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노동자 산재사망, 사업주는 제대로 보상하고 책임지고, 정부는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

- 산재로 숨진 태국노동자 자이분 프레용을 추모하며

 

지난 1113일 아침 경기도 양주시 건설폐기물 처리업체인 대아산업개발에서 일하던 태국 노동자 자이분 프레용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산재 사망 비극이 발생했다. 머나 먼 이국땅에서 힘들게 일하다 젊은 생을 마감한 프레용 씨 영전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의 말씀을 보낸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 숨지는 산재 사망은 그 자체로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이 일하지 않는 3D 업체에서 일하며 더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일하고 있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내내 제기되어 온 바이다. 올해만 해도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수몰사고로 미얀마 노동자 쇠린마웅 씨가, 전남 담양 콘크리트 업체에 지게차에 깔려서 인도네시아 노동자 하핏 유리엔토 씨가, 경북 영덕의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질식사고로 베트남 노동자 팜반따오와 태국인 노동자 세 명이, 대전 금속제조 업체에서 조형틀에 깔려 네팔 노동자 딜 바하두르 씨가, 평택 포승공단 부품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우즈벡 노동자가, 제주 어선화재 침몰로 여섯 명의 베트남 노동자가, 삼척에서 농업노동자 16명을 태운 승합차 전복사고로 태국노동자 두 명이 희생되는 등 이주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이 끊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지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 제목이 우리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였겠는가. ‘죽음의 이주화’, 3D에 죽음(Death)이 더해져 ‘4D’가 되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한 해에 백 명이 넘게 죽어가고 내국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이주노동자 산재사망율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특히 미등록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주들은 노동자들이 미등록이어서 아무 문제제기 못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과 그마저도 주지 않는 심각한 체불, 초장시간 노동, 위험한 작업 등을 강요한다. 프레용 씨가 일한 사업장에서도 140만원만을 받으며 주 6, 87시간 초과근로를 했다. 초과근로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미지급 임금이 12백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사측은 유족에게 진정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고 3천만원에 합의할 것을 종용하며 유족을 회유했다. 뼈빠지게 위험한 일을 하다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것도 기가 막힌데 사측은 오로지 이 상황이 넘어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유족으로 한국에 온 아버지가 추운 날씨에 아들이 입던 외투를 입고 지내며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한달 반이 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말이 되는 것인가! 사측은 모든 책임을 충실히 져야 하고 사업주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노동부의 대응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면 전면 작업을 중지시키고 관련 대책을 세우고 유사 업체에 대한 조사를 하여 철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장 전체도 아니고 사건 관련 공정만 중지시켰다가 기계 교체 후 열흘만에 해제해서 공장은 다시 돌아가고 있다.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산재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다시 한 번 프레용 씨의 명복을 빌며 이주노동자가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 사측은 프레용 씨 유족에게 사죄하고 충분한 보상을 포함하여 모든 책임을 다하라!

- 반복되는 기업살인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해 사업주를 엄중하게 처벌하라!

- 모든 이주노동자,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일터 안전조치 확대하고 노동부는 관리감독 강화하라!

- 이주노동자 산재 예방을 위해 정부는 특단의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라!

 

20191226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정의당,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