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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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7 02:02:01, 조회 : 1,740 |
>노동해방학생연대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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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욕에 관한 제 편력부터 고백해야겠군요. 저도 사실 욕쟁이할멈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친밀감의 표시나 즉자적인 분노를 표할 때 욕을 자주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언어성폭력 대책위 활동을 통해 언어와 욕이 지닌 권력재현의 기능, 여성 비하적인고 장애인 비하적인 속성에 대한 각성의 계기를 얻고 욕 사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와 감정이 없었더라도 습관적으로 욕을 내뱉다 보면 정말 화가 치미는 순간 자신을 통제하기 힘들어 지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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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투쟁에 연대하면서 가슴 벅차게 기뻤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욕설에 대한 의식적인 비판을 마주쳤을 때였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온갖 욕설을 듣고 학대 당해야 했던 체험은 욕이 지닌 잠재적 폭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었습니다. 동지들, 이주노동자 동지들이 욕하는 것 본 적 있습니까? 저는 오히려 집회 현장에서 구호나 발언에 욕이 섞일 때, 이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욕이 지닌 여성비하적, 장애인비하적, 인간차별적 성질을 폭력과 억압으로 체험한 그들에게 즉자적인 감정의 표출에 쓰이는 욕조차도 불편하고 불쾌하게 상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농성단에서 만취한 한국인 활동가가 이주노동자에게 욕설을 퍼부었을 때, 상황실 내 한국인들이 이를 비호하며 '술에 취해서 그런거다.', '나쁜 의도는 없었을 거다.'라고 말할 때, 이를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활동가의 활동태도와 의식의 문제로 평가하고 그에 따른 징계를 요구한 이주노동자들의 행동은 제게 큰 감동을 남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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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최근으로 거슬러와 이야기를 계속하려 합니다. 얼마 전 4.30 전야제에서 타워크레인 노조의 힘있고, 단결된 구호를 보셨을 겁니다. 당시, 타워크레인 조합원 수천명이 처음에는 끝구호에 "단결! 투쟁!"을 덧붙이더니 어느 새인가 "죽여, 밟어, 묻어, 씨발, 개새끼야!"라며 팔뚝으로 엿먹이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이 웅장한 광경을 보고, 어떤 이는 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느끼고 어떤 이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수천 명의 남성노동자들이 일치단결하여 욕설을 내뱉고 엿먹이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이게 나에게 돌아올 수 있겠다.'는 직관적인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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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에게 "좆같은 새끼"라고 욕을 하던 노동자가 어느 날 다가와 "좆도 모르는 년"이라고 말하고 자본가에게 "개새끼"라고 하던 노동자가 어느 날 다가와 "개 같은 년"이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기에, 전투성이라 치장되는 '즉자적인 분노'(계급의식과 사회주의적 의식으로 각성되지 못한, 여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의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는 운동사회에서 여성활동가를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어 왔기에 그 광경을 보는 내내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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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밟어, 묻어,씨발, 개새끼야"라는 욕은 사실 한국통신계약직 투쟁 때부터 계승되어 온 욕입니다. 전투성의 상징처럼 매 시기 자본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노동자의 끝구호로 사용되어왔지요. 그러나 사실 '욕설을 통한 분노의 표출'과 '전투성', '계급성'은 별개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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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이 전투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사실 욕에 관한 젠더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욕설은 사용하는 주체의 생물학적 성과 관계없이 남성성의 상징이자 행위규범입니다. 이는 보통 욕 잘하는 여성에게 돌아오는 비난(여자가 저게 뭐냐. 너도 여자냐. 무슨 여자가 저러냐. 등등)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거침없는 분노의 표현과 언어를 통한 힘의 재현은 사회적으로 '욕설=거침=상대방에 대한 힘의 행사/과시=남성성' 으로 받아들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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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동지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외쳐지는 욕설에 동참할 수 없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노동자/활동가도 집회와 투쟁현장의 남성중심적인 문화로부터 소외감과 위축감을 느낍니다. 욕설이 자본을 향한 분노의 표출로 용인되는 경우에 조차 정황적 맥락에 따라 동지에 대한 비하와 폭력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욕설의 잠재적 폭력성, 그 피해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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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투쟁 현장에서 남성중심적인 전투성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언어와 표상,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과 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동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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