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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6 23:12:22, 조회 : 1,808 |
이주노동자와 시민으로서의 권리
최 홍 엽, 조선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Ⅰ. 외국인 법제의 발전방향
(1)
외국인에 관한 법제를 살펴보면, 크게 세가지 단계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첫 번째는 차별의 단계이며, 두 번째는 균등대우의 단계, 세 번째는 실적적 균등의 단계이다. 즉 차별→ 균등대우 → 실질적 균등으로 나아갈수록 국적에 의한 차별이 약화된다.
차별의 단계에서는 외국인을 내국인에 비해서 차별하는 단계이다. 심한 경우에는 敵(enemy)으로서 인식되며, 보통의 경우에는 우월한 내국인과 열등한 외국인이라는 2분법이 작용한다. 그러한 차별은 반드시 법률에 의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며, 행정명령등에 의해서도 가능하며, 법규범이 아닌 사회규범(종교규범 등)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다음의 균등대우 단계에서는 외국인의 권리주체성이 확인되어 내국인과 외국인의 동등성이 규범화되는 단계이다. 그렇지만, 법규범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동등하다고 천명이 되더라도, 외국인이 특수한 문화, 언어, 가치관, 교육배경 등을 가진다고 하는 성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여 형식적으로만 균등하게 처우되기 쉽다. 이른바 상호주의에 의해서 외국인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권리가 인정되는 것도 이러한 단계의 초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실질적 균등의 단계에서는 외국인이 지니는 특성이 충분히 고려되어 실질적 평등이 가능하게 된 때이다. 나아가 외국인이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어느정도까지 보유할 것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단계이다. 이러한 단계는 일부의 국제법규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현실에서 그러한 국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2)
이러한 발전 단계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비교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차별의 단계에서 균등대우 단계로의 움직임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각 민족이나 국가는 오랫동안 외국인을 내국인과 차별하여 왔다. 고대에는 국가간의 전쟁이 빈번했기 때문에 외국인은 곧 적이었다. 게다가 고대의 국가란 단순한 정치조직을 넘어서 종교적, 부족적 단체였다, 따라서 타국의 출신자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종교적 이단자이기까지 했다. 간혹 외국인이 보호를 받는 경우에도 그것은 법률제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호의를 베푼 것에 지나지 않았다. 중세의 경우에도 사정이 고대와 다르지 않아서 외국인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으로 여겨졌다. 고대와 중세의 기간에는 국가간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관계로 국가간의 전쟁등을 제외하고는 집단적으로 외국인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법의 관심도 내국인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데에 그쳤다. 그러다가 근대에 들어 국제 교역이 늘어나면서 외국인의 보호가 국제적 문제로 부각되었다. 각국은 자국민의 해외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외국인은 독자적인 권리주체가 아니었으며 외국인의 본국을 매개로 해서만 권리주체성이 인정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국인의 법적지위의 문제를 법의 틀 내로 끌어들인 데에 이론적 기여를 했던 사람은 18세기 스위스의 법학자인 Vattel이었다. 그는 “외국인을 부당하게 처우하는 자는 그를 보호해야 할 국가를 간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론을 전개하였다. 각국은 Vattel의 이론에 기초하여 자국민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 외교적 보호권을 발동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외국인 개인의 권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며 외국인의 본국이 자신의 권리인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는 법적 형식을 지녔다. 이때에도 개인은 법상의 권리주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Vattel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정인섭,「외국인의 국제법상 지위에 관한 연구」,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1992.2, 6-10면 참고.
근대의 제국주의침략기에 서방의 강대국에 의한 식민지 쟁탈이 일어났다. 이때에는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국가의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서로를 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두 국민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으며, 한쪽은 법률상의 모든 권리를 향유하는 市民이지만, 다른 한쪽은 권리가 제약된 臣民이었던 것이다.
(3)
두 번째 단계인 균등대우원칙이 확립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의 일이었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균등대우원칙이 법률상 인정된 것은 외국인이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등장한 이후이다. 국제법상 외국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온 이후의 일이다. 외국인 지위의 발전에 대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인류는 참담한 인권유린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으며, 전쟁을 전후하여 정치적 난민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제2차 대전중의 나치스에 의한 유태인의 박해와 같이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는 국제적인 분쟁으로 발전하여 국제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2차대전 이후 인류는 인간은 누구나 일정 수준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한기,「국제법강의」, 박영사.
