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적 인력 전쟁에 불리..."이민법 장벽 낮춰야"

문은주 기자  

최종 기사입력 2015-05-25 17:34

브릿지경제 문은주 기자 =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외국의 능력 있는 인력을 유치하는 데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른바 ‘인구 절벽’ 시대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인구 절벽은 미국의 경제 전문가 해리 덴트가 내세운 개념으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6~47세 연령대 인구가 감소하는 시기부터 경제가 둔화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구 절벽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덴트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독일과 영국은 2013년, 그 외 유럽 국가들은 2013~2018년을 기점으로 인구 집단의 소비력이 꺾이는 인구 절벽을 경험했거나 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을 가진 인구가 줄면 소비 여력이 줄어들어 경제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긴다. 결국 미래 경제를 주도하는 것은 ‘사람 싸움’이라는 얘기다. 

일본과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인구 절벽에 대비해 외국의 노동력을 흡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주 노동자를 위한 이민법을 가장 활성화한 국가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단순기능 인력(WP·Work Permit)과 전문기술 인력(EP·Employment Pass)을 구분해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대학교수·글로벌 기업 간부 등 EP 소지자는 영주권 자격 완화·가족 비자 발급·세금 혜택 등 각종 우대를 받는다. 부족한 노동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파격적인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이후 인구 절벽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에 생산 가능 인구(15~64세) 계층이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접어든다. 국내 생산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새로운 노동력 수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인구 절벽 경고가 불과 3년 남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민자 수급에 다소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수 전문 인력을 끌어들이려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한국 이민법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일단 취업 비자 종류가 20여 개에 달해 이주노동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폭이 너무 넓다.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체류 기간(5년 이상)과 기술력 보유(첨단산업분야 학위 소지)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예전보다는 문턱이 낮아졌지만 대부분 결혼 이주와 중산층 이상의 외국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영주권 취득의 폭을 넓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도 문제다. 특히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한국에 들어온 장기 체류 현장 노동자(H-2·단순취업비자)들이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고용허가제는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제조업이나 3D 업종 사업장에 외국 노동력을 공급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10년 이상 일해도 가족 동반 비자가 발급되지 않고 한국에 머무는 동안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도 영주권을 얻기가 쉽지 않다. 번거로운 비자 갱신부터 가족 구성 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익힌 기술력을 갖고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 전문 기술력이 외려 유출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배타적 인식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012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는 30% 수준에 불과했다. 유럽(73.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주 노동자들이 많아지면 일자리가 줄고 범죄율이 높아진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불법체류자 자녀들에 대한 의료 급여 지급·의무교육 보장 등의 내용이 담긴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필리핀 출신 한국인 이자스민 의원은 개정안을 내놓았다는 말이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그러나 실제 법안 발의자는 정청래 의원이었다. 

 

  변화하는 현실에 근거한 법적 제도 개선·문화적 다양성 존중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은 세계적인 ‘노동력 확보 전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문은주 기자 joo071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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