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헌법재판소 결정,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외면

 

국제앰네스티는 헌법재판소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이 직업 선택의 자유 및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데 깊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2007년 헌법 제32조에 규정된 근로의 권리가 단지 내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에게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9일 헌법재판소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에게 외국인근로자의고용등에관한법률에 의거해 사업장 변경을 세 번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어 노동자들이 고용주에게 속박되며, 한편 고용주는 매우 자유롭게 이주노동자들의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용주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종속성이 강화되었고, 차별과 착취, 인권침해에 더욱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이미 보고되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the UN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마저도 한국과 관련해 이런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세 번만 변경할 수 있으며 고용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자유로이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들은 체불임금과 수당, 부적절한 안전 조치, 물리적· 성적 폭력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계속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내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권침해, 착취를 더 많이 견딜 수 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 시에 고용주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어 고용주가 막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그만 둘 때 사실상 법적 지위를 잃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어 체포, 외국인 보호소 수용, 강제 퇴거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게 할 경우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참을 수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미등록 노동자가 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한국 정부에 고용허가제 관련법을 개정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변경 횟수를 제한하고,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을 없앨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이주노동자의 구직 기한 제한을 폐지하고 구직 유연성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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