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날 성명서>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허구다

 

5월 20일은 한국 정부가 정한 ‘세계인의 날’이다. 법무부는 “세계인의 날을 맞아 국민과 재한외국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우러지는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그러나 참가자들을 동원하여 민속의상을 입하고, 유명가수를 부르고, 기념사진을 찍는 행사를 개최한다고 해서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차별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인권, 노동권, 평등권을 보장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불과 며칠 전에도, 헌법재판소의 공개법정에서 이주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 노동3권을 부정하였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으며, 이주노조 현 위원장에 대한 체류연장을 불허하고 출국명령을 하였다. 한국 대법원은 4년이 넘도록 이주노조 설립신고반려처분취소사건의 판결을 미루고 있다.

 

나아가 한국 정부는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장 낮은 수준의 약속인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가입을 거부하고 있고, 이주과정에서 취약한 지위의 이주민을 상대로 발생하는 사기, 폭력, 인신매매 등 피해구제 및 대책마련에 소홀하다. 강제노동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단기순환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합법화 조치에서 비동포 이주노동자들은 제외하였다. 폭력적인 강제단속과정은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고, 고용허가제의 기간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상태가 양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과 개선의 대책이 없다.

또한 최근 결혼이주민에 대하여 체류자격 및 국적취득의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여, 결혼이주여성의 법적 지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정부의 ‘외국인사회통합’ 정책의 주된 대상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과 가족들이고, 이주노동자의 가족과 아동들, 유학생 부부,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남성과 자녀들, 난민들은 소외당하고 있다. 이러한 선별적 사회통합 정책은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그 포장과 달리, 지독한 가부장적 혈통주의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일방적인 행정행위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존엄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결혼이주여성을 ‘저출산 대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난민들을 ‘사회적 비용’으로 취급하는 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허구이며, 차별이다.

 

이처럼 실체 없는 다문화정책을 포장한 한국 정부의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한국사회의 126만 이주민과 이주운동진영, 시민사회단체는 다문화정책이 이주민이 주체가 되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1. 5. 19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인권연대, 이주노조,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민변노동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새사회연대, 천주교인권위, 불교인권위,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NGA), 국제민주연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인권운동사랑방,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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