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과 인권은 뒷전으로 밀려난 외국인정책

- 2014 외국인정책 시행계획 비판

 

 

1. 지난 516일 정부는 외국인정책위원회를 통해 ‘2014년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을 확정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13-2017)’에 따른 5개 목표(개방, 통합, 인권, 안전, 협력)를 중심으로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1,272개 과제(예산 약 8,793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 발표 내용은 이주민이 한국땅에서 겪는 편견과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하여 평등한 대우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경제, 투자, 체류관리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인종차별과 대다수 이주민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2. 주요과제 첫 번째는 경제활성화 지원과 인재유치인데, 관광산업 지원, 우수인재 및 투자자 유치 활성화가 주 내용이다. 관광 지원에는 의료관광 전문인력 양성 확대 부분이 있는데 이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민영화·영리화, 즉 공공의료서비스 강화가 아니라 돈벌이 의료를 조장하는 것과 맞물려 있어서 우려스럽다. 전문인력에 대한 혜택 부여나 외국인 창업가에 대한 자금 지원, 고액투자 이민자에 대해 영주권 즉시 발급 등은 돈이 되냐 안되냐를 기준으로 해서 돈되는 이주민만 떠받들어 주는 편협한 발상이다. 어려운 3D 업종에서 수년 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경제를 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나, 한국인의 배우자로서 출산과 가사와 돌봄, 가계경제에 기여하는 결혼이주민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떻게든 영주권이나 국적취득을 까다롭게 만들면서 전문인력과 투자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이중기준이며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것이 바로 인종차별이 아니고 무엇인가.

 

3. 두 번째는 대한민국의 공동가치가 존중되는 사회통합이고 주 내용은 귀화심사시 국민정체성 및 자립능력 검증 강화, 결혼이민비자 심사 강화 등이다. 이 내용은 대한민국의 공동가치나 국민정체성이라는 사실 매우 국가주의적이고도 모호한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다문화사회와 어떻게 조화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맹목적인 애국심, 국가에 대한 충성, 구시대적인 전통가치 검증은 최소화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민주시민의 참여적 자세, 공동체 성원으로서 연대의식, 한국사회 실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정보지식 등이 오히려 장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편 이민자가 납부한 출입국관리수수료, 범칙금 등을 재원으로 외국인 사회통합기금을 신설하겠다고 하는데 바람직한지 따져볼 일이다. 최근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등록 수수료 등이 120,000원까지 오른 것도 이 기금 신설이 배경으로 짐작되는데, 사회통합기금을 이주민들이 낸 돈으로 충당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근본적으로 한국사회가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든 결혼이주민이든 유학생이든 불러 온 것인데 그에 따른 사회통합 비용을 이주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저소득 하층민에 대한 이중의 굴레 아닌가?

 

4. 세 번째는 차별방치와 문화다양성 존중이고 주 내용은 사회갈등 최소화와 문화 간 융합발전 지원이다. 이민자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과제 중에 보호시설 개선, 취업교육시 성희롱 대처요령, 폭력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보호체계 강화 등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필요하다. 외국인 보호시설 개선은 국가인권위를 비롯하여 인권단체 등 많은 단위에서 개선 방안이 나와 있음으로 그러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입국 후 취업교육에서는 전체적으로 인권 및 권리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사업장 이탈하면 안된다, 사업주한테 큰소리로 인사해라, 술은 두손으로 받아라, 노조 가입하지 마라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폭행, 성폭력, 인종차별 등에 대해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하는지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안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 이주민 인권단체, 노동조합 등의 교육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5. 네 번째는 국민과 외국인이 안전한 사회구현이고 주 내용은 국경관리,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 불법체류·고용 대책 마련 등이다. 이 부분은 주로 통제와 관리가 중심인데, 특히 법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지문정보를 경찰청과 공유하겠다는 것이 눈에 띤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법무부는 각종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주민 정보를 법무부가 마음대로 받아서 활용하겠다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을 내놓았는데 이 내용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생체정보를 개인의 동의가 없이 타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정보보호 침해라고 할 수 있고 유출 위험도 더 커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상습적으로 기초 법질서를 위한한 외국인에게 체류연장 불허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부분도 내국인에 비해 과도한 부분이다.

외국인 불법고용 의심사업장에 대한 출입조사권 법제화 추진은 매우 반인권적인 내용이다. 지금까지도 출입국관리소 단속반들이 주택, 상가, 공장을 불문하고 영장도 없이 소유주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침입하여 미등록체류자들을 단속하는 것의 불법성과 반인권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인신을 구금하는 행위에 대해 영장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그런데 법무부가 의심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장이나 소유주 허락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법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미등록체류가 발생하는 원인(짧은 체류기간, 열악한 근로조건과 환경, 사업장 변경 금지, 차별적 대우 등)을 고찰하여 이를 개선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6. 다섯 번째는 국제사회와의 공동발전부분에서는 국제협력사업 강화, 난민신청자에 등에 대한 권익보호, 재외동포 사회와의 교류·협력 확대 등이 들어있다. 난민 부분에는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원과 난민인정자 중 저소득층에 기초생활 수급권 부여 등이 있는데 사실 예산은 미미하다. 난민신청자들이 경제활동이 제한되어 있고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원액 자체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또한 난민심사관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 개설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정부 기조처럼 난민을 최대한 받아들이지 않는 교육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과 난민문제에 대한 당사자 입장의 인식을 확대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7.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들이 약진한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반이주민 정서를 자극하는 상황이 세계적으로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이주민과 조화롭게 같이 살아가는 것은 이주민에 대한 일방적 동화, 통합 정책이 아니라 차별적 법제도와 현실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인 비차별 인권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보도자료 제목처럼 외국인정책, 경제활성화의 관점에서 바라본다가 아니라 평등과 인권, 공동체 연대를 강화하는 정책철학을 가져야 하는 문제이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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