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함께 살기, “이해와 소통이 우선”전북이주사목센터, 이주노동자 이해를 위한 강좌 열어
배선영 기자  |  daria20120527@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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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1  15:52:56

이주민. 다문화사회.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말이다.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면 쉽게 마주친다. 사무실 주변에 건물을 짓는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그들끼리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한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고, 어쩌면 나와 같은 본당에도 있다. 이웃처럼 가까이에 있지만 이들과 친구인가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친구는커녕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다.

전북이주사목센터, 실무자와 신자들 대상으로 이주민 인권 강의 열어

“(이주민과) 우선 관계가 형성되고 신뢰가 쌓여야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등 삶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전주교구 이주사목위원장 김창신 신부는 “이주민을 위해 10년 동안 봉사를 한 사람들도 이주민과 미묘하게 잘 섞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주민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바로 만나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이 생기기도 한다.

김 신부는 성직자와 신자, 복지사와 복지 수혜자의 관계를 넘어 이주민과 인간적으로 친밀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인권’ 강좌를 열었다. 2002년 전주교구에 이주사목이 시작되고 처음이다.

  
▲ 전북이주사목센터는 이주사목 실무자와 신자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와 인권 강좌를 진행한다. 10일 저녁에는 전북지역 노동자의 현황에 대한 강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지난 6월 3일 수요일 국내 이주정책에 대한 강의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동남아 이주노동자에 대한 성찰과 생활, 이주노동자 인권, 소통 방식 등에 대해 7월 4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한다.

10일 저녁 전주교구청 3층 강의실에는 신자와 이주민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실무자 20여 명이 전북 지역 이주노동자의 실태와 정책에 관한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첫 강의에도 왔었던 박웅 씨(베다, 54)는 중국에서 만난 조선족이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에 대해 고마움이 아닌 분노를 느끼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얼마나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으면 저럴까 싶었다”며 이주민의 인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도 이주민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자녀가 앞으로 더 많아질 텐데 지금처럼 그들이 겉돌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며 걱정했다.

전북 지역 이주노동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우 많아
지역 주민이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2014년 1월 현재 전북에 있는 이주민은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이주민 자녀를 포함해 총 3만 9777명이다.

노동자의 경우 64.5퍼센트가 제조업에서 일하지만, 농축산업과 어업 종사하는 비율도 약 17퍼센트나 된다. 이중 여성은 특히 농축산업에 많이 있는데, 노동환경이 더 열악하다.

강의를 맡은 박신규 박사(경북대 사회과학 연구원)는 농업과 어업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는 컨테이너 박스와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경우도 많으며 그래서 여성들은 성폭력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했다.

특히 전북 지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나중에 영남권이나 수도권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북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은 휴일과 작업장의 안전, 숙소와 의료 등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주거환경 개선과 한국어 교육 등의 제도적인 지원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이주민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 지에 대해 돌아보고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9월 이주민들과 천호성지로 순례자길 걷기를 하는 모습. 맨 앞 가운데 김창신 신부가 걷고 있다. (사진 제공 = 전북이주사목센터)

이주사목센터, 이주민뿐만 아니라 미등록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힘써

한편, 전주에 있는 전북이주사목센터는 노동상담과 무료진료소, 다문화가정을 위해 주일학교, 아버지학교, 부부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동자가 많은 군산에도 센터를 두고 있으며, 김제와 정읍, 장수에는 격주로 나가서 미사를 봉헌한다.

올해 초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한 여성이 급성 맹장염으로 7개월만에 조산을 하고 아이를 잃는 일이 있었다. 전북이주사목센터는 이 여성이 방문비자로 입국해 미등록 상태로 일을 했기 때문에 병원비와 아이 장례 문제가 어렵자,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2200만원이나 되는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주사목센터는 지역 단체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학 사회복지 공공의료팀과 연계하고,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이주사목센터의 지원을 요청하는 등 2개월간 힘을 썼다.

김창신 신부에게 이주사목의 어려움을 묻자, 먼저 자신의 모습부터 돌아봤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웃이나 친구로서가 아닌 사목자의 입장에서 대할 때가 있으며, 지나고 나서야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동등한 관계에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신자들에게도 “특별하게 대할 것까진 없지만, 다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마음으로 이주민과 이웃으로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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