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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3 01:54:58, 조회 : 1,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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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투쟁에 있어 중요한 것
고용허가제에 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2003년 7월)된 직후 정부는 이주노동에 대한 이 법안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이미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노동자들에 대한 연이은 강제추방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시기동안 이 사회의 생산의 일부를 담당했던 자신들의 권리를 전면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1차 합동단속조치에 2003년 11월부터 농성투쟁으로 대응했고 그 규모는 전국적이었다. 자본에 순응한 채 노동 속에 숨죽일 때는 이주노동자들의 힘을 알지 못했던 한국사회가 그 힘을 실질적으로 느끼게 된 최초의 전국적 투쟁이었다. 그 투쟁에는 생생한 절규가 있었다(합동단속과 투쟁의 시기동안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그 투쟁에는 강렬한 거부의 몸짓이 있었다(거의 모든 농성투쟁은 자본의 정책에 거의 즉자적으로 대응한 것이었고, 그런 농성의 자연 발생성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던 것은 그만큼 집단적 거부의 리듬은 그 강렬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리토르넬로로 치자면 최초의 거부의사인 신음소리를 의지 삼아 하나의 몸체를 구성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그것은 유약한 노래, 공포를 잊기 위한 중얼거림이었다. 그 리듬은 맨 처음 동포애를 호소하는 노래로부터 방해를 받았다. 노무현은 노련한 지휘자처럼 오케스트라 악단을 지휘하며 동포애를 연주했다. 그래서 막 하나의 몸체를 구성했던 그 리듬으로부터 "같은 동포들부터 구제해주세요!"(중국한인)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노래는 너무나 유약했고 선별적 재입국을 약속하는 자진출국이라는 카드에 몸체는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인간이다!"(이 사회는 노예노동으로 지탱되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다. 노동자는 하나다!"(당신도 노동자다)라는 몸체가 쥐어 짜내는 소리는 동포애의 1막에 이은 "내국인노동에 대한 보호"라는 또 다른 장엄한 교향곡으로부터 도전 받아 몸체는 소멸되어갔다. 그러나 리토르넬로는 소멸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명동성당에서 170일이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농성 투쟁단이 있다. 그러나 이 농성 투쟁단은 몸체가 아니다. 그것이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고 있는 리듬이 될지, 아니면 이미 화살처럼 지나가 버린 리듬을 뒤따르는 것에 불과한 박자인 것인지 아직 모른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으로부터 알게 된 것은 자본과 노동간의 적대가 아니다. 그 적대가 발현하는 방식이다. 자본과 노동의 적대는 노동간의 적대로, 사회적 분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드러낸 현실보다 더 나아가 노동간의 적대가 민족으로 분열되고 국가로 분열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투쟁이 드러내고 폭로한 현실은 이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적대가 노동간의 적대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본에 조응하는 것으로서의 노동 그 자체의 성격에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 양상(산노동에서 죽은 노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의 발현이다. 자본에게 이 과정은 거꾸로 죽은 자본에서 산 자본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지구화된 자본은 이런 노동간 적대와 사회적 분열에 의한 착취를 더욱 강화한다. 화폐자본에 의한 생산자본으로의 연착륙이라는 지구적 자본의 위기 속에서 감행하는, 생산지형에 뛰어드는 화폐-명령을 통해 강화된다. 화폐-명령은 생산자본을 통해 이루어지며 그것과 조응하는 노동 속에서 수행된다. 그 명령이란 "계속 고용의 상태로 있으려면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 동안, 더 잘 일해야만 하며 이 모든 것을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낮은 임금으로 수행하라!"는 것이다. 화폐-명령은 지구적 자본이 노동과의 직접 대면을 회피하면서 생산자본에 대한 밀어붙임과 압박을 통해 이루어지는 간접화법의 형태를 띠고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구조조정을 받아들여야만 한 대." 