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주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이주인권단체 의견서>

 

 

우리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재난을 함께 겪고 있습니다.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사회구성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역대책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며, 안전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이주인권단체들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인권에 기반한 방역대책을 수립해 주기를 바라며 아래와 같이 의견서를 전달합니다.

 

-아래-

 

지난 2월부터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나 외국인만을 특정하여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경기도는 남양주와 동두천 등에서 발발한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을 이유로 38일부터 22일까지 15일간 행정명령을 시행했고, 서울시는 17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한다고 밝혔다가 시행 이틀 만에 철회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많은 이주인권단체와 각국 대사관 항의가 빗발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19일자로 행정명령을 권고로 바꿨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시 행정명령이 인권 침해와 차별 논란이 벌어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정 총리는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수요자 입장에서 감수성을 가지고 방역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수본 또한 21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서울시의 경우 중수본 차원에서 행정명령 취소를 즉시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어 중수본은 각 지자체에서 이주노동자만을 특정한 "선별검사를 시행할 때 해당 사업장의 위험도나 혹은 발생현황, 근무형태 등을 고려해서 차별이나 인권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히 주의해 조정해줄 것을 19일 일제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들은 여전히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을 시행 중에 있고 철회 움직임이 없습니다. 특별히 경기도는 국가인권위가 19일 행정명령 철회 권고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22일까지 행정명령을 고수하여 내국인 50, 외국인 96명 등 총 146명의 확진자를 발견하여 감염확산을 조기에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그 결과에 고무돼 있습니다.

 

우리 이주인권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만을 콕 집어 검사를 강제하는 행태는 방역 상식을 벗어난 비과학적이며 인종주의적 행정을 규탄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권의 원칙에 기반하여 비차별적으로 방역정책을 수립시행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여러 지자체들의 전시행정이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 중수본에 요구합니다.

 

1. 이주노동자 전수조사 행정명령 중단

먼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해 강력하게 중단 요구를 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행정명령이 종료되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한 것처럼 시행된 행정명령이 담고 있는 차별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각 지자체에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요청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지자체마다 제각각의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많이 있고, 철회한 지자체에서도 예컨대 서울시 같은 곳은 고위험 밀집사업장 외국인노동자검사 권고라는 식으로 차별적인 낙인을 아직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는 샘플링 방식으로 바꿨지만 유사한 내용으로 남아 있습니다. 안산, 울산에서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채용 전 의무검사명령이 남아 있고 대구에서는 강력 권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인권위의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지자체별 차별 행정을 즉시 폐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2. 비차별적 방역 매뉴얼 마련

이주인권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을 예방하려면 밀집-밀접-밀폐라는 3밀 노동환경과 주거시설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자체들이 전수조사라는 전시행정을 강행한 것은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호를 내국인에게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이러한 행정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만 낳고 방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수본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방역이 과학적이며 이성적이며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 관련 매뉴얼을 좀 더 세밀하게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3. 낙인과 혐오를 조장하는 용어 사용 금할 것

이주노동자들을 방역 과정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용어, 낙인을 찍거나 강화하는 수사나 용어를 피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주요 언론과 중수본 등이 사용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사용을 금할 것을 요구합니다. 1975년 유엔총회는 제2443회기 총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사를 결의(결의안 3449)하면서, 유엔 기구와 주요 기관들에 모든 공식 문서에 '미등록 혹은 비정규 이주노동자'라는 용어를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유럽의회총회 이사회(2006)는 불법 이주노동자라는 용어 대신 좀 더 중립적인 용어인 비정규 이주노동자라고 문서에 쓰기로 결의한 바 있고, 인권에 관한 유엔 고위급 회담(2009)에서는 불법 이주노동자라는 용어 사용을 반드시 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국제기구들이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불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하고 실천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 정부 기관이나 언론이 여전히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그 사람이 처한 법적 현실을 설명하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국가 안보나 재산, 인명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행정범이지 형사범이 아닙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는 편견을 낳고 존재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제규약은 이주노동자가 체류하고 있는 각국에서 그들의 체류 상태가 어떻든 인권을 가진 존재로 규정합니다. 인권 보호에 있어서 인권 침해 여부를 점검하고 살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만일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불법'이라고 규정짓고 취급하면 그들이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게 됩니다.

 

이주노동자를 불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들의 인권과 존엄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불법으로 규정지으면 노동자로서의 경험과 가족, 아동, 노약자 등으로서의 존재까지 불법으로 규정짓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용어를 공식 용어로 채택하면 사람들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격하며, 생존권까지 침해할 수 있습니다.