제2차대전 이전에도 인간은 수많은 전쟁을 거쳤지만, 그때에야 비로서 외국인의 지위에 질적인 발전의 계기가 온 것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은 한 국가 내이거나 식민지 본국과 식민지국가를 연결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공업화가 진전속도가 매우 빨라져서 한 국가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었고, 교통수단과 통신수단도 이에 대응하여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제2차대전을 계기로 하여 식민지국가들이 식민상대에서 해방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서방의 강대국은 제국주의 국가의 市民과 식민지국가의 臣民이라는 구시대의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모두 인간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대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변화는, 마치 중세 봉건사회에서 근대 시민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중세의 농노들이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권리인「권리」와「평등」을 획득하게 된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진전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은 법적으로 독립된 지위를 갖게 되었으며, 인권의 보장을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이 벌어졌다. 2차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국제연합(UN)도 그 헌장 제1조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도록 조장, 장려하기 위하여 국제협력을 달성하는 것”이 UN의 기본목적의 하나임을 천명하였다. 또한 UN의 회원국은 “인종, 성, 언어 또는 종교에 의한 차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보편적 존중과 준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헌장 제55조)고 정하게 된다. 외국인의 지위에 대해서는 국적에 의한 차별이 금지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뒤에 보는 바와 같이 국제연합에서 제정된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에 의해서 국적에 의한 차별도 금지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한다는 정신이 구체화된 것이다. 그러나, 2차대전 직후의 국제적 논의에 의해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유엔의 여러 조약을 통하여 외국인에게도 기본권이 보장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그러한 내용이 각국의 국내법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였다. 또한 유엔에서의 논의도 외국인의 모든 기본권을 조건없이 보장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경제적 권리나 사회적 권리의 영역에서는 많은 유보조항이 있어서, 각국의 정부들이 피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내외국인 간의 차별을 철폐하고 나아가 외국인의 독자적인 특성을 배료한다는 실질적 균등의 원칙이 관철된 것도 아니었다. 유엔의 인권장전에 대한 논의에서는 국적차별의 문제가 다른 중요한 주체에 비해 작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4)
법제도의 발전방향의 세 번째는 실질적 균등의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단계에서는 외국인이라는 특성, 즉 언어와 문화와 가치관, 교육배경이 다르다는 것이 적극적으로 배려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단계는 문화적 다원주의가 법제도에 의해 적극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때를 의미한다. 문화적 다원주의란「외국인 근로자, 더 넓게는 외국인이 그들만의 문화를 지켜 가는 것을 인정하고 격려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외국인을 주류사회로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류사회와 공존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다른 예로서 근로계약의 체결을 예로 들어보면, 외국인 근로자만이 언어위험(Sprachrisikio)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노동을 하는 나라의 언어와 노동관행을 모르기 때문에 근로계약의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서 서명, 날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계약내용에 대해서 번역이나 통역을 통해 이해하도록 사용자가 배려해야 하며, 법적인 책임도 이러한 배려에 입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근로계약 체결시의 언어위험의 문제는 실질적 균등의 단계의 작은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일 뿐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 근로자와 실질적으로 균등하게 대우해야 하며, 근로의 제공 이외의 다른 생활관계에서도 실질적 평등의 이상이 실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 균등의 단계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많은 나라들이 외국인을 차별하거나 자신들의 법제도와 문화속으로 흡수해 나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연합과 ILO의 법규범들은, 내외국인을 실질적으로 균등하게 대우하는 수준에 이르러 있으며, 각국의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1975년의 ILO 이주근로자 보충협약과 1990년에 채택된 국제연합의 이주근로자 권리협약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항목에서 소개한다. 그렇지만 실질적 균등대우의 원칙을 현실화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유럽의 선진적인 국가들 가운데에는 외국인이 자신의 문화와 가치관 등을 유지하는 가운데 실질적 균등을 이루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Ⅱ. 국제결혼과 이주근로자의 보호
1. 외국인남성과 한국인여성의 결혼의 경우
(1) 구 출입국관리법시행령
26. 방문동거(F-1)
친척방문, 가족동거, 피부양, 가사정리 기타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체류하고자 하는 자[주한외국공관원의 가사보조인, 외교(A-1) 내지 협정(A-3)자격에 해당하는 자와 외국인등록을 마친 자의 동거인으로서 그 세대에 속하지 아니한 자, 거주(F-2)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의 처 또는 자로서 그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자, 국민의 배우자 또는 자로서 거주(F-2)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자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직업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내에 장기간 체류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포함]
- 1회 체류기간의 상한: 2년
27. 거주(F-2)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하여 생활의 근거가 국내에 있는 자, 그의 배우자 및 출생자녀와 국민의 배우자[거주(F-2)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의 출생자녀로서 미성년인 자와 국민의 처로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실이 없는 자 및 거주(F-2)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의 처가 된 자로서 일정기간이상 계속하여 국내에 체류한 자 외에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실이 있거나 기타 계속하여 국내에 체류하여야 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 포함] - 1회 체류기간의 상한: 5년
(2) 파생되었던 문제
F2(거주) 비자는 국민의 처에 대해서만 발급되었으므로, 국민의 남편(夫)에게는 발급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남성 이주근로자는 결혼을 하더라도 취업과 장기체류가 불가능했었다. 결혼한 외국인남성에게는 F2가 아닌 F1(방문동거)비자가 발급되었으나, 이 비자는 직업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단순취업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방문동거 비자는 체류기간이 2년 이내에서 결정되므로, 장기체류가 곤란했었다.
(3) 신 출입국관리법시행령(2002년 개정)
26. 방문동거(F-1)
친척방문, 가족동거, 피부양, 가사정리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체류하고자 하는 자, 외국국적을 취득한 동포로서 법무부장관이 특별히 국내체류를 허가한 자[재외동포(F-4)자격에 해당하는 자는 제외], 주한외국공관원의 가사보조인, 외교(A-1) 내지 협정(A-3)자격에 해당하는 자와 외국인등록을 마친자의 동거인으로서 그 세대에 속하지 아니한 자 그밖에 부득이 한 사유로 직업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고 대한민국내에 장기간 체류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 1회 체류기간 상한 : 2년
27. 거 주 (F-2)
가. 국민 또는 영주(F-5)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의 배우자
나. 난민인정을 받은 자
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규정에 의한 외국인투자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자로서 투자금액이 미화 50만불 이상인 외국법인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규정에 의한 외국인투자기업에 파견하는 자중 기업투자(D-8)자격으로 3년이상 계속 체류하고 있는 자
라. 영주(F-5)자격을 상실한 자중 국내 생활관계의 권익보호 등을 고려하여 법무부장관이 국내에서 계속 체류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자[강제퇴거된 자는 제외]
마. 외교(A-1) 내지 협정(A-3)자격외의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7년 이상 계속 체류하여 생활근거지가 국내에 있는 자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자
- 1회 체류기간 상한: 3년
28의3. 영주(F-5) 법 제46조제1항 각호의 1에서 규정한 강제퇴거대상이 아닌 자로서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
가. 대한민국 민법에 의하여 성년이고, 본인 또는 동반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으며, 품행이 단정하고 대한민국의 풍속이해 등 대한민국에 계속 거주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소양을 갖춘 자로서 거주(F-2)자격으로 5년 이상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자
나. 미화 50만불 이상을 투자한 외국투자가로서 기업투자(D-8)자격으로 3년 이상 국내에 계속 체류하면서 국민의 고용창출에 기여한 자
다.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자
라. 가목 내지 마목에 해당하는 자의 20세 미만의 자녀
- 체류기간의 상한: 없음
(4) 현재의 평가
현재에는 외국인인권단체의 노력으로 국제결혼의 문제가 상당히 개선되었다. 결혼한 외국인남성도 F-2(거주) 비자가 발급된다. 이에 따라 미등록 외국인남성도 한국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 재입국의 경우에 F-2 비자가 발급된다.
