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당해도 사업장 못 옮기는 이주노동자노동부는 '모르쇠' 일관 … 여야 "사업장 변경요건 완화" 촉구
양우람  |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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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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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마련된 국정감사장에 사진 한 장이 걸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부 소속 6개 지방고용노동청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사진에는 새까맣게 탄 이주노동자의 두 손이 담겨 있었다. 이주노동자는 경남 양산 한 공장에서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맨손으로 만졌다. 금속부품 세척에 쓰이는 이 화학약품은 발암의심물질로 분류돼 있다. 그럼에도 안전장구는 지급되지 않았다.

심각한 재해를 입었지만 이주노동자는 공장을 옮기지도 못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은 사업장 변경을 노동부 장관이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회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 고시'에 따르면 △사업장 휴업 △근로조건 위반 △임금체불·지연 △폭행 같은 부당한 처우를 당했을 경우에만 3회 횟수제한에 포함되지 않고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를 얕잡아 봤다. 실제로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6월 양산고용센터를 찾아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허가되지 않았다.

이날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양산고용센터 담당자가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내용의 녹취를 사진과 함께 공개했는데, 센터 담당자는 이주노동자들이 첫 방문 뒤 7일 만에 다시 고용센터를 찾아오자 대뜸 반말로 “사업주가 화가 나서 그랬겠지” “죄송하다고 해 봐라” “전화하지 마”라고 말했다.

은 의원은 “변경사유에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경우를 포함시키고 변경 횟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노동부 지청마다 사업장 변경사유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며 “노동부가 하루속히 고시와 지침을 개정해 이주노동자가 현장에서 겪는 혼선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일 부산지방노동청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사업장 변경사유에 속하는지 아닌지와 관련해 해석과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침 개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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