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밥 좀 제대로 먹게 해달라고 파업한 이주노동자들
엊그제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한국사회의 야만(野蠻)이 벗겨졌다. 인천지역 노동·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고도 제대로 먹지 못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10명이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의해 최고 징역 3년형이 구형된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고발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하부축조물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노동자 180명이 지난해 7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일간 생존권 파업을 벌인 데 대해 건설회사와 검찰이 합세해 불법 파업과 업무방해 혐의로 법정에 세운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적 요구에 대한 우리사회의 응답은 너무 비인간적이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이례적으로 파업에 나선 사연은 딱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밥이 문제였다. 한국이주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자 180여명은 신항 공사현장에서 주·야간 90명씩 하루 12시간 일하며 3끼 무료식사를 제공받았다. 그런데 사측은 노동자들이 식사시간 40분 전부터 일을 하지 않는다며 2끼 밥값으로 매일 8000원씩 한 달에 24만원을 월급에서 공제한다고 통보했다. 시급 4110원을 기준으로 하루 12시간씩 일요일도 없이 일해서 한 달에 150만원 남짓 손에 쥐는 이들에게 24만원 식비 공제의 부담은 컸다. 더구나 비싼 밥값에 비해 밥상의 질은 형편없었다고 한다. 이에 지난해 7월 파업이 발생하자 사측은 21명을 해고하면서 보복조치로 12시간 근무시간에서 1시간을 공제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올 1월 2차파업이 벌어졌다. 먹는 것 가지고 노동자들을 괴롭힌 사측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밥 좀 제대로 먹고 일요일만이라도 쉬게 해달라’고 하소연한 베트남 이주노동자에겐 법의 이름으로 철퇴가 내려진 것이다.

베트남 이주노동자의 ‘밥 파업’은 실로 충격적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아무리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해도 너무 했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밟혀도 아프다고 소리도 치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문제의 근원은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성별·국적·피부색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데도 이를 이주노동자에겐 인정하지 않는 정책에 있다. 노동자로 불러들여놓고 노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위선적인 이주노동자 정책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나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밥 파업을 통해 우리사회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 야만을 폭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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