누가 말하는 것일까? 그것을 누가 말하든 그것은 간접화법의 명령이다. 그리고 이 명령에 대한 노동의 수행은 노동간의 경쟁으로 나타나며, 그로 인한 노동간의 적대 그 자체가 그 명령의 실체다.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 여성노동과 남성노동, 이주노동과 내국인 노동, 장애인노동과 비장애인노동, 고용노동과 비고용노동, 원지역 노동과 타지역 노동...등등. 이 모든 범주들 속의 차별과 적대, 그리고 범주들 상호간의 연결에 의한 복잡화된 차별과 적대의 지구적 확산. 화폐-명령은 이러한 차별과 적대의 산출이고 이를 통해 잉여를 포획한다. 그러한 착취는 생산에 대해 소수자들을 강제적으로 분리하는 것, 위의 각 범주의 쌍들에서 소수자 위치에 있는 쪽을 수탈하는 것, 즉 '소수자들에 대한 수탈'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바로 이러한 지구적 화폐자본의 화폐-명령에 의한 소수자들의 수탈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동시에 우리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자본에 저항한다는 것, 투쟁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자본에 저항한다는 것은 바로 화폐-명령에 대한 노동의 불복종이다. 그 불복종은 노동간의 적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서의 연대이자 곧 소수자운동의 확산에 다름 아니다. 애초에 자본의 생산자본으로부터의 도주와 화폐자본으로의 전환은 노동의 저항에 의해 강제된 것이다. 그러나 화폐자본의 고공비행은 언젠가는 생산자본에로 착륙해야 하고 노동의 저항과 대면해야 한다. 자본의 탈코드화는 재영토화되어야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화폐자본은 연착륙을 시도한다. 그것은 착륙을 연기하며 화폐-명령이라는 척후병을 투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화폐-명령에 대한 노동의 불복종과 노동간 적대를 분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폐-명령으로부터 도주하거나 그 명령을 효과적으로 피해가면서 노동간 적대를 넘어설 새로운 공통성에 기초한 연대의 가능성, 그 힘이 노동에게 있기 때문이다. 성패의 결정은 다시금 노동 쪽으로 넘어왔다.
여기서 이런 노래는 재평가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도 노동자다!"(노동자는 하나다) "이주노동자는 노동해방의 동지다!" 그리고 이것과 함께 끼어있는 '이주노동자는 우리의 이웃이다'(이웃? 그것은 결코 완벽한 '우리'가 아니라는 부정적 의미도 함축한다). 이 모든 노래는 옳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과거에 불려진 것의 메아리다. 실제로 이주노동을 대하는 한국의 노동운동은 그것을 자신들의 70년대 판의 반복이라고 생각하며, '민주노조' 건설시기로 규정하고 그 재현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이 노래는 지금 우리가 인정해야 할 새로운 현실, 이주노동은 여성노동과 일용직노동 그리고 장애인노동과 같은 저임금노동과 경합하고 때로 적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려 한다. 그것은 자본의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의도라는 것은 항상 그렇듯이 자본에 조응하는 노동의 성격에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 양상의 발현이기도 하다. 특히나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화폐-명령은 노동의 이런 성격을 심화시킨다. 여기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은 공허한 이미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역설적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투쟁을 분석하고 있는 한 문서는 "...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부화시켜 낼 수 있는 한국 노동운동의 실력과 결의가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이 크다"고 지적하고, 그 근저에는 "내국인 노동자의 고용 및 노동조건 보호를 위해서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반대해야하고,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는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 한국노동운동의 딜레마 아닌 딜레마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문서에서 그 딜레마를 극복하고 있는 방법의 제시는 여전히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과 '노동자국제주의'이다. 