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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5년 4월 설립된 이후 10년 4개월 만에 합법화 된 '이주노조'. 이들은 10년 법정 싸움 끝에 지난 6월 대법원으로부터 노조 결성 및 설립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고도, 서울고용노동청이 노조설립필증을 내주지 않아 25일 동안 노숙 농성을 벌였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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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기다렸다, 우리가 이겼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 노조의 지위를 얻어냈다. 10년 법정 싸움 끝에 지난 6월 대법원으로부터 노조 결성 및 설립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고도, 서울고용노동청이 노조설립필증을 내주지 않아 25일 동안 노숙 농성을 벌인 결과다. 

앞서 서울고용노동청은 이들이 제출한 노동조합 규약에 포함된 '이주노동자 합법화', '고용허가제 폐지'가 노조법상 결격 사유인 정치 운동에 해당한다며 노조설립필증 교부를 미뤘다. 이에 노조가 해당 부분을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 등 포괄적인 내용으로 바꿔 제출하자 비로소 노조설립필증을 내어줬다. 

"이주노동자들의 노예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임무"

20일 오전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아래 이주노조)은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설립필증 교부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4월 24일 떨리는 목소리로 노동조합 출범 선언문을 읽어 내려간 지 10년 4개월 만에 비로소 합법의 지위를 획득했다"며 "이는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희망과 빛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고용청으로부터 오전 11시 22분께 받은 노조설립필증을 들고 기자들 앞에서 선 우다야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그는 "오늘은 한국에 있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승리한 날이며 끊임없는 투쟁으로 한국 정부를 무릎 꿇게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결과는 우리의 요구가 정당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3권을 탄압받지 않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노조 합법화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기도 했던 섹알마무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오늘은 이주노조 역사의 첫걸음을 뗀 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주노조에 가입 의사를 밝히는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곳곳에 있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해서 한국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청이 규약 일부를 문제 삼아 노조설립필증 교부를 미룬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동조합 설립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에 기본 요건만 갖추면 노동청은 3일 이내에 필증을 내어주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어깃장을 놓은 건 이주노조를 계속 감시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이기에 앞으로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의 인권과 노동권은 수십 년 전과 다르지 않다"며 "전국 곳곳에서 임금 체불과 폭언, 폭력, 성폭행 등 만연한 인권·노동권 탄압에 노출돼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예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이주노동조합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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