 

불법'이라는 단어는 이주노동자를 부정직하며, 주변인으로 혹은 공공 이익에 반하는 범죄인으로 취급받게 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용어를 채택하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징벌적 처우를 하고, 불합리한 강요나 처벌을 해도 되는 존재로 결정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듭니다. 결국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어' 자체로 범죄자 취급하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방역 정책이 시행되기에 앞서 당사자들을 배제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종 혐오와 증오 범죄를 부추길 수 있고, 사회 통합에 저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고 방역 실패로 귀결될 것입니다.

 

불법'이라는 용어는 부정적이라는 면에서 차별적입니다. 오늘날 시민의 존재 자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 단어가 유독 이주노동자에게만 쓰이는 것은 굉장히 차별적이고 공격적이며 억압적입니다. ‘불법'이라는 용어는 인류 가치에 반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공식 문건에 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단어입니다. 그럼으로 중수본은 앞으로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대신 가치중립적이며 공정하며 차별과 편견을 배제한 단어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4.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서의 불확실성 제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8일에 현재 외국인에 대해서는 장기 체류자와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동일하게 순서에 따라서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며, 불법체류 외국인의 경우에는 국민건강, 그리고 코로나19 전파 또는 고위험군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이라는 단서는 향후 여론 향방에 따라 미등록자들을 배제하거나 차별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38일 유엔 이주노동자위원회(CMW), 이민자 인권 특별보고관, 인권고등판무관실 및 지역 인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분배에 관한 주요 원칙들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취약성, 위험과 필요를 고려하여 감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배제되지 않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국적과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건강권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모든 이주노동자는 국민과 동등하게 백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국내 많은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고 비국적자라는 취약성 때문에 의료 접근성이 낮고 보건위생 등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입니다.

 

오랫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출입국 행정 당국의 단속을 보아왔던 이주인권단체들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접종 캠페인에 있어서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이주노동자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자 할 때 체류 자격 때문에 처벌 또는 추방 대상이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등록자라 할지라도 우선순위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하고, 백신 접종에 대한 그들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더불어 체류 자격으로 인한 출입국 보고, 구금, 추방 및 기타 처벌의 두려움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 등록 자료를 출입국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백신 접종 안내와 홍보캠페인에 있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처벌을 받거나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분명한 안내가 있어야 합니다. 미등록자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장 확실한 안내와 행정 절차는 미등록자 합법화일 것입니다. 이에 중수본은 출입국 당국에 합리적인 당근책으로 방역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5. 희생양 만드는 행정 지양

중수본이 권고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여러 지자체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전수검사 행정명령은 정확한 역학조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고 차별적입니다. 실효성은 없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눈에 보이는 행위를 통해 행정에 쏟아질 수도 있는 비난을 소수자에게 돌리는 전시행정일 뿐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전시행정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또 다시 희생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보증이 없습니다. 이에 중수본은 인권에 기초한 확실한 방역 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해야 할 것입니다.

 

6. 코로나 정보접근, 통번역 시스템 보장

코로나 관련된 정보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정보들이 제때에 적절하게 통번역되어 이주민들에게 제공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짜뉴스들이 횡행하면서 이주민들은 자국민 소셜미디어 등에서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접하면서 오히려 공포가 가중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1577-1366 다누리콜센터, 법무부 1345 콜센터, 질병관리청 1339 콜센터 등을 통해 상담을 제공하는데 이는 전화를 걸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확진자 발생 현황, 근처 보건소 위치, 증상 발현 시 행동요령, 선별진료소 및 생활치료센터 관련 정보, 검사 및 치료비용 정보, 일터와 삶터에서 방역수칙, 지역별로 방역단계별 조치사항 등 핵심정보를 이주민들에게 친화적인 매체, 언어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정보접근과 통번역 시스템을 지자체별로 제대로 보장하는 것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방역대책에 이주민이 참여하고 검사, 치료 등을 제대로 받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2021. 4. 1

이주인권단체 공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정부EXODUS, ()함께 하는 공동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한삶의집, 이주민센터 동행)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성서공단노조, 대구이주민선교센타, 이주와가치, 북부이주노동자센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민중행동, 대구사람장애인자립지원센타, ()장애인지역공동체, 경산장애인자립센타, 인권운동연대, 대경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땅과자유, 지구별동무, 무지개인권연대, 녹색당대구시당, 노동당대구시당, 노동당경북도당, 정의당대구시당, 진보당대구시당)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난민인권센터, 이주민공익지원센터 감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두레방, 정만천하 이주여성협회, 이주와 인권연구소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 의견서>

 

1. 감염병 위기상황 대응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인권의 원칙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방역조치는 그 자체로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도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국제인권규범은 공중보건을 이유로 한 국가에 의한 권리 행사 제한의 본질적 목적이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국제인권규범은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국가의 모든 공권력 행사가 인권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질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규범은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인권의 전면적 유예, 박탈 또는 훼손을 금지합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비상대책과 코로나19> 지침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권 제약이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의 원칙을 충족해야하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헌법 또한 제11조에서 차별의 금지를, 37조 제2항에서 적법성의 원칙, 비례성의 원칙 및 본질내용침해금지의 원칙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며,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국가에 의한 자의적 차별과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기본권 제약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주민의 인권과 관련하여서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지난 4<코로나19 상황에서의 이주민에 대한 인권 지침>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이주민들이 낙인과 차별이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의 정책이 이주민 혐오 또는 인종차별 조장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권고했습니다. 즉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소수자의 지위에 있는 이주민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특별한 보호의무 이행을 촉구한 것입니다.

