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위기의 이란 난민 부자(父子) 김민혁 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바란다

 
지난해 친구들과 교사들의 연대 운동에 힘입어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란 소년 김민혁 군이 현재 아버지와 생이별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의 아버지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민을 대하는 한국 정부의 냉혹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김군의 아버지는 난민 지위 재신청을 해 오는 6월 11일 난민심사 면접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무엇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김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김군은 올해 고등학교 1학년에 진학했다. 만약 김군 아버지가 끝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한국에서 쫓겨난다면, 그 자신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아직 미성년자인 김군은 보호자도 없이 홀로 한국에 남겨진다. 김군이 한국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내린 김군 난민 인정을 되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김군의 난민 인정을 위해 친구와 교사들이 벌인 운동의 성과를 무력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군이 다니던 중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사상 최악의 폭염도 아랑곳 않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김군의 난민 인정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들의 활동은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고 마침내 김군의 난민 인정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특히 당시 난민 반대 세력이 제주 예멘 난민 반대 집회를 수차례 개최하던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뜻 깊었다. 난민 지지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가 김군 아버지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런 성과를 뒤엎고 다시 혐오세력의 기를 살려주게 될 것이다.

김군은 아버지가 면접을 받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면접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흩어졌던 김군의 친구들도 다시 모여 6월 10일 법무부 앞에서 인도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인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김군 부자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런데 지난 난민 심사에서 정부는 한국어가 서툰 김군 아버지에게 십계명을 외워보라고 하는 등 보통의 한국인 신자라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졌다. 아들과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다는 부담감 속에서 그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은 상당했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 심사 과정에서 면접 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사례들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난민 지위 재신청을 한 이후 김군은 그 동안 숨겼던 얼굴과 한국 이름을 공개했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여러 행사와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이주민과 난민 차별에 반대하고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호소해왔다. 여전히 극성스러운 일부 난민 반대 세력의 비난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나선 것이다.

우리는 김군과 그를 돕는 친구·교사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낸다. 또한 정부가 김군의 아버지에게도 난민 지위를 부여할 것을 촉구한다. 부자가 이별의 두려움 없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며,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군이 학업을 이어가고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 6월 10일

이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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