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이민개혁’ 법원서 또 제동… 공은 차기 대선으로

법무부, 항소법원서 패소… 보수대 진보, 2대 1로 갈려

입력 2015-05-28 02:42
‘오바마 이민개혁’ 법원서 또 제동… 공은 차기 대선으로 기사의 사진
불법 체류자에 대한 추방 유예 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다시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미국 뉴올리언스 소재 제5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2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브라운스빌 연방지방법원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중단 결정을 긴급 유예해 달라는 법무부의 신청을 기각했다.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 가운데 2명이 긴급 유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은 상급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470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 추방 유예 조치를 계속 이행할 수 없게 됐다.

이민개혁을 집권 2기의 최우선 국정 어젠다로 추진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470만명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이에 맞서 텍사스주를 비롯한 26개주는 대통령 권한 남용이라며 이민개혁 행정명령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브라운스빌 법원의 앤드루 S 헤이넌 판사는 지난 2월 행정명령의 이행을 일시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미 법무부는 국경 통제에 관련된 정책에 대해 주는 연방 정부에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2심 법원에 항고했다.

법무부 신청에 반대한 제리 스미스와 제니퍼 엘로드 등 2명의 판사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찬성한 스티븐 히긴슨 판사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각각 임명했던 것으로 알려져 정치·이념적 지형에 따라 판결이 갈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결정을 내린 제5 연방순회법원이 연방 2심 법원 중 가장 보수적인 법원의 하나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제5 연방순회법원의 두 판사가 사실과 법률을 오해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는 법률에 완전히 부합하며 법에 규정된 권한 내에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민개혁 명령에 대한 쟁송 절차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2017년 2월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불법 체류자 추방 유예 등 이민개혁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혀 왔다. 반면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들은 오바마의 행정명령을 번복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특히 불법 체류자 추방 유예 조치는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과 아시아계 주민 등 인구 증가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인종 집단에 인기가 있다. 대선전에서 양당 후보의 이민개혁에 대한 입장이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월 말부터 불법 체류 청소년 등으로부터 신청서를 받아 심사한 뒤 운전면허증과 취업허가서 등을 발급하고 각종 연방정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헤이넌 판사의 명령으로 시행 시점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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