡이 배 선원으로 취직한 이들은 한국인 선장의 기분, 날씨, 조업 속도 등 ‘삼박자가 갖춰져야’ 겨우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렇게 일해 받은 월급은 90만원. ‘워킹푸어’로 대표되는 일본의 비정규직 문제와 맞물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설 게공선의 한국판 사건이었던 셈이다.

비극은 반복된다. 11일 경기 안산에서 만난 캄보디아 출신의 킴 쌈밧씨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피해 농장을 탈출, 민간 외국인노동자 보호기관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쉬고 있었다. 그를 채용한 사장은 외국인노동자 수십 명을 전국으로 데리고 다니며 일을 시켰다. 그는 1년 3개월 동안 전국의 400여 개 농장에서 밭을 매고 짐을 날랐지만 손에 쥔 돈은 한 달에 85만원뿐이었다.


사업장을 바꿔달라는 요구에 사장은 “고용 해지 대가로 15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고, 천신만고 끝에 보호기관을 찾아 간 그를 근무지 무단이탈로 신고했다. 외국인노동자 무단이탈이 접수되면 정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간주, 본국으로 강제 송환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정책을 기회 있을 때마다 자랑한다. 이달 4일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은 “한국의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2010년 ILO로부터 아시아의 선도적인 이주관리 시스템으로 평가 받았고 2011년에는 유엔으로부터 공공행정 대상을 수상했다”고 자랑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제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8월17일로 시행 10주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 제한은 지엽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외국인노동자의 3년간 단기 체류를 통해 노동력을 공급하면서도 내국인 고용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10년간 수 차례 개정으로 누더기가 돼 제도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외국인노동자를, 이들이 바꿔놓은 한국사회를 너무 모르고 있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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