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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심사 강화는 이주 통제 강화

 

  

 

최근 법무부가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결혼이민목적 사증(비자)발급기준 강화, 사증(비자)발급 인정시 발급 기준 강화 등이다. 그 전에 없었는데 새로 생길 내용은, 결혼동거 목적의 비자 발급 시 다음과 같은 요건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부부간 기초적인 의사소통 가능 여부 초청인이 최근 5년 이내에 다른 배우자를 초청하였거나 과거 2회 이상 다른 배우자를 초청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초청인이 국적을 취득하였거나 영주가격을 취득하고 3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 초청인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6조의 최저생계비를 고려하여 법무부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소득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 피초청인이 입국 후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거공간 확보 여부 등이다.

    

 

하나씩 살펴 보자.

 

부부간 기초적인 의사소통 가능 여부

 

이는 결혼이민자가 기초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음을 입증하여야 결혼동거 목적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부부가 함께 구사할 수 있는 언어(결혼이민자의 모국어, 영어 등)가 있음을 입증하는 경우 심사는 면제된다. 부부 사이에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는데 굳이 이 조항을 두는 것일까? 그것은 정부가 보기에 지난 시기 국제결혼, 즉 브로커를 통해 초단기 집단맞선을 보고 며칠 만에 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하고 비자를 받고 이주여성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방식의 결혼에서 서로 말 자체가 잘 통하지 않아서 갈등이 쌓이고 결국 가정폭력이나 가정해체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어 구사 입증이라는 것이 한국어시험 통과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결혼이주를 위해 이주여성의 본국에서 또 다른 비용과 한국어시험 시장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을 따기 위해 여성들은 학원에 다녀야 하고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한편 말은 잘 안통해도 사랑이 통해서 결혼하게 될 수도 있다. 즉 브로커 결혼이 아니라 다른 자연스런 계기로 만나서 사랑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결혼에서 한국어 능력을 요구해야 하는 것일까?

 

초청인이 최근 5년 이내에 다른 배우자를 초청하였거나 과거 2회 이상 다른 배우자를 초청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이것은 국제결혼을 여러 번 하는 사람을 제한하려는 목적이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을 초청해서 같이 살다가 금방 헤어지고 다시 다른 사람과 국제결혼하는 사례들이 있기는 있다고 한다.

정부는 해외활동 중 자연스럽게 교제하여 혼인에 이르게 되는 사람은 5년 내 2회 결혼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평생 동안 3회 이상 국제결혼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기 때문에 이 규제는 속성 국제결혼을 방지하는데 적절한 대응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개료만 부담하면 횟수에 제한없이 외국 여성을 초청할 수 있다고 인식되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국제결혼 풍토 개선을 이유로 들어 국제결혼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은 결혼 횟수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 자체이다. 즉 사생활 상의 이유로 혹은 기타 다른 이유로 결혼을 여러 번 할 수도 있는데 과연 5년에 1, 평생 2명이라는 기준을 국가가 정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이다.

 

초청인이 국적을 취득하였거나 영주가격을 취득하고 3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

 

이것은 결혼이민자(주로 결혼이주여성)가 국적이나 영주자격을 취득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다른 외국인을 결혼이민자로 초청하는 경우 이를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즉 결혼이주여성이 단순히 국적이나 영주권 취득의 목적으로 처음에 결혼을 했다가 취득 후 곧바로 이혼하고 다른 이주 남성(주로 본국 출신이거나 국내에 있는 다른 이주노동자 남성)과 결혼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 결혼이민자가 혼인피해자 요건으로 국적·영주자격을 취득한 경우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규제 역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일까? 국제결혼 가정의 가정폭력 발생율이 70%라고 하는데 피해여성들이 피해자요건을 갖추어 국적·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결혼이주여성이 자기 의사로 혹은 여타 가정 내 문제로 이혼하고 다른 이주민과 결혼하는 것을 왜 규제해야 하는 것인가? 국적·영주권 취득하고 3년 내에 다른 이주민과 결혼하면 국제결혼을 악용하는 것이고 3년 이후에 결혼하면 악용이 아닌 것인가?

