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24 20:07수정 : 2014.04.24 22:48

앰네스티 오드리 국장

앰네스티 오드리 국장 인터뷰
외국인노동자 인권유린 심각
가정 95% 가사도우미 고용
주로 필리핀 등 아시아 여성
고용주 허가없이 출국 금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상당수가 일주일 내내 휴일도 없이 새벽 5시부터 자정을 넘기도록 일을 합니다. 남성 고용주한테 성폭행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를 했다가는 오히려 혼외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에 걸려 감옥살이를 하기도 합니다.”

23일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이 ‘잠잘 때만 쉴 수 있어요: 카타르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착취’ 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앞서, 오드리 고크란(사진) 앰네스티인터내셔널 국제이슈 국장이 지난 15일 <한겨레>를 찾아 카타르 여성 이주노동자의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카타르는 ‘카팔라 시스템’(스폰서 제도)을 통해 비숙련 이주노동자의 체류 여부를 결정하는 전권을 고용주에게 준다. 2004년에 근로시간이나 의무휴일 등을 규정하는 노동법 조항이 비로소 마련됐지만, 가사도우미는 이 법의 적용과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타르는 190여만명의 인구 중 국적자 25만여명을 빼면 대부분 이주노동자로 이뤄진 나라다. 이러다 보니 카타르 가정의 95%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절반 넘는 가정이 둘 이상의 가사도우미를 둔다. 현재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8만4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상당수는 계약조건 불이행, 임금 체불, 욕설과 폭력, 성적 학대 등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법적 보호장치도 없고, 가사노동자 특성상 집집마다 고립돼 고용된 탓에 인권유린 실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카타르를 수차례 방문했던 고크란 국장은 “가사도우미는 카타르의 열악한 노동권 보호에 여성 인권의 취약성까지 더해져 가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만난 필리핀 국적의 여성 가사도우미는 고용주의 성적 학대를 피하려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가 다리와 척추가 부러진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지만, 현지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사도우미 상당수는 입국과 함께 고용주에게 여권을 빼앗긴다. 허가 없이 외출하면 자칫 불법 도주자로 몰리게 된다. 이러다 보니 욕설과 폭력 등 가혹행위를 당해도 고발할 길을 찾기 어렵다. 이주노동자는 노조 결성 자체가 불법이고, 고용주의 성적 학대를 고발했다가는 오히려 ‘혼외 성관계죄’로 1년가량 감옥에 가기 십상이다. 지난해 3월 현재 카타르 수도 도하의 여성 교도소 수감자의 70%가 이주노동자인 가사도우미들이다.

결국 가사도우미는 가혹한 처우를 당할 경우 달아나서 체포돼 강제 송환되는 것 말고는 저항할 방법이 없다. 고크란 국장은 “가사도우미를 보호할 법적 장치를 우선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압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사진 김경호 기자 seraj@hani.co.kr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