그렇지만, F-2 비자가 단순직 취업만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외한 전문적 취업은 현재에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2. 결혼을 통한 국적취득시의 문제
(1) 국제결혼의 경우
현행 국적법은 귀화를 일반귀화, 간이귀화, 특별귀화로 구분하고 있는데, 외국인노동자의 경우에는 주로 일반귀화(제5조)와 간이귀화 중 국제결혼(섭외혼인)에 의한 경우(제6조 ②항)가 해당된다고 하겠다. 국제결혼을 통한 귀화의 문제는 노영돈, “외국인노동자의 국적과 영주권”, ｢시민과 변호사｣ 2002년 12월, 52-54면을 참고하였다.
양자에 공통적인 귀화요건은 대한민국의 민법에 의하여 성년일 것, 품행이 단정할 것, 자신의 자산이나 기능에 의하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 국어능력 및 대한민국의 풍습에 대한 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을 것의 네 가지이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기간에 대한 것으로 일반귀화는 5년 이상 계속하여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제5조), 간이귀화 중 국제결혼에 의한 경우는 배우자가 대한민국 국민인 외국인으로서 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대한민국에 2년 이상 계속하여 주소가 있거나 그 배우자와 혼인한 후 3년이 경과하고 혼인한 상태로 대한민국에 1년 이상 계속하여 주소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6조 ②항). 따라서 한국인과 혼인한 외국인노동자의 경우는 간이귀화를 통하여. 그렇지 않은 일반 외국인노동자는 일반귀화를 통하여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인과 혼인하여 간이귀화에 해당하는 외국인의 경우에 그 한국인 배우자의 사망, 실종 또는 그밖에 그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양육해야 할 자녀의 보호 및 그 외국인 배우자의 인권보장이라는 차원에서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국적법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즉, 국적법 제6조 ②항이 규정한 기간을 충족하기 전에 혼인상태를 지속하지 못하게 된 경우 현행 국적법에 의하면 일반 귀화가 금지된 것은 아니나, 외국인 배우자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그 부부간에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간이귀화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자녀는 국적법 제2조①항에 의하여 출생과 동시에 한국국적을 취득한다.
현재대로라면, 한국남성과 결혼한 외국인여성은 2년의 기간동안 그 지위가 매우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게 된다. 또한 출입국관리법상으로도 국민의 배우자에게 체류 기간의 상한이 5년 거주인 거주(F-2)체류자격을 부여하는데, 중간에 혼인상태가 종료되면 이들은 거주(F-2)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도 문제였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국적법을 개정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고 2002년 9월 1l일부로 ‘국민의 외국인 배우자에 관한 체류관리지침’을 개정하여 체류허가 방법 및 처리절차와 취업허가 기준을 개선하여 시행하고 있다. 노영돈, 위의 글, 53면.
(2) 엄격한 영주권 규정
출입국관리법상의 영주(권)제도를 살펴보면 그 요건이 국적법상의 일반귀화보다 오히려 까다로운 것을 알 수 있다. 즉, 전술한 일반귀화와 간이귀화의 공통적인 요건은 영주(F-5)체류자격의 경우에도 한국에 계속하여 주소를 가져야 하는 기간만을 일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영주(F-5)체류자격의 경우에는 강제퇴거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는 요건과 거주(F-2)체류자격을 가지고 5년 이상 체류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5년의 체류가 오직 거주(F-2)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주(F-5)체류자격 취득이 국적취득보다 어렵게 되어 있는 셈이다. 영주체류자격의 취득이 국적취득보다 용이해야 한다는 지적 노영돈, 앞의 글, 55면.
에 동의한다. 그렇게 해야 외국인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이 그 요건을 충족하면 귀화 또는 영주(F-5)체류자격을 선택적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들이 한국에 계속하여 거주하고자 할 경우 귀화를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Ⅲ. 이주근로자의 사회보장
1. 문제의 제기
이주근로자의 국내체류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종전에는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사회적 위험이 현실화한다. 산업재해는 물론이고, 업무외의 질병과 부상, 가난, 실업, 장애와 노령, 주거 등의 사회적 위험이 커진다. 특히 질병과 부상에 대비한 의료보장의 문제는 이주근로자의 삶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료공제회, ꡔ외국인노동자의료백서ꡕ, 청년의사, 2001;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ꡔ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백서ꡕ, 다산글방, 2002; 이주․여성 인권연대, ꡔ(해외투자기업 외국인산업연수생) 인권백서ꡕ, 이주․여성 인권연대, 2002.
이 점들은 이주근로자에 대한 사회보장법상의 보호가 필요한 주요한 근거이다. 또한 국내에 오랫동안 거주하여 사실상 한국사회의 일원이 된 정주외국인은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인 화교 등이 그러한 예인데, 이에 대해서는 본론의 뒷부분에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법제도상으로 이미 완성된 것처럼 보이는 지점에서도 실무상 적지않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후술하는 것처럼 불법체류 근로자도 판례나 정부정책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실무상으로는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있다.
법이론의 측면에서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놓여 있다. 이주근로자의 사회보장과 관련하여, 이른바 기본권성질설(권리성질설)의 입장에 따른다면 외국인은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다수학설인 기본권성질설은 기본권을 인간의 권리와 국민의 권리로 분류하고, 외국인은 국민의 권리인 사회적 기본권과 정치적 기본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한다. 사회적 기본권은 自國民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을 의미하므로 외국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권영성, ꡔ헌법학원론ꡕ, 법문사, 2001, 301-304쪽; 김철수, ꡔ헌법학개론ꡕ, 2000, 박영사, 679-680쪽.
