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노동자 '이중고'…송출 뒷돈에 귀국보증금도

 

베트남 정부 올해부터 '귀국보증금' 예치제 시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우리나라에 온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비싼 입국 비용은 물론 귀국보증금 예치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베트남 내에서 경쟁이 치열한 탓에 한국 입국에 적지 않은 송출 '뒷돈'을 찔러줘야 하는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가 불법체류를 막는다며 귀국보증금 예치제를 시행하자 금전적인 부담과 함께 '입국 불이익'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한국이주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올해부터 귀국보증금 예치제를 시작했다. 우리 정부가 2012년 8월 베트남 노동자의 불법체류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이주노동자의 추가 입국을 중단시키면서 대책을 요구하자 베트남 정부가 이 제도를 만든 것이다.

한국행을 희망하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한국에 가기 전에 예치금 조로 한화 540만원 가량을 맡기는 것으로, 만약 불법 체류를 하게 되면 베트남 정부가 이 돈을 벌금으로 징수한다는 것이 귀국보증금 예치제의 골자다.

우리 정부는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3월부터 귀국보증금 예치를 조건으로 베트남 노동자의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

이주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 여타 국가 이주 노동자들의 입국 비용이 1천∼2천 달러인 데 비해 베트남 노동자들은 1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번 귀국보증금 예치금제 시행으로 금전적 부담이 더 커졌다.

다시 말해 비싼 입국 비용에 귀국보증금까지 한화 1천500만원 이상을 내고 온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그 돈을 갚을 만큼 벌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서 다시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 인력을 송출하는 국가 중에 베트남 정부만이 귀국보증금 예치제를 실시, 한국 입국에 행정처리가 추가되는 탓에 한국 내 사업주들이 베트남 출신 인력을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7년에 입국해 귀화한 원옥금 베트남 공동체 대표는 "올해 3월부터 귀국보증금 예치제가 시행돼 한국으로 들어오는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금전적 부담이 커졌고 입국 불이익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정부에 이어 미얀마 정부도 한국행을 희망하는 자국 노동자들에게 귀국보증금 예치제 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부터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이 시행돼 퇴직금마저 '떼일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이주노동자들의 마음이 무겁다.

2003년 개정된 고용허가제법은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대신한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토록 했으나 작년 말에 현행 보험금을 '퇴직 뒤 3일 안에 받을 수 있다'에서 '출국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로 변경된 조항이 신설돼 오는 7월 29일부터 시행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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