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어제 새벽 광주시의 한 모텔 4층에서 베트남인 3명이 아래로 떨어져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하였다. 베트남 사람들이 불법도박을 한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이 출입국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단속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법집행 과정에서 또다시 사망이라는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며, 그 과정을 살펴보면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인명경시와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이주노동자의 사망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건 후 경찰은 애초에 모텔 지하에서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기 때문에 추락에 대비한 안전조취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며, 모텔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이미 피해자들이 창밖으로 떨어진 상태였다고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또한 ‘도박을 하다가 뛰어내린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해괴망칙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단속된 베트남인과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 베트남인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주먹과 막대기를 휘둘렀으며 이를 피하려고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서로 엇갈리는 주장 중에서 누구의 주장이 옳은 지 굳이 따지기 이전에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단속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미처 예상치 못한 우발적인 사건이었다고 하지만, 지난 7월초부터 베트남인들의 도박단을 조사해왔으며 이미 지난 13일 전남 영암에서 19명을 불법도박으로 단속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전에 첩보를 입수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와 합동으로 단속에 나선 것이다. 꾸준히 준비되어 왔고 계획된 단속이었으며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고는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안전불감증과 인명경시가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언론에 따르면 이번 단속을 주관한 전남지방경찰청 외사계는 자신들의 관할구역이 아닌 광주광역시에서 단속을 하면서 관할청인 광주지방경찰청과 정보공유도 없이 단속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또한 고층건물 단속을 위해서는 단속인원이 용의자보다 많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할청에 지원요청도 없이 출입국관리소 직원 7명을 포함한 15명만으로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찰과 출입국관리소의 욕심이 2명의 목숨을 잃게 만든 것이다.

이번 사건 외에도 지난 십수년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폭력적이고 반인간적인 단속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으며 대부분 갑작스러운 단속반 진입에 놀라 창문으로 피하다가 뜻하지 않게 추락하여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게 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불행한 인명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단속에 있어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안전조치를 마련하라는 권고가 수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무시되어왔으며 법집행 기관의 인명경시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사망 등 불행한 인명사고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정부는 11월 한 달 동안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법무부와 경찰의 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경험과 이번 사건에서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행태처럼 단속이 실시된다면 불행한 인명사고가 반복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이에 우리는 불행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 당국에 강력히 요구한다.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무리한 단속을 감행함으로써 2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책임자와 담당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단속과정에서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법률로 명시하여 불행한 인명사고 발생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인 경찰에게만 맡겨둘 수 없으며, 명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상조사를 위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를 요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즉각 성의있는 직권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상을 밝히고 조치를 취하여 소중한 생명을 무시한 반인간적인 단속이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1년 10월 24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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