한국헌법학에 영향을 끼친 독일의 C.Schmitt나 R.Smend도 외국인의 사회권 주체성에 대해서는 부인한다. C.Schmitt는 기본권을 인간의 천부적인 자유와 권리로 이해하여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절대적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가로부터의 자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국가에 대해 적극적 급부를 요구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주체는 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R. Smend처럼 통합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기본권의 권리적인 면보다는 책임과 의무를 수반하는 그 정치적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 외국인의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이론상 무리가 따른다. 허영, ꡔ한국헌법론ꡕ, 제2판, 박영사, 2002, 231-235쪽
그러나, 기본권성질론은 여러 측면에서 약점을 지닌다. 우리 헌법 제6조 2항은 외국인의 지위는 국제법과 조약에 따른다고 한다. 이 법규정은 사회적 기본권을 포함한 모든 기본권에 적용되는 규정인데, 국제규범의 흐름은 권리성질론의 결론과 차이가 난다. 국제규범은 외국인의 사회보장에 대해 이를 원칙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아니며, 후술하는 것처럼 內外國人 평등의 원칙 내지는 상호주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산재보험법과 같은 경우에는 일하는 사람이 ‘근로자’인지 여부가 受給權의 결정에 있어 중요하며, 그가 국민 또는 외국인인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보장의 구체적 영역에 따라서 외국인의 권리주체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기본권성질설은 외국인의 국내체류 기간과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다. 외국인가운데에는 관광 체류자격으로 아주 짧은 기간 국내를 거쳐간 경우가 있는가 하면, 2,3대째 계속 국내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구체적 사정과 상관 없이 외국인은 일률적으로 사회적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
2. 상호주의와 내외국인 평등의 원칙
(1) 국내법과 국제법의 규정
외국인은 사회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기본권성질론이 문제가 있다면, 외국인의 지위를 어떠한 원리에 의해서 설명해야 할까? 국내의 관련법과 국제규범의 내용을 검토하면서 지위를 해명한다. 사회보장법의 기본적인 원리를 정한 사회보장기본법은 상호주의의 원칙에 입각해 있다. 이 법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은 상호주의 원칙에 의하되,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 한다(제8조). 상호주의(Principle of Reciprocity, Prinzip der Gegenseitigkeit)는 외국인에게 권리를 인정함에 있어서, 그 외국인의 본국이 자국민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외국인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주의이다. 상호주의에 따르면 외국인의 본국이 한국민에 대해 사회보장권을 인정하면, 그 외국인에 대해서 사회보장의 권리를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점은 상호주의가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구체화 또는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는 상호주의만을 정하지 않고, 개별 법령의 성격에 따라 다른 판단의 여지를 두고 있다고 본다.
외국인의 지위에 대한 헌법 제6조 2항은 외국인의 지위는 국제법과 조약에 따른다고 한다. 권영성 교수(앞의 책, 178․302면)는 헌법 제6조 2항 자체가 상호주의를 정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겠다. 후술하는 것처럼 국제법의 내용은 내외국인평등의 원칙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비준한 국제인권규약(A)의 내용이 상호주의와는 무관하다.
그렇다면 이주근로자의 지위를 정한 국제연합과 국제노동기구의 주요한 국제규범은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여러 국제문서에서 상호주의를 인정하였다. 1919년에 창설된 ILO는 외국인 근로자의 비참한 상태에도 관심을 가졌으며, 상호주의를 통해 상태를 개선해보려 했다. ILO는 이주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1919년 제1회 총회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상호적 대우에 관한 권고｣(제2호 권고)를 채택했다. 이것은 가맹국에 대해, 그 영토 내에서 사용된 외국인에게, 相互條件附로 그리고 관계국간에 협정한 조건으로, 자국 노동자의 보호에 관한 법령상의 이익과 단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 권고이다. 제2차대전 이후에 나온 주요한 조약들도 상호주의 원칙으로부터 벗어나 있지 않다. 1952년에 채택된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제102호조약) Social Security (Minimum Standards) Convention, 1952
｣도 그러하다. 제102호 조약의 제68조에 의하면, (1) 국민이 아닌 주민도 국민과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다만, 공적 기금에서 전적으로 또는 주로 지급되는 급여나 급여의 일부 및 잠정적인 제도에 대하여는 국민이 아닌 자 및 그 가맹국의 영역 외에서 출생한 국민에 관한 특별규정을 둘 수 있다. (2) 피용자를 보호하는 갹출제 사회보장제도에 있어서는, 본 조약의 의무를 수락한 다른 가맹국의 국민인 피보호자는 그 부(部)에 관하여 관계 가맹국의 국민과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다만, 본항의 적용에 대하여는 상호주의를 정하는 2국간 또는 다수국간의 협정의 존재를 조건으로 할 수 있다.
1962년에 나온 ｢사회보장에 있어서 내외인 평등대우에 관한 조약(제118호 조약)｣ Equality of Treatment (Social Security) Convention, 1962.
도 상호주의 원칙 위에 서있다. 高藤昭, ｢外國人勞働者とわか國の社會保障法制｣, 社會保障硏究所 編, ꡔ外國人勞働者と社會保障ꡕ, 東京大學出版會(1991), 4-6쪽.
이 조약은 사회보장 9부문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부문에 대해 비준할 수 있지만(제2조 1항), 내외국인평등대우원칙에 관하여는 난민과 무국적자에게는 상호주의 조건 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하였다(제10조 1항), 그러나 그 이외의 외국인에 대해서는 거주요건은 제외하지만(제4조 1항), 그 모국이 이 조약을 비준한 경우에 적용한다는 형식으로 상호주의를 취하고(제3조 1항), 또 사회보장의 그 부문에 대해 가맹국의 국민에게 평등취급을 하지 않은 다른 가맹국의 국민에까지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하여(제3조 3항) 거주요건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제4조 1항 본문은 거주요건과 관계없이 균등대우원칙을 적용한다고 하였으나, 제4조 1항 단서는 상호주의에 의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 즉, Provided that equality of treatment in respect of the benefits of a specified branch of social security may be made conditional on residence in the case of nationals of any Member the legislation of which makes the grant of benefits under that branch conditional on residence on its territory.
보복조치(retaliation)를 인정하고, 나아가 공공부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제10조 2항).
비교적 소극적인 ILO 기준에 비해, 국제연합이 채택한 조약은 보다 적극적이다. 高藤昭, 앞의 논문, 6쪽.
국제연합의 조약들은 內外國人平等의 原則(Principle of Equality of Treatment), 즉 자국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그 국가의 국민과 같이 대우한다는 원칙에 서있다. 국제연합은 세계의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는 것을 조장, 장려하는 것에 대해 국제협력을 달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헌장 제1조 제3항). 국제연합은 1948년에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여 “……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에 의한 차별없이……”(제2조 제1항),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였다(제22조). 이것에 뒤따라 제정된 국제인권규약에서도 사회보장에 대한 적극적인 규정을 두었다. 우리나라도 비준한 국제인권규약(A)에서는 “이 규약의 체약국은 이 규약에 정하는 권리가 ……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없이 행사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약속한다”(제2조 제2항)고 한 후에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제9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른바 相互主義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모든 사람’의 권리로서 인정하고 있다.
