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째 인천공항에 구금된 난민 -

루렌도 가족의 입국과 체류를 허가하고 아동인권을 보장하라!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고 들어오는 인천공항. 그곳에 오늘로 54일째 죄 없이 구금돼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그 중 4명은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며, 아이들의 엄마는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 바로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바테체 씨 가족이다.

 

유엔에 따르면 201810월 한 달 동안 앙골라에서 쫓겨난 콩고 사람은 33만 명에 이른다. 루렌도 가족이 앙골라를 떠나기 불과 두 달 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루렌도 씨는 단지 자신이 몰던 택시가 경찰차와 부딪혔다는 이유로 영장도 없이 특수경찰에 잡혀가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그 사이 아내 바테체 씨는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다.

 

루렌도 가족은 이런 끔찍한 탄압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것을 걸고 지구 반대편까지 온 난민이다. 그러나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일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해 1228일 한국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무너졌다. 한국 정부는 루렌도 가족의 입국을 불허하고 여권을 빼앗았다. 그리고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렸다. 정식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박탈한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정부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린 과정이다. 다 완성하지도 못한 난민신청서를 가져가는가 하면, 운명이 걸린 결정을 위한 인터뷰는 통역과 조서 작성을 포함해 고작 2시간 남짓 진행됐다. 아이들의 의견이 청취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불회부 결정을 내린 이유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바테체 씨는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의사를 불러달라고 부탁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바테체 씨는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야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리고 나서 정부는 이들을 사실상 감금시설인 공항 내 송환대기실에 가두려 했다. 루렌도 가족은 이를 거부했고 이때부터 출국장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아이들은 하루 두 끼, 부모는 한 끼만 먹고 있다. 여행객이 없는 시간 화장실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소파를 이어 붙여 쪽잠을 청한다.

 

대한민국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당사국임에도, 아동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24시간 불이 켜진 공항 탑승구역에서 아이들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의식주가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 교육받을 권리도 박탈되었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것 외에 놀이할 방법도 없다. 친구와 상호작용하며 경험과 지식을 학습할 이 중요한 시기에, 온전한 개인적 시간이 특히 중요한 감수성 예민할 성장기에, 루렌도 가족 아동의 일상은 공항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 있다. 지쳐가는 부모의 모습을 마주하는 아이들의 일상은 더욱 지쳐간다. 우리는 과연 아동인권을 보장하는 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현실은 루렌도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 인천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이들 10명 중 9명이 루렌도 가족처럼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았다. 사실상 난민의 입국 자체가 차단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와 물리적 폭력이 벌어지는 일들도 보고된 바 있다. 더욱이 한국은 아동 난민심사를 위한 정책 및 지침도 없다.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난민아동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도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강제추방 위기에 내몰렸을 이들을 생각하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루렌도 가족의 상황은 정부가 상반기 내 추진하겠다는 난민법 개악이 난민들에게 어떤 고통을 낳을지 보여 준다. 법무부는 지난해 난민반대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신속하게 불회부 결정하여 난민신청자 자격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방향으로 난민법이 개악된다면,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는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국경을 드나드는 그곳에서, 누구보다 국경을 넘는 것이 절실한 사람들이 가로막혀 있다. 번듯한 환승 호텔까지 갖춰진 그곳에서, 누구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숙소가 필요한 사람들이 바닥에 내던져져 있다.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이것이 평화포용을 내세우는 정부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루렌도 씨 가족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런데 6개월가량 예상되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인천공항 터미널에 갇혀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의 건강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입국 허가를 해 달라는 요구조차 거부했다.

 

정부의 이런 냉혹하고 매정한 태도와 달리 루렌도 가족의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서 물품과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출국하는 길에 애써 이들을 방문해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다.

 

루렌도 가족은 공항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공항을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응답해 연대의 손길을 더욱 모으고 정부에 요구해 나갈 것이다.

- 정부는 루렌도 가족의 입국을 허가하고 체류를 보장하라!

정부는 루렌도 가족의 입국이 허가될 때까지, 최소한 미성년 자녀를 포함한 가족의 사생활이 보호될 수 있는 숙식공간을 마련하며, 기본적인 생필품을 제공하라!

정부는 아동인권을 보장하라!

