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이주노동자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기각결정을 규탄한다!”

지난 2007년, 2008년,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법> 25조 3-4항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헌심판 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9월 29일 이 소송에 대해 ‘기각’판결을 선고하였다.

기각 사유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변경 횟수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법>의 규정이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를 위해 제정한 입법취지에 맞춰 볼 때 이주노동자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이며, ‘별도 의견’으로 “헌법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헌법에서 규정한 직업선택의 자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구직 신청 후 2개월 내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구직기간 제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도 마찬가지 이유로 기각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보면서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심각한 차별의식과 반인권적인 의식에 다시 한 번 놀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03년 <고용허가제법>을 제정할 당시부터 우리 외국인이주 $노동운동협의회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고용허가제법>의 ‘사업장변경 제한규정’이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독소조항일 뿐만 아니라 "산업연수생제도의 폐해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외국인력정책을 마련하여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법 제정 취지에 어긋나며, 이후 고용허가제 시행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를 초래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반대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인이 외면하는 ‘3D업종’에 이주노동자들을 받아들이면서도 소위 ‘고용시장 안정’ 운운하며 사업장변경 제한 규정을 포함한 <고용허가제법> 시행을 강행하였다.

그 결과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변경 제한 규정’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3회의 사업장변경 횟수를 모두 채운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사업장 내에서의 폭행 등 비인간적인 취급을 당하더라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이 사실상의 강제노동을 강요받아 왔다. 애초에 사업장변경 횟수를 3회로 제한하며 법 시행을 강행했던 정부조차도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여 2009년 <고용허가제법>을 개정하며 노동자에게 사업장변경의 귀책사유가 없을 때에는 사업장변경 횟수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여 3회의 횟수제한으로 인해 미등록자가 발생하는 여지를 줄이고자 하였다.

이처럼 법을 만들고 운영하는 정부조차도 3회의 사업장변경 제한 규정이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편법적으로나마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규정을 완화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변경된 법 규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소위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외국인에 대한 사업장변경 횟수 제한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적에 따른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치졸한 우편향 시각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국제법과 헌법이 정한 기본권을 무시한 자기모순적인 이번 판결은 이주노동자를 인간이 아니라 단지 쓰고 버리는 기계와 같이 취급하고, 출신국에 따라, 피부색에 따라 차별하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치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헌법재판소가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우려마저 들게 한다.

이에 우리 외국인이주 $노동운동협의회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앞으로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2011년 9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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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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