1976년에 국제연합은 ｢난민의 지위에 관한 조약｣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 제23조에서는 공공부조, 제24조에서는 사회보장에 대해 내외국인평등대우원칙을 규정하였다. 난민이라는 점으로부터 당연하지만, 상호주의를 채택하지 않았다. 나아가 국제연합은 1990년 12월 18일 제69차 총회에서 이주근로자권리조약 이 조약의 원래 명칭은 ｢모든 이주근로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조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UN Doc. A/RES/45/158)이다.
을 채택하였는데, 그 제27조 제1항도 외국인의 사회보장의 권리를 정하고 있다. 이주근로자권리조약은 “사회보장에 관하여, 외국인 근로자와 그 가족은 적용가능한 그 국가의 법률 및 2국간 또는 다국간 조약에 의해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는 한, 고용국에서 국민에게 인정되는 것과 동일한 취급을 향유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사회보장에 대하여 내외국인평등의 원칙과 상호주의 원칙의 조화를 도모한 것이다. 그리고 이 조항은 불법체류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근로자의 보호를 정하고 있는 제3부에 규정된 내용이며, 불법체류 근로자를 특별히 제외하고 있지 않다.
이상에서 보듯 국제규범의 흐름은 내외국인평등의 원칙과 상호주의가 교차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국제규범이 모두 국내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지위와 관련한 헌법 제6조 2항이 지칭하는 ｢국제법｣의 의미는, 제6조 1항과의 관계 아래에서 볼 때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이거나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에 한정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의 모든 국제규범이 국내법적인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한국이 비준․공포한 조약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특히, 1990년 한국에 대해 발효된 국제인권규약(A)가 외국인의 사회보장과 관련하여 가지는 국내법적 효력에 주목하게 된다.
국제인권규약(A)와 국제인권규약(B)는 권리보장의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B규약은 규약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엄격하게 정하여 보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A규약은 몇가지 제약이 설정되어 있다. 즉, A규약 제2조 1항은 “입법조치 기타 모든 적당한 방법에 의해 이 규약에서 인정된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라는 표현과, “ ····· 자국의 가용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또한 제2조 3항에서 “개발도상국은 인권과 국가경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이 규약에서 인정된 경제적 권리를 어느 정도까지 자국의 국민이 아닌 자에게 보장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국제연합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는 1990년에 발표된 일반의견(General Comment)을 통해 A규약의 규범적 의미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회는 A규약의 각 조항들이 선언적 의미를 지니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규정된 권리를 최소한도의 수준에서 만족시켜야 하는 기본적 의무는 각 당사국에게 바로 부과된다고 보았다. 자세한 내용은, 정인섭,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실천제도”, ꡔ국제인권법ꡕ(국제인권법학회), 제2호(1998) 135-136쪽; 박찬운, ꡔ국제인권법ꡕ, 한울, 1999, 62-63쪽.
그러나, 위와 같은 A규약의 규정내용을 근거로, A규약 제9조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 사회보장의 권리에 대해 국적에 의한 차별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는 없겠다. 일본에서는 A규약 제9조를 프로그램 규정으로 해석하는 판례가 있다(塩見訴訟: 最判 1989.3.2. 判時 1863호 68면). 이 판결은, 위 규약 제2조 1항을 근거로 위 규약이 개인에 대해 직접 구체적인 권리를 부여한 것은 아니며, 개인이 동 규약을 근거로 하여 국내법원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하여 그 이행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다. A규약 제2조 2항의 평등원칙에 대해서는 동조 1항의 점진적 달성의무규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高藤昭, ꡔ社會保障法の基本原理と構造ꡕ, 法政大學出版局, 1994, 330-331면; 高倉統一, ｢國際社會保障基準形成과 日本法의 課題｣, ꡔ講座 社會保障法ꡕ 第1卷, 2001, 282-283쪽.
A규약상 표현에 의하면 가용자원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이를 비준한 국가는 이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점진적｣이라는 표현도 당사국에게 대해 끊임없이 한층 높은 수준의 권리실현을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결국, 국내법적 효력이 있는 국제법과 조약의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내외국인평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이에 도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인권규약의 표현을 인용한다면, 외국인의 인권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가용자원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것이다.
(2) 상호주의와 내외국인평등의 원칙의 검토
상호주의는 이제까지 外國人보호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外國人에 대한 아무런 보호가 없는 상태에서 상호주의를 통해 비로소 외국인의 보호가 시작되고 向上될 수 있었다. 外國人의 보호가 당사국간 또는 다국간 조약을 통해 정비될 수 있다면, 관련국의 국민들은 상대방 국가에서 예측가능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호주의는 現實的인 法原理이기는 하나, 미래지향적인 제도라고 볼 수 없다. 외국인의 지위가 관계국의 외교관계나 입법정책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상호주의가 우리가 지향해야될 법원리가 아님을 보여준다. 빈곤한 국가들의 예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들 국가들은 외국인은 물론이고 自國民에 대한 社會保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어쩌면 해당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빈곤한 국가들의 국민은 相互主義下에서 안정적인 보장을 받기 어렵다. 또한 외국인에게 사회보험제도의 가입을 인정하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 급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료납부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급여지급과 관련된 법률관계와 통일체를 이루며, 급여지급을 국적등을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보장과 합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전광석, ꡔ한국사회보장법론ꡕ, 2002, 법문사, 226-228쪽.
한편, 상호주의보다 전향적인 원리로서 內外國人 평등의 원칙을 들 수 있다. 국제규범이나 국내법규는 상호주의로부터 내외국인 평등의 원칙을 지향해 왔다. 기본권의 영역 가운데 정치적기본권과 사회적기본권의 분야가 대표적으로 내외국인을 달리 대우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양영역에서도 내외국인의 차이는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사회보장영역에서 내외국인평등은 지향해야할 이념임은 분명하나, 현실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처럼 연금급여를 통해 장기적 소득보장을 하는 장기보험에서는 외국인의 특수한 처지를 고려해야한다. 이주근로자들은 3년이내, 길어도 10년이내의 기간으로 국내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재외동포 외국인은 예외가 될 수 있다.
