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수치거리로 이름을 올리고 싶은가?
난민을 난민으로 인정하라! 
앙골라 난민 루렌도 씨 가족들의 체류와 권리를 보장하라!

지난 해 말, 앙골라 난민 루렌도 씨는 어린 아이들 넷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다. 그러나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공항에서 출국자들이 주는 음식과 생필품으로 연명하며 살고 있다. 루렌도 은쿠카 가족은 앙골라 국적을 가졌지만 콩고 출신이다. 콩고 내전으로 인접국인 앙골라로의 이주가 잦고, 앙골라 지배층이 콩고 출신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과정에서 루렌도 가족들도 앙골라 경찰에 의해 불법 구금을 당하는 등 박해를 받았다. 루렌도는 특수 경찰에 고문을 당해 겨우 탈출했고, 부인은 경찰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 동안 앙골라에서 쫓겨난 콩고인은 33만 명에 이른다. 루렌도 가족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고, 앙골라에서 관광 비자를 받아 지난해 12월28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루렌도 부부와 네 명의 아이들은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됐고, 여권마저 압수당했다.

루렌도 씨 가족은 지난 1월9일 ‘난민신청을 할 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난민인정 회부 심사를 받았는데, 불회부 통보를 받았다. 정부는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루렌도 가족은 아예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조차 없게 됐다. 앙골라로 강제 송환되면 죽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송환을 거부하고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조차 패소했다. 재판부는 루렌도 가족의 난민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국제 정세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며, 난민 혐오에 기반한 판결이다. 

작년 제주에 예멘 난민들이 들어왔을 때 한국 사회 일부에서 보인 것은 전형적인 제노포비아였다. 이주민에 대한 적대 정서로 점철된 비이성적 공포가 난무하면서, 난민들이 처한 위기적 상황들은 사회적으로 드러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 찾은 사우디 왕세자는 극빈 대접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내전에 책임이 있는 국가란 사실은 함구했다. 예멘은 지난 5년 동안 전쟁으로 죽어간 이들이 1만 명이 넘는다. 예멘을 공격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연합군에 무기 반출이 폭로되어 국제적 수치거리가 되기도 했던 건 바로 한국 정부였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더나은 삶을 위해 국경을 넘어 이주한다. 특히 돈이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국경을 넘는다. 그러나 난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선 탈출이다. 죽게 생겼거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위해 자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일 뿐이다. 최소한의 요구이자 권리인 난민심사조차 거절당한 루렌도 씨 가족은 10살이 채 안 된 아이들 넷까지 갇힌 생활을 하며 정서와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가고 있다. 그저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는 굶어죽든 쫓겨나 죽든 난민들의 절규에 남 일 취급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체류 연장 수수료 인상, 건설업 취업 제한 등 난민을 더욱 옥죄는 내부 지침들이 발표되면서, 일부 난민들은 한국을 떠나 제3국으로 가려는 실정이다. 정부가 난민들을 더욱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는 루렌도 가족을 끔찍한 고통으로 내몰지 말라. 루렌도 가족에게 국경을 열고 입국을 보장해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라!

2019. 7. 18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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