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 취소 판결 부당하다!

1심 판결 취소하라!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과 노동자들인 우리는 남편의 계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베트남 여성에 대한 지난 2014624, 전주지방법원의 혼인취소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판결의 취소를 요구한다.

2012422세의 이 여성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남편과 베트남에서 중매로 결혼하였다. 20127월에 입국한 이 여성은 20131월에 남편의 계부로부터 2차례의 성폭행을 당하였다. 남편의 계부는 7년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이렇게 혼인이 파탄나자 남편은 이 베트남 여성이 13세때 납치되어 성폭행을 당해 출산했던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했고, 전주지방법원은 1심에서 혼인취소와 800만원의 위자료를 남편에게 지불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이 베트남 여성이 남편과 결혼하기 전 베트남에서 있었던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여성은 결혼 전 통역에게 어릴 적 납치강간을 당해 출산한 적이 있음을 알렸다. 이는 당시 이 여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으로 남편에게 고지한 것이다. 그런데도 엉뚱하게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혼인무효소송을 제기하였다.

남편의 이러한 행위는, '한때나마 부모로 여겼던 사람'에게서 강간당한 충격으로 울고 있을 가여운 아내에게 또 한 번 지울 수 없는 폭력을 저지른 것이다. 아들이 저지른 이 폭력은 아버지가 저지른 폭력에 버금간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강간함으로써 결혼생활이 파탄났으니 남편과 그 한국인 가족들이 당연히 이 여성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인데, 오히려 혼인파탄의 책임을 이 여성에게 뒤집어씌우고 위자료까지 청구한 사실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해주어야 할 재판부가 피해 여성의 인권을 저버렸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1심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 판결의 취소를 강력히 요청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한국이 1983년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조약에 가입한 인권선진국임을 알고 있다. 2심 재판부는 한국의 국제적 인권 위상에 걸맞는 합리적인 판결로 이 땅에 살고 있는 이주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폭력이 없는 평등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20141214

재한베트남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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