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규탄한다!

 

오늘 헌법재판소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한 구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 제4항과 동법 시행령 제30조 제2항이 합헌이라는 이라는 결정(4명의 합헌의견, 1 명의 각하의견, 2명의 별개의견 및 일부 반대의견, 1명의 일부 반대의견)을 내렸다. 합헌의견을 낸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민형기, 박한철, 이동흡 헌법재판관은 이주노동자에게도 직장 선택의 자유가 있으나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와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당해 법령 조항이 이주노동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비전문취업자격을 받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계약 위반, 임금 미지급, 폐업 등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사업장을 3회 변경하였으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한 법령조항 때문에 새로이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고 출국해야만 했다. 이에 이들은 2007. 9. 21. 당해 법령 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인력을 관리하기 위하여 2003년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였다. 겉으로는 이주노동자를 배려하고 우리 사회에 이주노동자를 포용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실상은 값싼 인력을 중소기업에 공급한다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고용허가제 안에서 이주노동자는 매우 비인적인 취급을 받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의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사용자로부터 폭행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더라도 사업장 변경 횟수를 모두 채운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실상의 강제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언급한 것처럼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와 중소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이주노동자는 주로 내국인이 취업을 꺼려하는 중소영세사업장에 취업을 할 수 있고 업종, 기간 등에 있어서 광범위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하지 않더라도 내국인의 일자리가 침해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이익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에게는 협소한 직장선택의 자유마저 빼앗고 사실상 강제근로의 처지로 내몰 수 있는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규정은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때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선고를 하였다. 그 사이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규정의 내용은 바뀌었으나 헌법재판소는 바뀐 신법조항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고 용도 폐기된 구법 조항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신법조항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장과 헌법의 가치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 초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였던 헌법재판소는 20년이 지난 지금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구시대적인 사고를 답습하는 퇴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국가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안일한 발상으로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헌법의 이름을 날려버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011년 9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권 영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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