이들은 노령이나 폐질에 대한 사회보장의 요구가 거의 없는 경우이다. 설령 이들을 가입시킨다 해도 본국으로 출국시 이미 납부한 연금보험료의 처리문제, 외국인 본국에 국민연금과 유사한 제도가 있을 경우 양제도의 조정(보험료, 납부기간, 연금급여액 등), 국내에서 수급자격을 획득한 경우 연금급여의 지급여부와 금액 등의 구체적 과제들이 나타난다. 실업근로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실업예방등의 기능을 하는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적용상 어려움이 따른다. 국내에 들어온 이주근로자는 산업재해등을 당하지 않는 한 실업의 위험은 중요한 위협이 아니다. 현재에도 이주근로자가 희망하면 가입할 수 있으나(고용보험법시행령 제3조 제2항 4호), 실제로 가입한 사례는 드물다.
<표> 이주근로자의 체류자격에 따른 사회보장법 적용 현황
산업연수생
연수취업
정주외국인
불법체류근로자
국민연금법
제외
적용
적용
제외
고용보험법
제외
임의가입
임의가입
제외
국민건강보험법
임의가입
임의가입
임의가입
제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적용
적용
적용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외
제외
제외
제외
의료급여법
제외
제외
제외
제외
3. 구체적 영역에 따른 검토
(1) 국민건강보험법
국민건강보험법은 산재보험법과 다른 규율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법은 제5조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이 가입자임을 규정하고, 법률명칭과 목적조항도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제한하였다. 다만, 법 제93조는 외국인등에 대한 특례를 정했다. 자세한 내용은, 김유성, ꡔ한국사회보장법론ꡕ, 제4판, 법문사, 233-234쪽.
제93조 2항은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본인의 신청으로 가입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인은 강제가입대상자가 아니라 임의가입대상자이며, 희망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제93조 제1항. 이 때 건강보험 적용사업장에 근무하거나 공무원․교직원으로 채용된 외국인은 직장가입자가 될 수 있으며(제1항)(제1항), 그렇지 아니할 때에는 일정한 범위내에서 지역가입자도 될 수 있다.
외국인은 피부양자의 요건에 해당하여 피부양자도 될 수 있다.(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1항)
산업연수인지 연수취업인지에 따라 법적용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산업연수생도 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으며 위의 노동부지침 제8조
, 연수취업자도 취업상태로 인정되는 한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법규정을 접어두고 적용실태를 살펴보면, 산업연수생에 대한 의료보장도 불충분하다. 우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 건강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장시간의 근무여건하에서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어렵고, 게다가 언어소통의 어려움이 부가된다.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 ｢외국인노동자 의료백서｣, 청년의사, 2001, 132-133쪽.
그리고 산업연수생 가운데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서, 의료보장에 많은 문제가 있다. 관련되는 노동부지침에서도 해외투기업 산업연수생에 대한 보호지침(제정 1999.12.1. 노동부) 3. 보호내용 참조.
위 지침은 해외현지법인이 아닌 국내 모기업에서 임금을 직접 지급받는 경우에 적용한다(위 지침 2.보호대상). 이 표현을 놓고, 노동부는 해외현지법인이 임금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에는 위 지침상의 노동관계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해석한다. 그 결과 한국의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의문이다.
이 산업연수생에 대해서는, 보호내용으로서 건강보험의 적용을 열거하지 않았다. 이주근로자의 의료보장은 어렵지만 중요하다. 업무상재해임이 분명한 경우에는 산재보험법에 의해 보호되나, 업무 외(外)의 부상․질병은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다. 만성질환과 암, 출산과 육아관련질환 등 의료수요가 양적으로 증가하고 질적으로 다양해졌다. 이주근로자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장기체류자가 늘어감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다.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 ｢외국인노동자 의료백서｣, 청년의사, 2001, 7쪽.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가 펴낸 의료백서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의료실태를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불법체류근로자가 열악한 의료 현실에 놓여 있다. 불법체류 근로자가 업무외(外)의 재해를 입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으나, 그들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적용으로부터 실무상 제외되어 있다. 불법체류 근로자를 건강보험의 적용으로부터 제외하는 데에는 몇가지 근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불법체류 근로자가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신분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의 적용으로부터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산재보험에서는 그 자체가 사용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나, 건강보험에서는 외국인 대상자가 50% 또는 전액 부담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불법체류 외국인이 보험료를 납부한다면,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을까? 출입국관리법 위반이 문제인데, 이것은 결정적인 장애는 되기 어렵다. 산재보험법에서도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더라도 산재급여를 받는 데에 지장이 없다. 산재보험법의 예를 건강보험에도 적용한다면, 적용이 불가능하지 않다. 관련 법령에서도 직장가입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적용사업장에 근무하는 자로 정하고 있으므로(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64조 1항), 적용사업장의 근로자인 한, 외국인도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불법체류자는 현행법상 지역가입자가 되는 것은 명문으로 금지되어 있다(동 시행령 제64조 2항).
일본의 불법체류자들은 예외적으로 건강보험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관련된 사건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증 不交付의 취소를 구한 것이다. 중국 국적의 여성이 체류자격이 없는 채로 일본인 남성과 결혼하고, 다음해 국민건강보험증의 교부를 신청했지만, 不交付 처분을 받았다. 東京지방재판소는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일률적으로 생활의 근거를 가질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으며, 거주관계를 중심으로 한 객관적 생활상황과 그 定住意思로부터 주소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할 경우도 존재한다고 해야 하며, 이러한 판단으로부터 “그 자치단체의 구역 내에 주소를 가졌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에 대해서는 그 자치단체가 행하는 국민건강보험의 피보험자로 될 수 있다”고 하여 위 청구를 인용하였다(東京地判 1998.7.16 判時 164호 3면).
