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국 정부와 회사가 던 라즈 씨를 죽음으로 몰고갔다!

 

6월 12일 네팔 노동자 던 라즈 씨가 동료 집에서 목을 메 목숨을 끊었다.

그는 한국 정부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다. 던 라즈 씨는 유서에서 “나는 결백하고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회사가 나를 속였습니다. 나는 미치지 않았고 모든 것이 거짓입니다. 만약 내게 잘못이 있다면 회사는 경찰서에도 갈 수 있고 법원에도 갈 수 있습니다. 왜 회사는 그러지 않았을까요?”라고 묻고 있다.

그는 회사측이 자신을 정신 이상자로 몰았고 어느 날 갑자기 그와 대화도 단절해 버렸다고 하소연 했다. 답답한 마음에 회사 관리자에게 두 차례나 편지를 썼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회사는 일방적으로 그를 사업장에서 내몰았다. 던 라즈 씨는 지난 해 9월 27일 한국에 들어와 이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고, 9개월 동안 계속해 야간 근무만 했다. 그는 무려 9개월 간 지속된 야간 노동 속에 몹시도 지쳤을 테고 갑작스런 회사측의 싸늘한 태도에 몹시도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고 한 아내의 남편이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 때문에 쉽게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었다가는 언제든 비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모두지 알 수 없는 문제지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런데 왜 그런 그가 끝내 목숨을 끊어야 했을까?

 

우리는 지금 그의 죽음에 대해 과연 어떤 구체적 진실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던 라즈 씨는 자신을 고용한 회사가, 그리고 그를 노동자로 받아들인 한국 정부가 자신을 그저 기계부품처럼 쓰다 버리면 그만인 소모품처럼 취급한 것에 말할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런 고통과 절망은 비단 던 라즈 씨만의 경험이 아니다. 한국에 있는 70만 이주노동자들이 매일 매일 경험하는 쓰라린 일상이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뻔뻔스럽게 이주노동자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라며 생색을 내는 바로 그 고용허가제 하 이주노동자들의 삶이다. 노동부는 매일 던 라즈 씨와 비슷한 이유로 견디지 못하고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안주는 것도 아니고, 때리는 것도 아닌데 왜 회사를 변경하려 하냐’는 식으로 말하면서 도무지 이들의 절실한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바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가 던 라즈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노동자들의 직장 변경을 극도로 제한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방어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박탈했다. 바로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차별적인 정부와 사업주들 밑에서 고분고분한 일회용 노동자로 전락시킨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외쳐온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짐승이 아니다.”, “우리도 인간이다.”, “우리도 노동자다”는 절절한 외침이었다.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멸시받고 천대받아 온 시간들이었다.

 

언제까지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이런 천대를 받으며 벼랑 끝 절벽으로 내몰려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끝없는 죽음의 행렬로 내몰려야 하는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상이 규명조차 되지 않은 너무나 많은 죽음들이 끊이지 않는다. 야간 근무에 시달리다 과로사로 사망하는 이주노동자,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산재 사망으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싸늘한 시신이 되어 본국으로 돌려보내지고 있다.

고용허가제 7년이 다가온다. 우리는 이 제도가 계속되는 한,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단속 추방이 중단되지 않는 한, 야만적인 단속 과정에서 사망하는 비극도 끝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던 라즈 씨의 죽음을 단지 개인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낼 수가 없다. 우리는 던 라즈 씨의 명복을 빌며,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요구한다. 또 이 사태를 방조한 노동부와 이 야만적 제도를 고수하는 한국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던 라즈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의 죽음에 분노하는 이주노동자들, 그리고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11.6.19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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