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브라운… 英아동 13만여명 해외 강제이주 공식 사과 [2010.02.25 18:33]

“어린이 이민자들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4일(현지시간) 하원의원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영국은 1618∼1970년 어린이를 해외 식민지로 보내는 ‘아동이주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0세기 들어 호주 캐나다 등으로 보내진 14세 이하 어린이만 13만명이었다. 대부분 낯선 땅에서 학대와 노동에 시달렸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주당한 어린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보육원 등에 맡겨진 상태였다. 어린이들은 “부모가 죽었다” “호주는 바로 옆 동네”라는 등의 거짓말에 속아 배를 탔고, 부모들은 자세한 내용을 통보받지 못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 어린이들의 울음에 귀 막고 오랫동안 사과하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뉘우친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사과에 앞서 ‘이주 아동’ 60명을 초청해 일일이 용서를 구했다. 영국 정부는 약 100억원을 들여 이들의 가족을 찾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주아동연대의 마거릿 험프리 대표는 “오랫동안 갈망해온 사과를 들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사망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피해자는 7000여명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11월 케빈 러드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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