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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노골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차별' 주장의 요지는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 과하니 내국인과 적용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언을 한 당사자는 스스로 '위헌성'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주장은 다른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아래에서 정책으로 반영, 전체 노동자 임금 삭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홍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주장
"헌법정신에 어긋날 수도 있지만 어려운 기업 위해 고민해야"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자료사진)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자료사진)ⓒ뉴시스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노동 개혁'을 주제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포럼은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주축인 모임이다. 이날 세미나도 청와대 정무특보인 '친박' 윤상현 의원 주관으로 개최됐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안홍준(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의원은 세미나에서 "(지역 공단의 이주노동자) 부부가 (월) 250만원씩 500만원을 가져간다. 숙식을 회사에서 하게 되고 대개 연장 작업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근로자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최저생계비가 그 나라하고 교육비, 양육비가 차이남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굉장히 부담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게 되면 사실 인권 상의 종교나 민족, 인종을 구별 못하게 돼 있는 헌법 정신에 어긋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서 고민해 보셔야 하지 않나"라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주문했다.

이는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달리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안 의원 스스로 위헌성을 시인하면서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발언이기도 하다. 참고로 우리 근로기준법 6조는 "(사용자는)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처장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노예계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고용허가제가 이미 충분히 독소조항이 많은데 최저임금 차별화까지 된다고 하면 이것은 인종차별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주공동행동(이주노동자 차별철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정영섭 집행위원은 "(안 의원 주장대로라면)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된다"고 꼬집었다.


이주노동자 현실은 '최저임금에 숙식비 포함'…컨테이너·비닐하우스 숙소

안 의원의 언급이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정영섭 집행위원은 "지금 숙식을 제공하는 데는 거의 없다. 표준근로계약서 자체가 2009년에 바뀌어서 숙식 제공 여부를 표시하게 돼 있고, 업체 사장들이 조식이나 중식을 제공한다면 (이주노동자에게) 본인 부담을 많이 시킨다"며 "안 의원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9년 7월 8일 노동부는 "숙식비를 근로자가 부담할 경우 이를 표기"하도록 표준근로계약서의 서식을 변경한 내용의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해 공포했다. 이에 대해선 당시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부담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실상 최저임금에 숙식비가 포함되는 것이다. 시행규칙 개정에 앞서 같은해 3월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세부 기준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의 숙식 환경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점은 이미 수차례 제기돼 왔던 사실이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경우에는 77%가 컨테이너나 패널로 지은 가건물, 비닐하우스, 고용주의 집에 딸린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화장실이 없는 경우는 40%, 욕실이 없는 경우는 23%, 잠금장치가 없는 경우는 45%로 조사됐다.

(사)이주민과함께 부설 이주와인권연구소 이한숙 소장은 2014년 12월 장하나 의원실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 당시 이러한 인권위 조사 결과를 제시한 뒤 "고용주들이 컨테이너나 패널로 지어진 방 한 칸에 여러 명이 기거하는 기숙사에 대해 책정한 기숙사비는 일인당 월 20여만 원에서 많게는 4~50만 원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다가 안 의원이 언급한 '월 250만원'이 사실이라면 본인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연장·휴일 등 장시간 추가 노동에 따른 액수일 가능성이 크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 2013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쟁취!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 2013년 8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3권 쟁취! 2013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 집회'를 연 가운데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권성동 "싼 맛에 쓴다"…이주노동자 '비하'까지

안 의원과 같은 주장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도 지난 7월 상임위 회의에서 유사한 주장을 내놨다. 당시 그는 이주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권 의원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16년 최저임금을 6030원(인상률 8.1%, 450원 증가)으로 결정한 다음날인 7월 9일 열린 환노위 회의에서 "외국인 근로자들 같은 경우에 대부분, 한 40% 정도는 (사측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안 들어가 있으니까 숙식비에다 최저임금 하니까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을 잘 보호하는 나라가 없다. 일본,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프랑스 같이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숙박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고 있다"며 "결국 외국인 근로자들의 후생복리가 지나치게 좋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특히 권 의원은 "우리가 싼 맛에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며 "외국도 외국인 근로자한테 이렇게 임금을 많이 안 준다. 또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나라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 개선 검토를 주문했다.

'싼 맛에 쓴다'는 발언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하로 보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게다가 환노위에는 이주민 출신인 같은 당 이자스민 의원이 소속돼 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당시에는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공동행동은 다음날 성명을 내고 권 의원에게 "인종차별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자료사진)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정부여당 추진 '노동개혁', 내외국인 임금 '모두 깎기'?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은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단순히 우발적인 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환노위에 출석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권성동 의원의 주문에 "지적해 주신 부분을 함께 종합적으로 고민을 하겠다"며 "제도 개선을 하반기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처장은 "최저임금 관련 발언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우발적인 발언이라기보다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업주 쪽에서 새누리당을 통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듯하다"는 관측을 내놨다.

여기에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이 실행되면 내국인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 임금 삭감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주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에 차별을 두면 그것은 내국인 임금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동할 것이 뻔하다"며 "국적에 상관없이 최저임금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고,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공히 임금과 노동조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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