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에 대한 성·인종차별 폭력 규탄한다!

1. 지난 7월 5일 온라인에서는 이주여성을 끔찍하게 폭행하는 남편의 영상이 급속하게 퍼졌고 범사회적인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베트남 음식을 만든다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남성은 아이가 울며 보는데서 이주여성을 가혹하게 구타했다. 갈비뼈에 금이 가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번 한 번만이 아니었다. 이는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 행위다. 경찰은 남편을 긴급체포했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주여성은 긴급 보호기관에 아이와 함께 보호되어 있다. 우리는 여성이자 이주민에게 가해진 이 폭력이 성차별 인종차별 폭력이라고 보며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폭력 피해 여성의 온전한 치유를 염원한다. 또한 이 사건이 개인의 일탈적 폭력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이주여성의 보편적 권리, 나아가 모든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바이다.

2. 이주여성 특히 결혼이주여성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필요로 들어온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주여성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으로 이주를 감행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성차별 인종차별은 이주여성들에게 이중 삼중의 굴레를 씌우고 억압과 희생을 강요해 왔다.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어머니로서 노동자로서 가사와 돌봄노동, 양육, 임금노동 등을 하도록 했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주여성들은 지역사회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고자 했다. 그러나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끊이지 않았다. 말을 잘 못한다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여성이라고 해서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의 2017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42%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 흉기로 위협을 당한 경우도 20%나 됐다. 심한 욕설 등 종속적 위계로 인한 언어적 심리적 학대도 81%나 되었다. 제조업 이주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는 12%가 사업장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농업이주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비율이 나타났다. 폭력, 정서적 학대, 사업장 내 비인간적 대우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이주여성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3. 이주여성을 종속적 상태에 있도록 강제하는 근본원인은 제도적 문제이다. 예컨대 결혼비자(F-6)는 체류자격 조건을 ‘우리 국민과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거나 양육하려는 부 또는 모’, ‘국민 배우자의 부모 또는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 등 철저하게 내국인 중심으로 설정해 놓았으며, 그마저도 내국인 배우자의 조력 없이는 체류연장이나 영주권, 귀화 등을 거의 할 수 없도록 해 놓았다. 그러니 일부 배우자들은 이러한 취약한 이주여성의 상태를 악용하여 이주여성을 마음대로 통제하려 한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사업주에 종속되어 있고 사업장을 옮길 자유도 없다. 여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체류지위마저 취약하다보니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비극도 이어졌다. 故 레티김동, 후안마이, 쩐타인란, 체젠다, 탓티황옥, 강체첵, 황티남, 추티마...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많은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 등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더 이상의 비극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4. 언론은 피해자 신변보호와 치유 회복을 위해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취재를 삼가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폭력을 휘두른 남편은 당연히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며, 나아가 이주여성의 권리를 제한하고 체류지위를 취약하게 만들어 종속적 상태를 강요하는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으로 반드시 논의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국제결혼 가족의 2세를 잡종, 튀기로 불러서 거센 비판을 받아 사죄하고 전체 시 공무원 인권교육을 이수받고 있는 익산시장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성차별 인종차별을 지속하는 말의 폭력, 물리적 폭력을 중단시키고 이주여성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이자 주체로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2019. 7. 8
이주공동행동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