이것은 대안이 아니라 동어반복이며, 현실의 부인일 뿐이다. '노동자성'이 부족해서 혹은 그것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모자라서 적대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딜레마는 단순 딜레마가 아니라 노동운동이 갖는 한계가 화폐-명령에 의해 드러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오히려 그 적대는 '노동'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부정적 양상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좌파들은 이주노동에 대한 인권차원에서의 접근을 비판하며 그것이 노동운동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그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는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노동간 적대가 사라질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은 노동 그 자체가 그러한 것처럼 부정적 양상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인권에의 접근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이주노동이 노동운동이어서가 아니라, 반자본주의 운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을 곧바로 반자본주의 운동과 동일시하거나 혼동해서는 안 된다. 반자본주의 운동은 언제나 자본에 조응하는 노동이나 노동운동이 아니라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으로 규정된다. 자본에 저항하는 노동의 힘이란 노동으로부터 탈주하는 힘이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내국인 노동자들을 공격한다고 느껴진다면, 연대투쟁의 손길을 내밀고 함께 더 나은 노동조건, 임금수준으로 갈 수 있는 투쟁의 길을 열어야 한다."(위의 문서) 그렇다. 우리는 그 방법을 찾고 있다. 적대를 사랑으로 변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지점에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아니 그 선언이 선언일 수 있기 위해서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는' 그 현실을 변화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방법은 분열과 적대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공통의 기반과 요구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본 쪽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주노동에 대해 '불법화-고용허가제 및 노동허가제'까지 다양한 정책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덕스러운 정책변화 즉, 이주노동을 제한하는 세부사항들의 유동적이고 탄력적인 '쿼터'들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내국인노동과 이주노동사이의 차별과 적대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을 통한 착취이다. '쿼터'는 향후 내국인노동과 이주노동사이의 주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쟁점이 될 것이다.
노동의 입장에서 보자면 '쿼터'는 분리와 노동간 적대를 불러오는 제한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주노동에 대한 전면적인(어떤 제한도 없는) 합법화를 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 요구가 여성노동자, 일용직노동자, 장애인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 사이의 연대를 확산하고 단결을 도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요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노동비자 쟁취'라는 이주노동자들의 요구가 일용직 노동이나 여성노동, 장애인노동 등등의 내국인노동을 설득할 수 있을 소통적, 공통적 기반은 부족하다. 그 자체의 요구 즉,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이주노동자운동이 한국의 노동운동이 되는 것, 이주노동이 내국인노동(화)으로 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내국인노동이라 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경쟁하고 적대하고 남성노동이 여성노동에 대해서 그렇게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현실에서 노동자는 하나이기 때문에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인권'에 호소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연대를 호소하는 '노동자국제주의'는 이주노동을 한국노동운동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볼 때 여전히 '국경을 고수하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노동자들의 국제주의가 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대의 형식화인 위계를 없애지 못한다. 이주노동이 한국의 내국인노동이 될 때 그것은 다른 모든 소수자노동과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는 한국노동운동의 맨 밑바닥에 자리할 것이다(대안적 노조의 하나인 지역노조는 어째서 대안을 적극적으로 구성하지 못하고 기존의 노조운동 체계 속으로 스스로를 편입하는 것일까?).
