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대부 박천응 목사 ‘다문화’로 박사학위
안산 | 경태영 기자 kyeong@kyunghyang.com
  • 이주노동자들의 대부인 박천응 목사(51·사진)가 국내 다문화를 주제로 논문을 쓴 박사 1호가 된다. 경기 안산에서 20여년째 안산이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목사는 오는 22일 인하대에서 <혼종적 담론비판분석으로 본 한국 다문화담론 비판>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지난 2년간 인하대 대학원에서 다문화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 목사는 “국내 다문화주의의 핵심 담론은 ‘국가경쟁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화에 따른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주노동자는 사회적 약자이자 양극화의 희생물이 되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통제와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 때문에 차별·배제의 다문화사회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논문에서 다문화주의에서 나타나는 차별·배제의 현상을 ‘다문화주의 이후의 다문화’로 규정했다. 또 이 현상의 상위지배 담론을 ‘국가경쟁력’으로 보고 유럽 등지의 다문화주의 실패라는 평가도 세계화에 따른 국가경쟁력의 한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는 논문에서 국내 동화주의적 차별·배제형 다문화주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다문화철학 재정립, 인권형 다문화주의 강화, 다문화 시민성 강화, 지역 다문화 공동체 형성과 다문화 비평 전문가 양성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박 목사는 “이제는 인권형 다문화주의 정책의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다문화 지역사회 공동체와 다양한 협동문화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1994년 10월부터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설립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현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를 맡아 활동해왔다. 그동안 ‘국경없는 마을 축제’ 개최(1995년), 국제결혼 가정과 외국인노동자 가정을 위한 ‘코시안의 집’ 운영(1997년), 이주여성 상담소 ‘블링크’ 개소(2005년), ‘중국동포노인 상담소’ 개소(2006년) 등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2005년 1월에는 경기 화성의 한 업체에서 노말헥산을 취급하던 태국인 이주노동자 8명이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란 직업병에 걸린 사실을 밝혀내고 이 중 태국으로 돌아간 3명을 현지에서 데려와 치료를 받게 주선했다. 또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활동을 통해 불법체류자녀들도 중학교까지 다닐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박 목사는 “다문화운동 1세대로 이제는 이 분야 학자로도 1세대가 되어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향후 지역사회 국경없는 마을 운동 활성화와 다문화 비평 전문가 양성을 위해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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