이 제한의 숨은 의도는 결혼으로 이주해 온 여성과 국내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다시 결혼하여 남성 이주노동자의 정착을 막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즉 결혼이주 여성이 다시 다른 내국인과 결혼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주 남성과 결혼하여 그로 인해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하는 이주 남성이 늘어나는 것을 정부가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명백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초청인의 결혼이민자 부양 가능 여부

 

이것은 초청인이 결혼이민자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지원할 수 있는 정상적인 주거공간과 최소한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초청자의 지난 1년간 소득(근로금융부동산 등 모든 소득 포함),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는 최저생계비를 감안하여 법무부장관이 매년 고시하는 소득액을 초과함을 입증해야 초청가능하다고 하는데, 다른 말로 하면 가난하면 국제결혼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그 근거로 정부는 가족부양능력이 없는 국민이 결혼이민자를 초청하면 국가와 사회가 예산으로 결혼이민자의 정착을 지원하여, 이에 대한 사회지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빈곤층 낙인 및 국민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 대책 마련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이 주로 저소득 계층에 속하는 이들이고 그래서 국제결혼가정이 빈곤층으로 된다는 것은 사실이며, 경제적 문제로 인해 가정내 갈등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관련 단체들에서도 역차별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범주로 따로 지원하기보다는 전체 복지체계 내에서 내국인이든 다문화가정이든간에 보편적으로 복지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규제는 경제적 능력으로 결혼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된다. 또한 부양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내국인 여성이 외국 남성과 결혼할 때에도 부양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인해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러한 여성들은 국제결혼을 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규제 강화가 의미하는 것

 

사실 그동안 국제결혼을 부추겨 온 것도, 인신매매적인 상업적 국제결혼을 방조해 온 것도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의 사태에 직면하여 그 탈출구의 하나로서 결혼이주여성의 유입을 활용해 온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결혼이주여성은 다자녀 출산을 통해 인구를 증가시키고 노인을 돌보는 등의 재생산 노동에 활용되며 농촌과 저소득층의 가계 소득에 도움되는 노동도 하는 존재이다. 20136월 현재 결혼이민자는 15만 명에 달하며 혼인귀화자 72천여 명까지 합하면 전체 222천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렇게 결혼이주는 조장하고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치해 온 정부에서 다시 국제결혼을 규제한다고 나선 것은 뻔뻔스러운 일이다.

우선 이는 전체적인 이주 관련 정책의 규제 강화 조치들과 같은 맥락이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정착할 수 없도록 장기 노동자에 대해서도 영주권 신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나, 체류기간을 넘긴 미등록 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관리와 통제 정책이 전반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겉으로는 다문화니, 세계시민이니, 이주민의 인권보장이니 하지만 실제로는 출입국 통제조치, 이주민에 대한 규제를 더 조이는 것이다. 둘째, 이주노동자 정착을 최대한 허용하지 않으려는 연장선에 있다. 이는 결혼이주여성이 국적·영주권 취득 후 이혼하고 3년 내에 다른 이주노동자와 결혼을 못하게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은 최장 98개월을 일해도 영주권을 신청하지 못하고 가족초청도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결혼 이외에 한국 땅에 정착하기란 쉽지 않은데 이마저 더 어렵게 만들려는 것이다. 셋째, 경제적 위계에 따라 정책 대상을 비자 정책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의 연장선상이다. 현재 부동산 투자이민제니, 공익 투자이민제니 하면서 돈이 있으면 영주권을 내주는, 말 그대로 돈받고 영주권을 파는 식의 정책가지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창조경제형 이민정책이라며 비자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가난한 나라에서 오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한 조치가 없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권리 보장부터

 

사실 이러한 규제책에 앞서서 정부가 해야 할 것은 20만의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이주여성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16월에 있었던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추모제자료를 보면 이주여성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한국인의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엄마이고, 노동자이고, 이웃이고, 시민입니다. 우리가 한국사회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지 우리가 여기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 배우자에게 폭행당하고 살해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차별과 폭력을 거부합니다.”라고 하면서

 

1. 상업적 결혼중개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중개업체에게 지급한 비용을 다수의 한국인 배우자들은 자신들이 그 돈으로 아내를 며느리를 사왔다고 생각하여 함부로 대합니다. 또 상업적 결혼중개업 때문에 우리를 가사도우미, 보모, 간병인, 활동보조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시아의 여성은 상품이 아닙니다. 아시아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2. 맞아 죽은 이주여성이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우리는 양성 평등한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우리의 체류자격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가정폭력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습니다. 더 이상 그런 비극은 인권국가 한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한국여성이든 이주여성이든지 남편에게 폭력당하거나 맞아 죽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3. 모든 결혼이민자에게 입국과 동시에 영주권이 주어져야 합니다.(이주여성들이 폭력을 당하고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참고 살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 우리의 체류자격이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배우자가 신원보증을 해주지 않아 체류연장을 하지 못하거나 영주권 혹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애타는 이주여성이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맞으면서 경제적으로 이용당하면서도 체류 때문에 차마 이혼하지 못하는 여성도 없어야 합니다.)라고 요구했다. 사망사건이 계속되는 이유는 결혼이주여성을 돈주고 사왔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가부장제,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주민에 대한 관리와 통제, 규제가 아니라 보다 자유롭게 이동하고 드나들 수 있는 이주정책을, 차별과 폭력이 아니라 평등과 우애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같은 시민, 노동자, 지역주민, 사회구성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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