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코로나19 치료비 부과 논란
  •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  2020년 07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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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염병예방법 손질 언급
민주당, 개정안 발의 준비 중
이주민단체 "국제 규약 위반"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코로나19 진단·치료비 지원 조정을 검토하는 가운데, 경남 도내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는 23일 "정부가 외국인 입국자에게 진단비와 치료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다"며 "인종차별을 부르는 감염병예방법 개악 시도를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현재 코로나19 진료·치료비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전액 국가에서 부담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외국인에 한해 진단·치료비 징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브리핑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외국인 치료비 전액 부담이 방역과 의료체계에 부담이 된다면 법률 개정을 검토해 바꾸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23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에 따르면 강 의원은 외국인에게 치료비를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이번 주 안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정부는 초기보다 외국인 확진자 비중이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지만 전체 규모로 따지면 여전히 소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각도로 원인을 분석하는 게 먼저인데 '한국에 가면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돈다'는 근거 없는 주장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감염병예방법 개정을 저울질하는 것은 국제보건규약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보건규약 40조는 '당사국은 공중보건 검사·격리·예방조치 비용을 여행객에게 청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우리나라 역시 여기에 합의했다.

이들은 현재 코로나19 진단·치료비의 80%는 건강보험료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이라면 더욱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체류 외국인이라면 합리적 범위에서 별도 기준을 부과할 수 있겠지만 노동·유학 등으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에게 비용을 물리는 행위는 국적 차별이라는 것이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제도를 재검토할 때는 정당성뿐 아니라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을 잘못 바꿨다가 노동력 공백으로 말미암은 생산현장 위기, 유학생 감소에 따른 대학 운영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구축한 보편적 의료복지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대다수 이주민이 정부와 지자체 재난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듯, 위기마다 가장 힘없는 쪽에 희생을 강요하는 관행이 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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