 

2019219

난민과함께공동행동(경기이주공대위, 나눔문화, 난민과손잡고,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사회변혁노동자당, 아시아의 친구들, 수원이주민센터, 순천이주민센터, 이주공동행동, 이집트혁명활동가그룹, 정의당 국제연대당원모임, 지구인의정류장, 카사마코, 한국디아코니아) 난민인권네트워크 출입국항 실무그룹, 국제아동인권센터,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센터, 한국기독교장로회생명선교연대

 

 

루렌도 씨 가족 경과와 현재 상황

2018. 12. 21. 루렌도 씨 가족, 앙골라 루완다 공항을 출발.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경유.

2018. 12. 28. 인천공항에 도착.

입국이 불허된 후 입국이 불허된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환승구역으로 이동함. 1차 강제송환 시도 있었으나 이를 거부함.

2019. 1. 2. 난민인정심사 대기실에 입실.

2019. 1. 3. 난민 신청서 작성. 난민인정회부 심사 진행됨.

2019. 1. 4. 난민인정심사 인터뷰 진행됨. 난민인정심사 기간 중 바테체 씨, "복통이 심하니 의사를 불러달라"고 법무부 관계자에게 부탁했지만 묵살당함.

2019. 1. 9.

한국정부,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통보함.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 루렌도 씨 가족, 불회부 사유를 제대로 듣지 못함. 여권도 빼앗김.

9, 10일 두 차례에 걸쳐 또다시 강제송환 절차 진행됨. 수갑을 채우겠다는 강요를 하기도 함. 루렌도 씨 가족, 이를 거부함.

한국정부, 루렌도 씨 가족에게 '송환 대기실'로 옮기라고 지시함. 루렌도 씨 가족, 사실상의 감금시설인 '송환 대기실'로 가기를 거부함. 이때부터 인천공항 탑승구역에 방치됨.

2019. 1. 13. 이상현 변호사, 루렌도 씨 가족 첫 접견, 이후 루렌도 가족 난민심사 불회부결정 취소 소송 제기함.

2019. 1. 28. 탐사전문언론 <셜록>에 루렌도 씨 가족 이야기가 최초 보도됨. 보도 이후 생필품, 생활비 전달 등 많은 연대의 손길이 이어짐.

2019. 1. 31. 바테체 씨, 변호사 조력으로 '긴급상륙허가'가 받아들여져 탑승구역 벗어나 인천공항 내 1차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받음. CT, 초음파 찍어 봐야 하므로 큰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진단받음.

2019. 2. 1. 자유한국당 의원 조경태, 루렌도 씨 가족 강제 출국과 처벌 촉구를 주장함.

2019. 2. 3.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인천공항 방문해 루렌도 씨 가족 만남과 물품 전달 요청. 출입국 측 통해 외투 두벌과 간식거리 전달함. 출입국센터 앞에서 10분가량 팻말 시위 진행하자 직원이 얼굴 내보임.

2019. 2. 7. 행정당국에 '조건부 입국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부됨.

2019. 2. 8. 법무부, <셜록>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입장문을 냄. 난민 보호를 위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

2019. 2. 10. 한국디아코니아, 아이들 옷가지와 장난감 등 물품과 기금 전달.

2019. 2. 14 바테체 씨, 서울 녹색병원에서 진료 받음.

 

* 현재 루렌도 씨 가족은 한 달 이상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탑승구역에서 4명의 미성년 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외부와의 접촉도 극히 제한되어 있음.

*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루렌도 씨 가족들의 여권을 압수하여 보관하고 있고, 의식주 중 어느 것도 제공하지 않고 있음. 때문에 이들은 개방된 공간에서 숙식을 해결하는데, 자비로 식사를 구입해야 해서 하루에 약 50달러의 식비를 지출하고 있음.

* 현재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 진행 중.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는 6개월 이상 소요 예상됨. 이에, 판결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소송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임.

* 바테체 씨의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 인천공항 내 1차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받음. 큰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소견 받은 뒤, 214일 서울 녹색병원 방문해 진료받음.

* 바테체 씨뿐 아니라 자녀들 건강도 염려돼 진료 지원이 필요한 상황. 의사가 공항에 방문하는 방식으로 진료 지원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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