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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외국인보호소화재 참사 13주기-

현재진행형인 참사의 원인: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을 중단하라

 

 

211, 여수 외국인보호소화재 참사(이하 여수 참사’)13주기를 맞는다. 당시 참사로 억울하게 구금돼 있던 이주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중상을 입었다.

 

여수 참사는 단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참사의 원인이었던 미등록 이주민 단속과 구금, 추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주민이 사망하는 일 또한 반복되고 있다. 여수 참사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13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가 여수 참사를 기억하려는 이유다.

 

참사가 일어난 2007년은 고용허가제 시행 초기였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 금지, 정주화를 막기 위한 체류 기간 제한 등 현대판 노예제로 악명 높았던 산업연수제의 문제점들을 상당수 물려받았다. 그래서 미등록 체류에 대한 단속·추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었다. 2004년부터 참사 직전인 2006년까지 약 9만 명을 단속해 76천여 명을 강제 추방했고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여수 참사는 이런 단속의 야만성이 압축된 비극이었다.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살려달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절규에도 쇠창살을 열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참사 후에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병원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수갑을 채웠다. 보호소 건물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2018년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미등록으로 일하던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 씨가 단속을 피하다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는 딴저테이 씨 사망에 출입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자 처벌과 여러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김해에서 부산 출입국의 단속을 피해 달아난 태국 노동자 아누삭 씨가 작업장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는 공장 뒤 계곡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환경도 여전하다. 지난해 10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약 1년째 수감돼 있던 이주민이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오랫동안 간질환 의심 증세를 보였고 사망 두 달 전부터는 음식을 넘기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보호소 당국은 적절한 치료에 나서지 않았다. 화성외국인호소는 2018년 한 해 동안 정형외과 전공의 의사 1명이 내과부터 정신과까지 14979건을 진료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의료체계가 사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이런 억압적 조처들은 미등록 이주민 수를 줄이지도 못했다. 미등록 이주민 비율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6%를 넘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소위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을 발표해 시행에 들어갔다. 미등록 체류자가 올해 630일까지 자진출국 하면 그에 따른 재입국 규제를 완화하며, 이후에 미등록 체류자와 고용주에 대한 범칙금 부과 및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입국 규제를 완화해 발급해 주겠다는 비자들은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단기방문 비자(C-3, 90일 체류)나 체류기간이 3~5개월에 불과한 계절근로 비자 등이다. 또 다른 미등록 취업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고용주 범칙금이 강화되면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려 할 것이다. 장기 미등록 체류자, 미등록 결혼이주민,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합법화 대책도 없다.

 

게다가 이번 대책 시행 기간이 끝나는 7월부터 전국적·범정부적 단속체계를 구축해 시행하겠다고 한다. 이미 문재인 정부 집권 이래 2명의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 존재가 아니다. 이제 제조업과 농·어촌 등 여러 업종들이 이주노동자 없이는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열악하고 위험한 일자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이는 그런 곳에서 일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며 단속과 추방을 정당화하는 것은 완전히 책임 떠넘기기다.

 

따라서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생명과 안전, 인간다운 삶을 위협하는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해야 한다.

 

 

2020211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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