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디로" 보트피플 'SOS'에 각국 '빗장 걸기' 확산

난민선에 다가간 이탈리아 해군(연합뉴스 자료사진)
난민선에 다가간 이탈리아 해군(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굶주림이나 신변 위험 등을 피해 고향을 떠나온 보트피플들에게 각국이 빗장을 걸고 있다.

많은 난민은 이제 넓은 바다의 선상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아가며 하루하루 버티거나 희망한 곳과는 동떨어진 수용소에 갇혀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9일과 10일 이틀에만 1천500명의 선상 난민들이 자국 해안으로 밀려오자 12일엔 더이상 보트피플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가 가라앉는 등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필수품만 제공하고 바다로 되돌려보내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앞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 주로 거주하는 로힝야족 등 수백명이 탄 선박에 대해 연료와 식량, 식수를 제공한 뒤 공해상으로 밀어낸 바 있다.

현지 난민지원 단체들은 현재 6천명에서 최대 2만명 사이의 난민들이 벵골만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등의 이런 대응책은 보트피플에 대한 호주의 강경 정책을 수용한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4일 보도했다.

토니 애벗 총리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2013년 9월 집권 후 약 20개월 동안 군 병력을 동원하거나 본국으로 송환하는 등 강경책을 통해 선상난민을 1명도 자국 땅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이전 노동당 집권 6년 동안 5만9천명을 태운 난민선 880여척이 호주에 도착했고 1천200여명이 해상에서 숨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호주의 이같은 정책은 지난달 지중해 보트피플 참사가 발생하면서 이제 유럽으로 확산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 등 호주 관리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자신들의 경험을 전수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지난 12일에도 "유럽연합(EU) 및 많은 유럽국가의 각료와 의원, 관리들로부터 호주의 대처법을 알아보고 싶다는 요청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지난주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유럽 이민 관리들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유럽연합이나 주요 당사국인 이탈리아 측은 공개석상에서는 인도주의적 문제나 국제법 등을 이유로 호주의 방식을 수용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은 각 나라가 국경을 열어놓을 것과 함께 보트피플을 위한 수색과 구조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손을 쓸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불법 난민 문제는 멕시코 국경을 통한 육로 유입이 주된 과제가 되고 있지만 2010년 대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인을 태운 난민선의 미국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덩달아 아이티인을 가득 태운 난민선의 전복 사고도 간헐적으로 이어져 2013년 11월에는 30명이, 그다음 달에는 18명이 각각 목숨을 잃은 바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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