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와 영장주의


박영아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중 상당수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객에 불과하지 않고, 사회관계, 가족, 재산 등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같은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도 마찬가지다. 가족이나 종업원, 동료가 외국인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겉모습만으로 외국인과 국민을 구별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자스민 의원처럼 “외국인처럼” 생겼지만 국민인 경우가 있고,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등 “누가 봐도 한국인”이지만 알고 보면 외국인인 경우가 있다. 또 한국보다 외국과 연이 더 많은 한국인이 있는 반면, 외국인이지만, 본국보다 한국과 연이 더 많은 외국인도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는 외국인의 출입국, 체류자격, 활동범위 등을 규율하는 법으로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형성하는 생활관계에 지대하고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형성하는 생활관계에 당연히 국민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연유로 출입국관리법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15. 1. 29. 국회에 제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위와 같은 사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위 안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출입국관리위반사범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사업장, 영업장, 사무실 등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에 관리자의 동의가 없어도 영장 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 안에 따르면 사업장ㆍ영업소ㆍ사무실,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장소(숙식만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이나 기숙사만 제외)에 출입국관리법 위반 용의자가 있다는 신고나 제보를 받고 그 신고나 제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해당 사업장 등에 용의자가 있다고 의심할만한 자료를 확보한 경우에, 출입국관리공무원이 해당 장소에 출입하여 질문ㆍ조사를 하거나 관련 서류 또는 물품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입ㆍ질문ㆍ조사에 대하여 거부ㆍ방해하거나 거짓 서류ㆍ물품을 제출하거나 거짓으로 답변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진 - 2014년 1월 28일 진행되었던 출입국관리법 개악저지 이주단체 기자회견>


사업장ㆍ영업소ㆍ사무실은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로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나 수사관이라 하더라도 법률로 규정된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해당 장소를 관리하는 사람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고,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 국가기관의 강제수사 및 조사권한을 사법부의 통제 하에 둠으로써 국민의 자유권과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헌법상 원칙인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출입국관리공무원으로 하여금 외부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장소에 영장 없이 출입하여 불심검문을 하고 압수ㆍ수색에 상응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영장주의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규정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제시한 입법취지는 현행법에 따라 미등록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할 때 사업주 등이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출입을 거부ㆍ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출입할 수 있다는 권한을 명시하고 거부ㆍ방해에 대한 벌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위와 같은 출입은 불법체류외국인이 있는지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목적으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해당 장소의 관리자가 출입국관리공무원의 출입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의 행사에 불과하다. 대법원 판례(2009. 3. 12. 선고 2008도7156)도 “출입국관리공무원 등이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81조제1항에 근거하여 제3자의 주거 또는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아니한 사업장 등에 들어가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그 주거권자 또는 관리자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법무부의 설명은 공무원의 출입을 거부할 권리를 불가피하게 제한할 필요성의 존부, 필요하다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의 제한에 해당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법무부는 “국민이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엉뚱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본 것처럼 긴급한 필요가 있다거나, 총기나 마약류를 다루는 경우처럼 감독관청의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업종에 대해 제한적 범위에서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입법례가 있다. 이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두려면 반드시 명확한 사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외 없는 원칙이란 없다고도 하지만, 원칙 없는 예외란 처음부터 성립조차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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