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보호소화재 참사 12주기에 부쳐

참사 원인이었던 단속·추방 강화하는 정부를 규탄한다

 

 

오늘 211일은 여수 외국인보호소화재 참사 12주기가 되는 날이다. 참사는 억울하게 구금된 이주노동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7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신축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에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살려달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절규에도 쇠창살을 열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참사 후에는 병원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참사는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이 낳은 살인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4년부터 시행한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고자 대대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을 벌이고 있었다. ‘불법낙인을 찍어 인간사냥 하듯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았다. 시설부터 화재발생 후 대처까지 구금된 이주노동자들의 생명보다 도주 방지가 우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참사 후 전국적인 공분이 일었고 80여개 단체가 공대위를 구성해 투쟁에 나섰다. 서울역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하는 항의시위를 벌인 끝에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배상과 출입국관리국장 사임 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오늘 정부는 여전히 참사를 낳은 정책들을 지속·강화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무자비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날이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최근만 살펴봐도 지난해 10월 건설업 등을 집중단속 하겠다는 특별대책을 시행했고, 올해 2~3월 두 달 동안 외국인 불법입국, 불법취업, 허위 난민신청 등 알선 브로커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겠다고 한다. 2019년 주요 계획으로 경찰청과 협력한 대규모 집중단속도 예고했다.

 

지난해 9월 미얀마 출신 건설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단속 중 사망한 사건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이런 조처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사건을 직권조사 중인 국가인권위는 반드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국민일자리를 잠식한다며 단속 강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건설업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과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할 의지도 없고 조선업과 한국GM 등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에 책임이 있는 정부야말로 일자리 잠식의 주범이다. 악화된 고용지표에 대한 불만을 사회적 약자에 돌려 모면해보려는 비열한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오히려 단속 강화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아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는 압력이 된다. 브로커 단속도 이주노동자들이 더 위험한 경로로 입국하거나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할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법’, ‘가짜라는 굴레를 씌워 편견과 인종차별만 강화할 뿐이다.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는 외국인보호소 방문조사 후 지난해 4월 발표한 권고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 과도한 구금으로 ... 보호외국인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갖게 하여 물리적,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한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는 무려 48개월을 이런 곳에 구금돼 있다가 지난해 3월 풀려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는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결했다. “재임 후 1년 내에 보호기간의 상한을 두고 사법부의 사전 및 사후적 심사를 도입한다는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여수 참사는 지금 정부가 강화하고 있는 단속·추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가장 비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를 이간질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맞서고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정부는 여수 참사의 원인이었던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

 

 

201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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