 

 

2. 인권의 관점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행정명령의 문제점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와 강제검진 등 행정명령(이하 이 사건 행정명령’)은 그 자체로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이 금지하는 인권침해에 해당합니다. 앞서 살펴본 비례성의 원칙에 따르면 한정된 범위에서 최소한의 인권 제약을 초래하는 방역조치만이 허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 행정명령은 코로나19 감염 여부 또는 위험성과 관계없이 이주민 전반을 대상으로 한 조치라는 점, 전수조사 또는 강제검진이라는 수단 외에 자발적 검진 참여 요청 등 최소한의 인권 제약을 초래하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례성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됩니다.

 

나아가 이 사건 행정명령은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차별이기도 합니다. 국제인권규범은 명시적으로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을 표적으로 하는 방역조치를 차별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개인 또는 집단을 표적으로 한 방역조치는 해당 개인 또는 집단의 권리를 불평등하게 제한하는 것이자, 해당 개인 또는 집단에 대한 혐오와 낙인을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 행정명령은 코로나19 감염 여부 또는 위험성과 관계없이 이주민이라는 집단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주민이라는 집단을 감염의 위험원으로 취급하여 혐오와 낙인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차별금지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 행정명령은 한국 사회에서 열악한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있는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이라는 점에서 신속히 철회시켜야 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국가는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낙인과 차별에 취약한 소수자의 지위에 있는 이주민들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 이주민들을 감염의 위험원으로 취급하는 이 사건 행정명령을 방치하는 것은, 결국 국가가 위 보호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3. 전수조사와 강제검진 좋은 방역 정책이 아닙니다.

 

이번 외국인 노동자 검진 행정명령에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정부는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과도한 전수조사와 강제검진 중심의 방역정책을 고수했습니다. 자발적 검진과 참여를 통해 코로나19로 부터 개인과 주변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시민의 권리입니다. 전수조사와 강제검진이 더 효과적인 방역정책이란 근거는 부족함에도 방역당국은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하고, 강제적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년 5월 이태원 집단감염에서 강제 검진의 시도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자발적 검진과 익명검사 보장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8월 서울시는 노숙인 시설과 쪽방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했고, 모두 음성이란 결과를 부각시켰지만, 1월 거리 홈리스의 집단감염을 예방하지 못했습니다. 이태원의 경험은 자발적 참여와 검진 권리 보장의 긍정적 사례입니다. 홈리스의 경험은 전수검진 혹은 일제검진의 방역효과가 부족하다는 근거입니다.

 

필요한 것은 감염의 위험에 따른 자발적 검진 참여이고, 접촉자의 자발적 격리 공간의 지원이며, 확진환자의 늦지 않은 치료입니다. 더 나아가, 주거와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전수조사와 강제검진보다 더 좋은 방역정책입니다. 이번 행정명령처럼 특정 정체성을 지목하는 방식은 방역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킬 뿐입니다.

 

 

4. 이주민에게도 공평한 백신 접종 계획 수립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수 차례 모든 이주민에게 공평한 백신접종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강제검진의 상황을 통해 드러난 정부의 대응능력을 살펴보면, 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우선, 이번 지자체별 행정명령과 검사 참여 인원의 수를 보면 지자체가 이주민의 규모를 추산하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경기도는 8만여명을 예상했으나, 31만명 이상이 검진에 참여했습니다. 경북과 전남 등도 모두 지자체의 예상인원보다 훨씬 많은 이주민들이 검진에 참여했습니다. 접종참여자가 직접 보건소에 참여동의를 밝혀야 하는 현재의 백신접종 절차에 따르면 많은 수의 이주민들은 공평한 백신 접종의 기회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여전히 많은 이주민들이 불안정한 주거와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사업주 등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신체 이동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코로나19 방역관련 다양한 정보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백신접종 절차의 가장 첫 단계인 참여동의서 작성에서부터 이주민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이주민 백신접종 계획 수립 과정에 이주민관련 시민사회단체의 참여를 보장하시기 바랍니다. 이주민들의 삶과 노동 현장에 대한 방역당국의 무지는 이미 확인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주민 당사자와 관련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2021. 4. 1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활짝,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빈곤사회연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생명안전시민넷,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장애여성공감, 재단법인 동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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