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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요구한다.

정부는 인종차별적 이주 정책 시행을 전면 중단하라!

 

3.21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에 즈음하여 한국정부의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정책이 제도적으로 인종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현실을 알리고 정부에 이에 대한 입장과 태도를 묻기 위해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

정부정책은 이주노동자, 이주여성, 이주아동, 난민 그리고 미등록이주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게 하고 있다. 정부는 말로는 다문화사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거없는 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선전하여 활용하고, 이주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공식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하는 존재라고 못 박으면서도, 이를 제도화한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값싸게 활용하기에 급급하다. 정부는 이러한 논리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는 신화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확인된 바가 없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로 인해 그 나라의 경제상황이 호전되었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연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자본의 요구에 따라 유순하고 싼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노동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여 분열을 획책하기 위해서 차별을 제도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이주노동자는 문화가 달라 한국사회의 적응이 쉽지 않고 생산력이 내국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논리로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에 가둬놓고 있다.

 

정부는 또한 이주여성들에게는 엄격한 귀화심사와 영주자격 전치주의를 앞세워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만을 선별적으로 입국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영주자격 전치주의는 이주민이 귀화 신청을 하기 전에 그 전단계로 반드시 영주자격을 취득하고 일정 기간 한국에 거주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 외국인의 경우 5년의 거주기간 중 3년 이상을, 결혼이민자의 경우 3년 거주기간 중 1년 이상을 영주자격으로 거주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혼이주자가 한국에서 가정을 꾸릴 때에 발생하는 문제를 문화적 차이와 결혼이주여성 개인의 소양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난해까지 매년 한국인 배우자의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이주여성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과연 문화적 차이와 결혼이주여성의 개인의 소양이 부족해서인 것인가. 문제는 배우자의 동의하에서만 체류기간이 연장되고, 영주권과 귀화 여부 또한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에 있다. 한국인 배우자에 종속되어 살아가야만 하는 족쇄를 이주여성들에게 채우고 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고, 이에 이주여성들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목 놓아 외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정책은 그 책임을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돌리고 문화적 차이를 제도적으로 차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정부의 영주자격 전치주의는 이주노동자와 난민을 영주자격 대상자격과 귀화신청대상에서 전면 배제하고 있다. 만일 이것의 시행이 현실화된다면 결혼이주 여성의 법적 지위는 더욱 불안해질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난민은 오랜 기간 한국에 체류하더라도 안정적인 체류권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이주노동자와 난민은 더더욱 문화적으로도 개인의 소양에 있어서도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

 

지난해 3인의 미등록노동자가 정부의 살인적인 단속과 처우로 인해 사망하였다. 실적을 쫓아 자행되는 정부의 야만적인 인간사냥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광란의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는 지난 1월에 전국의 36곳을 외국인밀집지역으로 선정해 거동이 수상한 외국인에 대한 불심검문과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이를 체류 외국인이 140만 명을 넘어 외국인 범죄가 현시적 위협 요인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미등록체류자에 대해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찍기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318일부터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내용이었던 미등록체류자에 대한 광역단속을 시작했다. 광역단속은 2개 이상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한 지역에서 동시에 단속을 펼치는 것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불법체류자 은신 사업장에 대한 출입국공무원의 출입조사권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등록체류자에 대한 정부의 단속은 더욱 폭력적이고 집요하게 진행될 것이며, 이는 인종차별적 범죄자 낙인찍기를 포기하기는커녕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부는 또한 난민인정자에 대해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을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규정으로 난민신청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얼마 전 2인의 버마난민이 난민불인정에 대한 이의신청 중에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출입국단속반에 단속되었다. 관할인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 2인의 난민신청자가 2차례나 일을 하다 단속이 되었기 때문에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에 대한 근거로 출입국 내부지침이 그렇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이들 신청자들은 감옥과 같은 보호소에서 난민심사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결국 기소되지도 않고도 구속수감 되어 있는 신세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현재 난민들은 난민신청을 한 후에 심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의 심사기간동안 자신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노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이에 대해 2009년 국가인권위는 차별시정위원회의 결정으로 난민신청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에 관한 개선권고를 하였고, 그 내용은 헌법’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 결정등에 따라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소송을 진행 중인 난민신청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과 보호조치를 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이 인정하는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개선을 권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입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체류자격 소지여부를 떠나 이주아동의 교육권과 건강권, 체류권에 대한 차별적이고 불리한 조치들은 그 자체로 위법적 조항이며 즉시 폐지되고 수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05, 강제추방된 17세 몽골 청소년 K군의 문제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미등록이주아동의 처지와 미등록체류자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상식적인 차별이 또 다른 차별을 낳고 그 차별이 폭력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등록미성년아동을 구금하고 강제추방하면서도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라 발뺌을 하는 정부의 태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위법한 것은 몽골청소년 K군이 아니라, UN아동권리협약의 비준국이면서도 국내법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 협약의 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한 정부이다. 미등록미성년아동은 그 지위에 있어 열악하기 짝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고 차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아동들에 대한 그 나라 정부의 태도는 인권의식과 차별에 대한 민감성을 나타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청소년 K군의 사건은 한국정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UN인종차별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인종차별적 정책에 대한 시정권고를 한 바가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차별, 착취, 낮은 임금, 임금체불의 상황에 처해있음에 대해 우려하고 이주노동자가 사실상 영주자격을 획득할 수 없는 점, 이주노동자가 특히 미등록상태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가입할 권리가 없다는 점,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강제추방된 점에 대해 우려하고, 고용허가제에 대해 체류자격 유형의 복잡성과 다양성, 출신국에 따른 차별,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제한, 최대 고용기간과 관련하여 개정을 권고했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 중 특히 아동이 적절한 생활조건, 주거, 건강보장,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하고, 노동조합을 자유로이 결성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UN이주민협약을 비준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시정 이행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UN 인종차별위원회의 권고사항은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과 제도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이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인종차별위원회의 보고요청 사항들을 성실시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반인권,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이주민 인권의 의미에 대해 한국사회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대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이행계획을 밝히고 잘못된 정책을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

 

2013320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에 즈음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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