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부처님과 예수님을 믿는 종교인들이다. 그리고 부처님도 예수님도 모두 이주민이셨다. 오늘날의 불교인과 원불교인들은 “존재하는 모두가 부처다.”(불경, 원불교정전)라는 말씀을,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너희는 너희에게 몸 붙여 사는 사람을 구박하거나 학대하지 마라.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몸 붙여 살지 않았느냐?”(공동번역 출애 22, 20)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씨 사망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의 심각성이 드러나며 큰 충격을 주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외침은 한 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곳에서 울려 퍼져야 한다. 또한 인종차별이 UN이 규정한 반인류적 범죄임을 모든 국가가 인식하고 강력한 법적 규범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1979년 UN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종차별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고 있어 UN으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고 있다. 인종차별을 남의 나라 문제로 보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법률 제정을 통해 UN의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초기 과정에서 상당수 이주노동자들이 질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자국 언어로 받지 못했으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근무시간에 일터에서 나오지 못해 약국 방문을 통한 마스크 구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질병에 대한 공포가 특정 국가와 이주민에 대한 혐오로 변하여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들에 대한 공격이 나타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난민, 결혼이주민, 영주권자 등 일부 이주민을 건강보험 가입을 기준으로 하여 포함시키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체류자격을 가진 모든 이주민을 지급 대상으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확대된 사회적 기준을 보이고 있다.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들도 예외 없이 내국인과 동일한 고통을 겪고 있으나, 허술한 규제와 차별적인 정책으로 인해 이주민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지 않는지 정부 당국은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발생 이전부터 이미 이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종차별을 경험해왔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멸시와 모욕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들을 혐오하는 각종 단체와 커뮤니티들은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을 퍼뜨리고 있다.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인종차별과 혐오를 금지하는 법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난 해 11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차별·혐오표현이 금지되는 것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보장 측면에서 긴요하다."고 만장일치의 심판 결정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차별·혐오의 금지가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제 인종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과제는 21대 국회가 지고 있다. 국회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헌법과 UN인권협약이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만이 이 땅의 230만 이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며, 동시에 인종차별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첫걸음이라 하겠다. 
우리 <4대종단이주인권협의회>는 종교인의 양심과 신앙을 따라 차별없는 세상을 위하여 끝까지 협력하며 목소리를 낼 것이며, 모든 인간이 가진 고귀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더욱 많은 이들과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이다. 

2020년 6월 17일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
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원불교 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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