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주무르는 마피아 저임 착취 심해져… NYT "용기 내 항거한 阿출신들은 영웅" 찬사

 

이탈리아 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농업지역 로자르노. 지난 20여년간 겨울철이면 가나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인 및 흑인 이주노동자들이 건너와 감귤, 오렌지 수확에 동원되는 곳이다.

지금은 그들을 볼 수 없다. 1월 초 발생한 북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유혈 폭동 때문이다. 그들의 집단숙소는 불도저가 밀어버려 폐허가 됐다. 이들 이주노동자 1000여명은 공포감에 젖어 '자발적'으로 보호 캠프로 떠났다.

사건은 얼핏 이주노동자와 현지 주민 간 충돌로 비춰진다. 지난 7일 이주노동자 2명이 현지 젊은이들의 공기총탄에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과 현지 주민 사이에 3일 동안의 유혈 충돌이 있었다. 이주노동자 3명이 쇠몽둥이에 맞는 등 70명이 다쳤고, 경찰이 나서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사건 발생 2주 뒤인 25일, 뉴욕타임스(NYT)는 현지 마피아 전문가 로베르노 살비아노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을 '이탈리아의 아프리카인 영웅들'이라고 표현했다. 현지인도 맞서지 못한 마피아 조직에 항거한 용기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도대체 로자르노 폭동 사태의 전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로자르노가 속한 칼라브리아 주는 마피아가 지역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농장주와 공장주들은 마피아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공급받는다.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다. 마피아는 저임 노동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을 착취하면서도 호의적으로 대했다.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마피아가 연계된 농장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 일당으로 25유로(4만여원)를 받았다. 그 중 5유로는 알선료로 마피아가 떼 갔다. 그들은 폐공장이나 빈집에 텐트를 치고 전기와 식수 없이 노예처럼 생활해왔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 15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그런데 최근 수년 새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 14일자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이 '세계화의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값싼 스페인산, 브라질산 오렌지 주스가 식탁을 점령하면서 현지산은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농장주들은 수지를 맞추려 이들의 임금을 더 깎았다.

유럽연합(EU)의 농업보조금 정책 변경이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용도폐기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 예산 압박을 받은 EU가 감귤 무게 대신 농장의 면적 기준으로 보조금을 일률적으로 지급, 감귤을 수확하는 일손의 필요성이 크게 줄게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는 반이민자 정서를 확산시켰다. 스페인의 경우 2009년 불법 이주노동자는 7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AFP 통신은 25일 전했다.

이런 이유로 마피아들이 불필요해진 이주노동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폭동을 사주한 것이라는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살비아노도 NYT 칼럼에서 "2008년 마피아가 장악한 나폴리에 이어 로자르노에서 대규모 이주노동자 폭동이 일어났다. 유일하게 이주노동자만이 그들과 싸우는 용기를 냈다"고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원문 : http://media.daum.net/foreign/view.html?cateid=1046&newsid=20100126181106146&p=kukmin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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