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특집] 난민 신청 100명 중 인정 5명도 안 돼, 문턱 높은 한국
난민들의 한국 정착 실상
2015. 10. 11발행 [1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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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의 한국 정착 실상

▲ 일러스트=문채현


지난 9월, 언론에 보도된 세 살 난민 꼬마의 죽음(아일란 쿠르디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터키 해변에 잠을 자듯 엎드린 채 숨을 거둔 아이<사진>를 통해 전 세계인은 난민의 얼굴을 봤다.

한 아이의 희생으로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에서 난민들을 인간적이고 공정하게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본 적 없는 규모의 난민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얼굴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최선을 다해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일러스트=문채현


한국은 난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중국인 허셩민(41, 가명)ㆍ주쉐이민(39, 가명)씨 부부는 입국한 지 3년 반 만에 인도적 체류자 자격을 얻었다. 종교적 이유로 본국에서 살 수 없는 이들은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하길 희망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초등학생 자녀부터 젖먹이 아기까지 다섯 자녀를 둔 이들은 당장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자녀 양육에 대한 걱정이 크다.

난민인권센터를 통해 법무부 난민과가 공개한 통계를 보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5% 미만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유엔난민기구에서 집계한 2010년 세계 난민 인정률은 38%였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시리아 사람은 713명, 이중 단 3명만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나머지 577명은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받은 상황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며 난민 신청자와 같은 수준으로 체류할 수 있는 권리만 가진다. 취업은 가능하지만 제약이 많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과 달리 본국에서 가족을 데려올 수 없다.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죽을 수도 있는 근거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혼자 알아서’ 증명해야 한다. 고국에 있는 가족이 죽었다는 정도로는 박해의 가능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난민 신청을 하면 첫 6개월은 취업이 금지된다. 6개월 취업 금지 제도는 취업을 위한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것이다. 미취업 상태에서 건강보험에도 들지 못해 이 기간에는 병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정부는 첫 6개월 동안 난민 신청자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생계비는 난민 신청자의 7%에게만 주어진다. 예산이 적은 탓이다. 난민 신청을 하더라도 심사 결정이 나기까지 1년이 걸린다.

이렇다 보니 지인과 종교 단체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는 난민들에게 한국은 문턱이 높다.

난민을 대상으로 법률 상담 및 의료ㆍ양육 지원을 돕고 있는 난민인권센터 류은지(27) 팀장은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어야 버틸 수 있는데 난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며 “인도적 체류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류 팀장은 “한국인들이 이방인들을 환대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삶도 팍팍해 우리 것을 그들에게 빼앗길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난민들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굶주림, 범죄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난민 한명 한명의 얼굴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20년간 프랑스에서 난민으로 살며 택시 운전사로 일한 홍세화(난민인권센터 고문)씨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난민들은 자신의 사회를 잃어버려 우리 사회에 안기려고 온 이들”이라며 “난민들이 한국 땅에서 자신의 문화를 표현하고, 그 문화가 이 땅에서 비벼질 수 있도록 이들을 보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난민 현황

우리나라가 1992년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20여 년간 국내에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1만 2208명(누적)이다. 이중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522명으로, 난민 인정률이 5%가 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난민 인정률이 높은 나라는 터키(64%), 캐나다(45%), 덴마크(42%) 순이다.(난민 신청자 1만 명 이상, 2014년 기준)

법무부 난민과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1633명으로, 전년도 난민 신청자(800명)의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 신청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2015년 월별 신청 건수를 보면, 매달 300~400명이 난민 신청을 하는 추세다.

난민 신청 사유로는 종교와 정치적 이유가 가장 높으며, 올해는 특히 정치적 이유로 인한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1994년 이래 국내에 난민 신청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파키스탄(2017명)이다. 지금까지 난민 인정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미얀마(154명), 방글라데시(84명), 에티오피아(73명) 순이다. 미얀마 난민들은 주로 정치적 사유로 난민 인정을 받았으나 미얀마의 정치상황이 개선되면서 난민 신청자는 감소했다.

현재 심사를 기다리는 인원은 난민 신청자는 4070명으로, 이 중 1574명이 이의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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