일본에서는 법령상으로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일본인과 같이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다만, 일본의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의 피보험자격(市區町村에 주소를 가지는 사람)의 해석과 관련하여 외국인에 대한 적용이 제한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을 하고 입국시에 결정된 체류기간이 1년 이상인 사람이 원칙이다.(高倉統一, 앞의 논문, 277-278쪽)
법리상으로는 위와 같은 해석이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건강보험법의 적용이 어렵다. 불법체류 근로자의 지위가 불안정하여 보험료의 안정적 납부가 어렵고, 노사 양당사자들도 신분의 노출을 꺼린다. 나아가 근무시간 중 의료기관 이용이 어렵고, 과다한 본인부담금으로 인해 실질적인 의료보장도 곤란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래도 외국인의 의료보장에 기여하는 것이 외국인상담을 하는 인권단체나 의료봉사단체들이다. 전국의 이주근로자인권단체들은 근래 들어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를 1999년 9월에 구성하였다. 의료 공제회에 가입된 회원은 매달 5000원의 회비를 내야 하며, 공제회에 가입한 1차 진료기관(개인병원)에서 총 진료비의 30～40%의 비용만 부담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종합병원에서는 40～50% 할인된 금액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공제회에 가입한지 3달이 지난 후 입원, 수술을 받게 되면 할인받은 종합병원의 치료비에서 50%까지 지원한다. 이 공제회는 불법체류 여부에 관계없이 진료를 하므로, 외국인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위험을 항상적으로 안고 있으며, 관련단체와 개인들의 끊임없는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제회의 홈페이지(http://www.mumk.org/) 참고.
불법체류 근로자는 그 신분상 제약으로 인하여 의료보장이 어려우며, 불법체류 근로자의 숫자를 크게 줄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일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료공제회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 응급의료에관한법률의 실질적인 적용확대가 필요하다.
(2) 국민연금법
국민연금법 제정 당시에는 외국인은 임의적용 대상자였다. 그러다가 1995년 8월 4일 법개정을 통하여 외국인이 강제적용대상이 되었으며, 아울러 반환일시금(국민연금법 제67조 내지 69조)의 지급을 제한하게 되었다(법 제102조). 앞에서 언급했듯이 相互主義에 기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연금에 관해 외국인의 본국법이 한국국민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외국인은 당연히 사업장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가 되어야 한다(법 제102조 1항). 한국국민에게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연금이 적용되지 않는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네팔, 러시아, 리투아니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시에라리온,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이집트, 터키, 통가, 파키스탄, 피지(16개 국가)가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연금 및 반환일시금 지급여부 심사완료국 분류표(2002.5.23.현재, 109개국) 자료에 의함.
이들 국가들은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제도가 없거나 외국인에게 보험료 납부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들이다. 한국에 외국인노동자를 많이 보내는 국가 가운데에는 방글라데시, 베트남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의 많은 국가는 국민연금에 상응하는 연금이 한국국민에게 적용되는 국가들이며, 위 법규정에 의해 그 외국인들은 한국의 국민연금법의 강제가입대상이다. 이렇게 하여 강제가입을 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반환일시금의 적용이 없다(제102조 2항). 제102조 2항: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장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가 된 외국인에 대하여는제67조 내지 제69조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다만, 외국인의 본국법이 대한민국국민에게 제67조 내지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반환일시금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반환일시금에 상응하는 급여를 지급받도록 규정하는 경우에는 반환일시금 제도를 적용하여 연금보험료를 반환받을 수 있다. 가나, 말레이시아, 미국, 버뮤다, 스리랑카, 스위스, 엘살바도르,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캐나다, 케냐, 트리니다드토바고, 홍콩(14개국)이 여기에 해당한다. 위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분류표.
1995년에 위와 같이 개정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정부는 ｢외국인에 대한 선진각국의 사회보장관련법규와 균형을 맞추고 해외에 단기체류하는 국민이 사회보장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불합리함을 해소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들었다. 미국, 일본 등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상사원들이 해당국가의 국민연금제도에 강제가입한 뒤에, 수급자격(미국은 10년, 일본은 25년이 원칙)을 획득하기 이전에 귀국하고, 연금보험료를 환불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관계 외국과 연금의 가입기간을 상호연계해 주거나, 단기체류의 경우에 의무가입을 면제해 주는 쌍무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쌍무협정 체결을 위한 여건조성을 위해 국민연금법을 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취업을 한 외국인을 국민연금에 강제가입토록 하는 것은, 본국으로 귀환할 때 몇가지 문제를 파생시킨다. 특히 반환일시금의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일방적인 부담만 되는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의하면, 현재 79개국이 반환일시금의 지급의 비대상국이 되고 있다. 한국에 이주근로자를 보내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 필리핀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의하면, 현재 79개국이 반환일시금의 지급의 비대상국이 되고 있다. 그 국가들을 보면, “가봉, 그레나다, 그리스, 까뽀베르데, 나이지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대만, 덴마크, 도미니카, 독일, 레바논,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리비아, 리히텐쉬타인, 모나코, 모로코, 모리셔스, 몰도바, 몰타, 몽골, 멕시코, 바베이도스, 베네수엘라, 벨기에, 벨라루스, 벨리세, 볼리비아, 불가리아, 브라질,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수단,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아르메니아, 아르헨티나, 아이슬랜드, 아이티, 아일랜드, 알제리, 에콰도르, 영국, 오스트리아, 요르단, 우루과이, 우즈베키스탄, 유고, 이란, 이스라엘, 인도, 일본, 자메이카, 중국, 짐바브웨, 체코, 칠레, 카메룬,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콩고, 크로아티아, 키르키스스탄, 키프로스, 태국, 토고, 파나마, 파라과이, 페루,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필리핀, 헝가리, 호주”의 79개국이다.
위 비대상국에는 쌍무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도 있겠으나, 급여합산협정 방식에 의해 체결된 국가(독일; 2000.3. 서명했으나 아직 발효되지 않음)의 경우에도 반환일시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한편, 산업연수생과 불법체류 외국인은 국민연금의 강제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다. 외국인은 당연히 사업장 가입자 또는 지역가입자가 되어야 하나, 일정부류의 외국인은 당연적용으로부터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령 별표에 의해 정해진 산업연수(D-3), 일반연수(D-4), 문화예술(D-1), 유학(D-2), 방문동거(F-1), 동반(F-3) 등의 체류자격이 바로 그것이다(법 제102조 1항, 시행령 제85조의2, 시행규칙 제55조 참고). 그리고 불법체류 외국인도 당연적용으로부터 제외된다(시행령 제85조의 1.과 2.)
