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 8주기에 즈음하여



당신은 기억하는가?

8년 전,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단속반에 이끌려 짐승취급 받고 활활 타오르는 화염 속 철창 너머로 도와달라고 외치는 간절한 그들의
눈망울을....

머나먼 이국땅에 보내는 생이별을 하면서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하나 부여잡고 살았는데 끝끝내 희망이 아닌 영정사진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찢어지는 가슴을...


당신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살인적인 노동강도, 폭행 폭언, 상습적인 임금체불, 기계에 잘려간 손가락으로 인해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이주노동자로써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현실을...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가혹한 노동 뒤에 천근같은 몸뚱아리 질질 끌며 차가운 컨테이너 바닥에 몸을 눕혀도 언젠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꿈만을 꾸며 하루하루 질긴 목숨 부지하는 그들의 처지를...

감정에 기대고자 함은 아니다. 그저 그들도 소박한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슬프면 눈물을 흘리고 즐거우면 환하게 웃을 줄 알며 사랑을 하고 살아가는 똑같은 인간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사람의 죽음을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야만적인 대한민국.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자신의 죄를 덮으려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되려 잡아가고 야만적인 인간사냥을 정당화하기 위해 법을 만드는 대한민국.

해마다 반복되는 이 현실 앞에 우리는 8년 전,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아직까지도 구천을 떠돌고 있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로 죽어간 고인들과 출입국의 폭력적인 단속으로 죽어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 앞에 부끄러움과 비통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다.


언제까지 이러한 비참한 현실이 반복될 것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주노동자들에게 부끄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당연시 되는 그런 세상을 위해 남은 우리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주노동의 권리와 차별철폐의 외침에 강제추방으로 답하는 사회, 국적과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회적 권리와 평등이 부정되는 사회. 노동의 권리와 가치가 이윤 앞에서 부정되는 사회. 이 비정상적인 사회에 맞서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는 2015년, 저항의 파고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노동의 가치와 권리가 제약되고, 미등록을 양산하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기 위한 저항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의 권리 대신 사용자가 가진 고용의 권리만이 일방적으로 보장된 고용허가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는 노예노동자를 만드는 고용허가제. 피부색과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의 가치가 평등하게 보장되는 제도를 만드는 투쟁을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는 인간사냥식 강제추방 중단과 출입국관리법 개악에 맞선 저항

누구에게나 신체의 자유가 있고,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한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벼랑 끝으로 몰아놓고 ‘뛰어 내릴테면 뛰어 내려라’며 주먹을 휘두르는 무법의 시대다. 신체의 자유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도 피부색과 국적 앞에서 무색해진다. 인간사냥을 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출입국관리법 개악은 자신들의 불법적인 행위를 감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그리고 사회는 그 인간을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어떠한 이유로도 신체를 구속하거나 강제로 추방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이 당연한 진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저항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행동해야 할 것은 사회적 연대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모든 차별에 손을 내민다.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등 이 땅의 모든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고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그래서 평등하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을 위해 이 땅에서 저항하는 모든 세력들과 함께 할 것이다.

2015년 2월 11일
여수외국인 보호소 화재 참사로 죽어간 영정들에게 국화 꽃을 바치며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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