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 인종차별 철폐와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선언문

차별은 폭력이다! 이주민에 대한 모든 차별 철폐하라!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하라!

 

19603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는 평화적 집회에 경찰이 발포하여 69명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일으킨 이 사건은 1966UN총회에서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선포로 이어졌고 올해로 5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오늘도 인종주의와 차별의 현실에 맞서 싸우는 흑인생명은 소중하다운동, 팬데믹 하에서 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증오범죄 반대운동에서부터 각국의 이주민과 난민 권리운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세계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 연대의 인사를 보낸다.

 

이곳 한국에서도 이주민 권리운동은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한 세상을 쟁취하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 상황은 한국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해왔던 구조적 제도적 인종차별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혐오를 확대시켰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해 왔다. 이주민들은 코로나 정보에 대한 소외, 공적 마스크 구매에서 배제, 재난지원금과 각종 지원정책에서 배제 등 재난상황에서 더 큰 차별을 겪어야 했다. 최근에는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에서 이주노동자에게만 코로나 전수조사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로 낙인찍는, 공권력에 의한 거대한 차별을 당하게 되었다. 재난 시기의 이러한 배제와 차별은 당사자인 200만 이주민들에게 더 큰 폭력으로 다가온다. 작년 말에는 한파 속에 농업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저임금 장시간노동과 열악하기 그지없는 숙소 환경, 의료접근 소외 등 누적된 문제가 초래한 사회적 죽음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목소리와 힘을 모아 일어서서 저항했다. 부당한 인종차별에 맞서 평등한 권리와 법제도의 근본적 개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했고 노동권과 주거권, 건강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동했다. 그 결과 재난지원금을 동등하게 지원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이끌어냈고, 이주노동자 기숙사 문제에 대해 진전된 대책을 정부가 발표하게 만들었다. 통번역상담 일을 하는 이주여성노동자의 차별 처우 문제를 제기하여 개선운동을 벌이고 있고, 난민 권리를 후퇴시키려는 난민법 개악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를 위한 위헌소송과 운동, 농축산업과 어선원 이주노동자 권리를 위한 운동, 이주민에 대한 건강보험 차별 철폐운동, 처벌조항을 가지는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한다. 여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집권여당이 법안 발의조차 내팽개친 채 나몰라라 하는 행태는 엄중히 규탄받아 마땅하다. 차별은 폭력이며 이를 방조하고 법제도적으로 묵인하는 것은 더 큰 폭력이다. 이에 우리는 2021년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200만 이주민의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다음과 같이 외치는 바이다.

 

차별은 폭력이다! 이주민에 대한 모든 차별 철폐하라!

차별금지법 즉각 제정하라!

20213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 및 토론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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