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문]

 

이주민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파리 테러를 빌미로 한 무슬림, 이주민 희생양 삼기와 민주적 권리 후퇴 시도,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하라!

지난 1113일 저녁 프랑스 파리에서 한 주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던 무고한 시민들이 테러로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을 한국 내 이주민들, 특히 무슬림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통제와 차별을 강화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적 권리를 후퇴시키는데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과 국정원이 나서 이주민 혐오를 부추기고, 일부 언론들은 장단을 맞추며 이를 확대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한지 하루 만인 14일 법무부는 프랑스 테러 관련 특별대책이라며 외국인 밀집지역과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단지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전체 이주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발상이다.

1118일 경찰은 알 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 누스라를 추종하는 활동을 해왔다며 미등록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인 이주노동자를 체포했다. 일부 언론들은 IS 동조 활동을 하는 이주민이 활보한다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보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이 발표한 증거라고는 고작 알 누스라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 몇 장, ‘이슬람 원리주의서적, 캠핑용 칼 1자루와 BB탄 모형 소총 1자루였다. 게다가 그가 구체적인 테러 행위를 모의한 것도 아닌데 단지 알 누스라를 지지했다는 의심만으로 체포한 것은 부당하다.


한편, 같은 날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시리아 난민 200명이 왔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65명은 공항에서 대기 중인데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과 이슬람 노동자 중에서 IS에 호감이 있는 사람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하며 마치 난민들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들어오기라도 하는 양, 무슬림 이주노동자 속에 테러리스트가 숨어있기라도 한 양 호도했다. 그러나 시리아 국적자라는 이유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전체를 싸잡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것은 완전히 부당하다.


그 동안 여러 나라에서 테러가 벌어질 때마다 한국 정부는 국내 무슬림 공동체나 인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수 많은 사람들이 테러 협의를 받고 추방을 당했다. 200410월 공중파 방송들이 앞다퉈 보도한 반한 이슬람 단체사건이었던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사건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결국 이 단체의 반한 활동이나 테러와 연결된 증거를 끝내 제시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그러나 이 공동체의 주요 활동가들은 추방됐고 이슬람에 대한 공포는 부풀려졌다.

우리는 지금 정부와 언론이 쏟아내는 많은 근거가 부족한 추측성 보도들과 체포 사건들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확대 반복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그리고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에 노동력이 필요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필요에 의해 한국에 온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직장 이동의 자유조차 보장하지 않는 고용허가제와 같은 정책들 때문에 미등록 신분으로 내몰린다. 또한 난민의 경우 폭력과 전쟁을 피해 도망쳐 온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특히 무슬림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테러범으로 낙인 찍음으로 인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커다란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대구에서는 부당 해고가 벌어지고 경찰이 모스크에 들어가 활보하고 거리에서는 수염을 기른 무슬림들을 검문하고 단속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 정부는 부당한 여론몰이를 통해 2의 국가보안법이라 불리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번번히 좌절되어온 테러방지법 재정을 이 참에 밀어붙이려 한다. 이 법안은 테러의 개념을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규정해, 공안기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상당한 의심이 있는 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이주민들. 특히 무슬림 이주민들이 의심만으로 감시와 체포를 당하는 괴롭힘의 주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테러방지법은 내국인들의 민주적, 시민적 권리도 악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이런 통제와 감시 강화로 테러를 막을 수는 없다. 9.11 테러를 저지른 사람들은 모두 합법적으로 미국 국경을 통과한 사람들이었다. 영국의 경우 테러 관련 법에 따라 10만 건의 조사를 통해 500명을 실제로 구속했지만 그 중 테러 용의자는 전무했다는 내무부 통계가 발표된 적도 있다. 이런 사실들은 테러방지법이 테러 방지가 아니라 민주적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 본질이며,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와 인종차별만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한국에서 테러 위협을 높이는 것은 이주노동자, 난민이 아니다.

한국에서 테러 위협이 높아졌던 때는 한국 정부가 무고한 사람들을 커다란 고통에 빠트리고 수 많은 난민들을 양산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원하고 한국군을 파병했을 때다.

우리는 무슬림을 포함한 다양한 이주민들과 얼마든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히려 각 정부들의 이슬람 혐오 부추기기와 인종 차별적 정책 강화가 내국인과 이주민 사이에 장벽을 쌓고 적대하게 만들어 공존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지금 1114일 열렸던 민중총궐기 탄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무슬림을 잠재적테러리스트로 보고 이들의 테러 위협을 빙자해 테러방지법을 만드는 것을 통해 한국 노동자 모두를 억압하려는 의도도 있다.

우리는 파리 테러를 빌미로 이주민들, 특히 무슬림들에 대한 차별과 통제 강화 시도, 테러방지법 제정, 국내의 민주적 권리를 옥죄려는 정부의 시도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폭력과 전쟁을 끝내는 것이고 연대와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201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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