한가지 문제는 산업연수생이 시험을 통과하여 연수취업(E-8)의 체류자격을 획득했을 때이다. 위의 보건복지부령의 별표는 1999년 3월에 신설된 것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만들어진 연수취업이라는 체류자격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보면 연수취업자는 근로자의 신분이므로, 다른 취업 체류자격과 동일하게 다루어야 한다. 위의 국민연금법 규정에 따라 국민연금의 의무가입의 대상이 된다. 실무상으로도 연수취업자는 의무가입대상으로 되고, 지금까지 연금보험료를 납부해왔다. 2002년 7월 30일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 담당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인함.
연수취업기간이 종래의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다면, 납부해야할 연금보험료도 증가할 것이다. 이럴 경우 국민연금에 가입해도 반환일시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국가들(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 필리핀 등)로부터 온 연수취업자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당 국가와의 협정을 통해 해결을 하지 않는 한, 연금보험료만을 납부하고 출국해야만 한다. 상호주의 원칙이 지니는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3) 국민기초생활보장법
公共扶助에 관한 법률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의료급여법 의료보호법은 2001.5.4. 법개정에 따라 의료급여법으로 법명칭이 바뀌었다.
은 국민만을 적용대상으로 해서 운용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예외가 없어서 조세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거주(F-2) 체류자격자도 생활보호대상자가 될 수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법조문상으로는 국민에 한정한다는 표현이 없다. 이 점은 구법인 생활보호법도 동일하다.
그러나, 법률의 명칭으로 볼 때 적용대상이 국민에 한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실무상으로도 국민에 한정하여 집행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화가 더욱 진행되어 외국인도 공공부조의 보호대상이 된다면, 법률 명칭부터 개정이 부득이하다.
의료급여법도 제1조(목적)에서 국민보건의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표현을 담고 있으며, 실무관행도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다. 혹자는 ILO 조약을 근거로 하여 외국인을 수급대상으로부터 제외한다. 馬渡淳一郞, ｢社會保障の人的適用範圍｣, ꡔ21世紀の社會保障法ꡕ(社會保障法 講座 第1券), 111쪽.
ILO 사회보장(최저기준) 조약(제102호) 제68조는, 외국인거주자에 대한 균등대우원칙을 정하지만, ｢전적으로 또는 주로｣ 공적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급부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도 최저한도의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급여의 요건을 충족하는 한, 외국인의 수급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급여는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전광석,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국제기준 및 국제협력｣, 헌법학연구 제7권 제3호(2001), 224-226쪽. 전광석 교수는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는 단기체류의 경우에도 필수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본다.
생각하건대, 외국인이라 하여 일률적으로 공공부조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외국인도 단시간의 관광이나 일시적 업무를 위해 국내에 체류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후술하는 것처럼 정주외국인은 이미 그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철저하지 못한 일본에서도,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공공부조법의 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민이 생활보호법의 적용대상으로 된다. 그렇지만, 장기체류의 4가지 자격 - 영주자, 일본인의 배우자등, 영주자의 배우자등, 정주자 - 에 대해서는 생활보호법의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장이 철저하지 못한 일본에서도,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공공부조법의 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국민이 생활보호법의 적용대상으로 된다. 그렇지만, 장기체류의 4가지 자격 - 영주자, 일본인의 배우자등, 영주자의 배우자등, 정주자 - 에 대해서는 생활보호법의 적용을 인정한다. 장기체류하는 재일 한국인도 생활보호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高倉統一, 앞의 논문, 274-275쪽.
Ⅳ. 이주근로자의 정치적 기본권
1. 세가지 견해
우리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국민주권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법 제13조 2항과 제26조의2는 지방자치의 선거권을 규정하고 있다. 제13조 2항: 국민인 주민은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이하 "지방선거"라 한다)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
제26조의2: 지방의회의원은 주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이들 조항들이 이주근로자의 정치적 기본권이 제약되는 근거가 되는 규정들이다.
외국인의 선거권에 관한 헌법학계의 의견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 볼 수 있다. 이윤환, “헌법상 정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한국내 외국인의 법적지위(국제인권법학회 학술회의 자료집), 2001.6, 52-53면 참고.
그 첫째 견해에 의하면 헌법상 ｢국민｣이란 한국국적 보유자를 의미하고 외국인은 국가의 선거권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방자치법규정에 의해서 외국인은 지방자치체 차원의 선거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외국인이 정치권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거주국의 정치적 업무에 방해되어서는 안되다는 고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견해는 첫째 입장과 반대되는 것으로서, 모든 차원의 선거에서 외국인주민이 참가하는 것은 헌법상 가능한 것이고 민주주의적 정통성의 관점에서 오히려 요청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입장에 따르면 국민은 한국국적 보유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외국인 주민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셋째 견해는 중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지방의회에 대해서만 외국인의 선거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 입장에 의하면 국회에 대해서는 국민주권의 원칙이 미치지만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자치단체로서 단체구성원의 범위를 별개로 고려할 수 있다. 이 견해는 국회와 지방의회 사이에는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지방의회는 입법기능을 하지 않으며, 지방정부의 기능은 시민이든 외국인이든 모두 주민에게 미친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시민으로서, 납세자이고 모든 공공서비스를 향유한다. 그러므로 최소한 지방자치체의 선거권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외국의 입법례와 검토
외국의 예를 보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에서 지방의회에 대해 일정한 체류를 전제로 외국인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그 가맹국의 국민이 유럽연합내의 거주하는 지방의회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영연방국민도 영국에서 선거권이 인정되고 있다. 독일도 몇개의 주에서 주지방의회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외국인의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나라를 검토해보면, 주로 지방의회의 수준에서 그리고 체류기간이 오래된 외국인에게 부여하고 있다. 정치적 기본권까지가 인정될 수 있어야 외국인이 내국인과 실질적으로 균등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외국인에게 정치적 기본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검토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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