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바이러스는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다. 인종을 차별하면 돌아오는 것은 재앙뿐.

 

 

 

321일은 제54주년 UN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여러 나라에서 인종 차별 반대 집회와 행진이 열린다. 인종 차별 없는 세상을 염원하고 인종 차별에 맞선 세계 곳곳의 행동들에 연대를 보낸다.

 

팬데믹이 되어버린 코로나 19, 특히 그 가운데 연일 언론에 집중되고 있는 대구 경북에서 맞이하는 올해의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 19 대책에서 한국 정부든, 대구시든 이주노동자, 이주민에 대한 예방수칙 전달과 방역대책은 무엇이었으며 과연 존재하기라도 했었는지를 묻고 싶다.

 

비자가 없어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에게 가장 기본적 보호조치인 마스크조차 보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허울뿐인 공적 마스크. 이주민이 250만을 넘어서고 있는 한국에서 정부가 코로나 19와 관련한 정보를 몇 개국어로 전달하고 있는가? 미등록이주자들도 단속추방 위험 없이 코로나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당사자들이 얼마가 될까? 정확한 정보가 없는 곳에 가짜 뉴스가 자리를 잡고, 과잉된 공포만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통제된 기숙사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마스크도 없이 두려움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인종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적, 인종을 가려서 감염시키는가? 이 땅에 함께 살아가고 노동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보호책이든 정책조차 없는 한국 정부. 이것은 인종 차별을 넘어 인종 학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먼저다라고 주창하는 정부에서 사람의 범주 밖에 존재하는 투명 인간들, 이렇게 배제된 자들에게 나타날 불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결국 다수에게 재앙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 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재난에서 특별히 부각 되지만, 코로나 19가 오기 전에는 어떠했는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정책, 편견, 혐오는 사회 전반을 드리우고 있지 않았는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추방과 강제노동 고용허가제로 인해 노예 상태인 이주노동자, 산재 발생률이 한국인의 6배나 되는 죽음의 현장이라는 이주노동자 현실. 끊임없이 저질러지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외면하는 사회, 전쟁과 박해, 생존의 위협을 피해 온 난민들에게 한국 정부는 지난해 겨우 1.4%만 난민으로 인정한 사실.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불안정한 체류자격으로 인한 고통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차별로 인한 신음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포용 국가가 현 정부 출범 시 국정 철학이란 걸 이주 당사자들이 알게 된다면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이주민의 역사는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건 기록이자, 투쟁의 역사이었으며, 이주 투쟁은 이주의 경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이들과의 연대를 확대해 온 평등을 향한 고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구에서 진행하는 인종 차별 철폐의 날 행사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코로나 19가 가장 심각하게 지역사회에 전파되고 있는 대구시의 방역대책에서 재난에 취약한 이들에 대한 정책이 무엇이었던가? 정부는 청도군과 함께 대구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으나 달라진 것이 없다. 물론 의료지원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차지하고 나면 대구시의 지원책은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으로 기업 편향적이며, 비정규직 등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정책은 겨우 2가지이다. 하나는 이주노동자 이탈로 인해 건설 공사의 지연 대책,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였으며, 두 번째는 취약 계층에 1차 방역 마스크 80 만장, 2150 만장의 마스크 보급이 전부였다. 그런데 실로 궁금한 것은 이 마스크들은 어디로 증발했단 말인가?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경기가 어렵다며 해고되는 1순위가 이주노동자이며, 2순위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한편 미등록 이주노동자 없이는 건설업도 농업도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단속추방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정부. 전국 지자체에서 연일 논의 되는 재난소득조차 국민에 포함된 시민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하게 될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대구시는 인종차별적 코로나 19 방역대책과 사후 수습책을 중단하고 보편적 권리에서 배제된 이주노동자, 이주민 그리고 수많은 소수자, 민중들에게 권리의 햇살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강력히 요구한다.

 

오늘 우리는 인간으로서 생존과 존엄의 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을 천명하며, 차별의 결과로 도래할 인류사회의 재앙을 막기 위해 함께 연대하고 투쟁해야 함을 선포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임을 굳게 믿으며, 평등을 향한 세상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들의 요구

 

- 건강 보험 가입자에게만 허용하는 공적 마스크 제도 개선하고,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마스크를 보급하라!

 

-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된 난민, 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해 기본권을 보장하라!

 

- 현대판 노예제도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착취를 위해 차별과 통제를 강화하는 반인종 정책 철폐하라!

 

- 대구시는 코로나 19 대응에서 보여주는 인종차별적 방역대책을 시급히 개선하고, 재난 대응에서도 이중차별하는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

 

 

 

-2020322일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 기자회견

STOP RACISM!

부제 : 인종 차별적 코로나19 방역대책 규탄!

 

 

 

 

일시 : 202032311

장소 : 대구시청 앞

 

 

 

발언 1 :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인종차별

성서공단노동조합 차민다 부위원장

발언 2 : 코로나19를 통해 본 인종 차별의 실태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고경수 목사

발언 3 : 대구시 코로나19 대응에서 나타난 인종 차별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서창호 집행위원장

 

기자회견문 낭독 :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김승무 공동대표

 

주최: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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