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가 문제다

 

제주에 예멘 난민들이 도착한 이후 한국사회는 지난 몇 달간 난민에 대한 찬반논쟁으로 뜨거웠다. 정부의 출도제한에 불안을 느낀 일부 제주도민들의 문제제기로 시작한 논쟁은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와 혐오선동으로 이어지면서 청와대 청원과 수차례의 난민반대집회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이런 비이성적인 난민혐오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퍼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다.

 

난민혐오세력들은 혐오가 아니라 안전을 원한다며 자신들은 혐오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난민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저들의 주장에는 어떤 합리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난민과 범죄율 증가에는 어떤 통계적 연관성도 없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다. 유럽주요국가 중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독일은 최근 30년 이내 가장 낮은 범죄율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의 용의자 대부분은 그 나라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들이었다. 유럽의 뿌리 깊은 유색인차별과 무슬림차별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유럽인 스스로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다가 바다 속에 빠져 죽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에만 1500명 이상의 난민들이 지중해에 빠져 숨졌다. 왜 우리는 유럽인들의 안전에는 민감하고 난민들의 안전에는 무감한 것인가?

 

이슬람에 대해 노골적인 편견을 조장하는 주장들도 있다. 이슬람교는 전세계 20억 명 이상이 믿는 세계 4대 종교의 하나이다. 서방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IS나 알카에다 같은 사람들은 소수 극단주의자들인데 이것이 마치 전체 이슬람을 대표하는 듯 과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15만 명 이상의 이슬람신자들이 있고 한국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 종교극단주의는 이슬람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거대 종교들에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한국에서 난민신청한 사람들이 대부분 가짜난민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 밝혀진 것처럼 가짜난민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법무부였다. 의도적인 왜곡통역을 통해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예멘과 이집트처럼 분쟁과 군부독재 하에 있는 나라를 무사증입국 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가짜난민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그들이 말하는 진짜난민도 안 받겠다는 뜻 아닌가?

 

한편, 난민혐오세력들은 국민이 먼저다라고 외치고 있다. 난민들에 대한 보호가 대단한 특혜이고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유일하게 제공하는 초기 생계지원금은 1인당 43만원에 불과하고 6개월간 받을 수 있는데 이마저 예산부족으로 대상자의 3.2%밖에 받고 있지 못하다. 난민신청자들은 사회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2~3년씩 걸리는 심사기간 동안 대책 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이것이 특혜라면 스스로 난민신청자가 되어 보길 권유하는 바이다.

 

이렇듯 난민혐오세력들의 주장은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금방 거짓과 과장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 단호히 대처해야할 한국정부는 오히려 이들의 주장을 이유로 난민법 개악과 무사증협약국가 축소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법무부는 가짜난민과 심사적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사전심사 권한을 부여하려 한다. 하지만 이번 난민면접조서 조작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난민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강제 추방되는 난민신청자들이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국정부의 이런 태도는 다시 난민혐오세력들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심사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28일 이상 단식하고 있던 난민들에 대해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에 우리는 난민혐오세력들을 향해 난민에 대한 거짓주장과 혐오선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선동이 퍼지는 것을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한국정부 역시 난민혐오세력들을 핑계로 난민법 개악 등을 추진하는 것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난민에 대한 혐오발언과 증오범죄 등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목숨을 건 단식까지 하였던 난민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염원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심사, 그리고 난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와 존중을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난민혐오 등에 맞서 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다. 당장 다음달 20일에 있을 난민연대집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난민의 권리를 외칠 것이다. 혐오에 맞서 우리 모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행동하자!

 

난민법 개악 시도 중단하라!

난민혐오에 반대한다!

이슬람혐오에 반대한다!

정부는 난민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다하라!

제주 예멘 난민 인정하고 거주제한 해제하라!

난민심사 조작사건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2018916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참가자 일동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

[경기이주공대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노동당. 노동자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수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친구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차별철폐와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공동행동(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 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이주여성인권포럼. 이주인권연대. 재한이집트민주주의청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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