어쨌든 그 투쟁이 자신의 투쟁으로 느껴지는 공통적 기반이 없다면, 그 투쟁은 주체로부터 떨어져 객체화되어버린 투쟁이다. 이때 연대는 사실상 자율성이 아닌 외부로부터 거의 강제적으로 동원되는 어떤 것에 불과해진다. 그리고 이때 외쳐지는 투쟁은 공허하다. 왜냐하면 투쟁은 바로 그러한 소외를 분쇄하는 것, 노동간 적대를 분쇄하고 공통성을 창출하려는 연대 그 자체인데 이것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 노동 즉, 다른 말로 다중들에 대한 분석적 연계를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하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제안하자면, 자유롭게 이동하여 노동하고 또한 정주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권리들(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비자, 장애인이동권등 기본적 권리들의 연계)을 확장하고 거기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의식을 결합하여 새로운 공통적 요구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디에서 노동하는가의 문제'와 '임금' 관계를 분리하는 것이다. 가령,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확대해서 거꾸로 내국인 노동에 적용시켜 본다면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란 형식적 자유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이런 형식적 자유에 대한 전면적 자유의 요구로 확대될 수 있으며, 해당 사업장 고용주와의 계약이냐 아니냐하는 문제(하청과 일용직노동에서 빈번히 발생하는)의 폐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노동과 소득과의 관계를 분리하는 '노동없는 소득', 사회적 소득에 대한 공통적 요구를 만들 수 있다. 나는 '고용없는 성장'의 측면에는 생산의 사회적 수준을 의미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생산의 사회적 수준이 인간활동이 어떤 특정한 사업장에 고용되어 노동의 형태로 일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 생산력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양한 인간활동의 축적의 결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의 형태(가령 가사노동처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 인간활동에 대한 착취의 수준을 말해준다. 따라서 노동과 소득과의 관계를 분리하고 사회적 소득을 제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금의 빈곤을 피할 수 있으며, 인간활동에 대한 자본의 가치척도(고용-임금)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연대의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소득은 노동간 경쟁과 적대를 줄여나가고 협력을 강화하는 공통적인 요구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요구들은 노동조합만의 과제가 아니며 노동운동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런 요구들은 반자본주의 운동의 새로운 주체성을 생산해내는 문제다. 연계들을 찾아내고 연대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정말 자본과 싸우는 것이 맞다면( 그러나 우리는 자본이 아니라 어떤 어떤 정권과 싸워왔다. 우리는 자본이 아니라 특정한 '적'을 만들고 그것과 대면해왔다. 지금 그 '적'은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란 뭔가? imf인가? 국제금융기구인가? 아니면 wto인가? 다국적기업인가? 미국인가? 노무현 정권인가? 그러나 언제나 그것은 자본 그 자체라는 것이다.) 반자본주의 운동을 노동운동으로, 그리고 그 조직화에 있어 노동조합으로 제한하거나 한정할 이유가 없다.
자본의 지구화에 반대하는 오늘날의 투쟁에 기존의 노동운동이 중심이 되지 못한다고 통탄하거나 노동운동의 헤게모니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거나 그로부터 반세계화운동의 한계를 도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오늘날의 사회적 생산은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범위를 넘어선다. 확장된 사회적 생산의 지형에 따라 반자본주의 운동의 주체성들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에 있다. 과거 각각의 투쟁들의 공통적 요구를 찾아내는 손쉬운 방법은 그럴듯한 자본의 대리자 중 하나를 찾아내어 '적'으로 규정하고 타도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정권의 타도'로 모아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고 자생성과 의식성을 구분하고 선진노동자를 구별하는 그 모든 정치활동의 기준이었다. 그리고 노동해방은 언제나 부분들(파티: 당 혹은 전위)의 요구로 설정되었다. 이런 분리와 구분, 부분의 특화들은 그 자신의 이상과는 다르게 언제나 공통성을 제거해버렸다. 오늘날 정권의 타도는 필연적으로 일국적 한계를 갖는 동시에 지구적 자본에 대하여 맥빠지는 요구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의 문제는 대리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본 그 자체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다양하다. 지금 자본의 어떤 대리자를 찾아내는 것을 통해 '적'의 선명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물신화이다. 이 물신화는 우리의 눈을 자주 흐리게 한다. 자본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우리가 연대하지 못하고 가로막혀 있는 지점, 그 자리에 흐르고 있다. 투쟁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투쟁을 객체화하게끔 만드는 노동에 내재된 부정적 양상 속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과 노동간의 적대가 종종 노동간의 적대로 드러날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자본에 대한 투쟁은 사회적 협력과 공통성의 창출에 의한 연대(반자본주의 운동의 새로운 주체성들)를 만들어 가는 것, 그 자체가 바로 투쟁이다.
*이 글은 이주노동자 합법화 모임의 방향과 과제 토론을 위한 문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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